제가 그를 처음본건 그 훨씬 이전이겠지만... 그에 대한 확실한 인상이 남아있는 것은 그가 쌍방울이란 팀을 이끌고 있던 시절입니다... 저는 그때 서울을 연고지로 하는 팀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미치도록 말이죠...
저는 그때 그가 정말 싫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쌍방울 레이더스를 아끼시는 팬들께 좀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가감없이 하겠습니다... 쌍방울이란 구질구질한 팀을 이끌고 제가 미치도록 좋아하던 팀의 발목을 항상 잡던 그가 너무 싫었습니다... 20승을 향해 달려가던 이상훈의 발목을 잡던 유현승이란 뚱뚱한 투수가 정말 싫었으며, 제가 응원하던 팀을 상대로 표적 선발로 나서던 오상민이란 껌을 찍찍 썹어대던 투수가 너무 싫었습니다... 제가 응원하는 팀을 상대로 항상 맹타를 터드리던 장재중이란 포수가 너무 싫었으며... 이렇게 싫어하는 그들의 수장이던 그가 너무너무 미웠습니다... 심지어는 '저사람은 너무 옛날사람이야... 어서 프로야구를 위해서라도 없어져야할 사람이야...' 라고 생각했죠... 가끔 기억이 나는 장면인데... 1997년 어느 더운날... 잠실에서 그가 이끌던 쌍방울을 상대로 제가 응원하던 팀이 더블헤더 2경기를 모두 이긴 그날... 저는 잠실에서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야구는... 이렇게 하는 거야... 너희처럼 치사하고 쪼잔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구...'
그렇게 제가 너무나 미워하고 싫어했던 그는 결국 레이더스에서 경질되고 프로야구판의 1군 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그저 사라져야할 늙은 지도자가 한명 사라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2001년 시즌 초반의 어느날... 제가 응원하던 팀은 무참하게 무너져 내려버렸고... 감독은 경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감독대행으로 제가 그토록 싫어하고 미워하던 그가 임명이 되더군요... 전 정말 불만이었습니다...
'왜... 저런 구시대적 인물이 내가 응원하는 팀의 감독이 된거야??'
하지만.. 저는 그를 더이상 미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응원하는 팀의 감독이니깐 난 그를 지지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그가 내 응원팀의 감독이기때문에 지켜본 것이지.. 그를 결코 옹호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2001시즌이 끝나고 그는 감독대행에서 대행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고 정식 감독으로 임명이 되더군요… 전 내심 불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팀을 운영하는 방식도 불만이었습니다… 왜 당시 팀의 간판급인 선수들을 제대로 대접하지 않고 자신이 데려온 재일동포 이일의나 당뇨병에 걸려서 너무나 말라버린 심성보… 그리고 만년 후보인 최동수를 계속 주전으로 쓰는 것인지… 왜 구위가 좋은 이동현을 선발로 돌리지 않고 중간에서 쓰는지… 왜 용병으로 제프 케펜따위의 멍청한 투수를 퇴출시키지 않고 데리고 가는 건지… 물론 케펜은 그가 교체를 요청했는데도 프런트에서 용인하지 않은 케이스였지만… 당시 저는 알 수가 없었죠… 시즌 후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분노했는지..
이런 생각은 저만이 가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저팀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감독을 성토하는 글로 도배가 되곤했습니다… 그리고 심성보, 이일의, 최동수 등 소위 그의 양아들들은 그와 같이 계속 까이고 있었죠… 나중에 같은 팀을 응원하는 저조차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으니… 그가 팀을 최하위도 아닌 4강 싸움에서 계속 이끌고 있었는데도 말이죠… 심지어 어느 팬클럽은 잠실구장에 현수막을 걸기도 했습니다…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요…’
참 식빵스러운 멘트였죠… 그날 경기서 승리하고 히어로 인터뷰하던 저의 우상 캐넌형이 이렇게 반박했습니다…
‘저희는 감독님과 함께 정말 열심히하고 있습니다… 좀더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그의 힘이 되주어야할 팬과 프런트에게서 철저히 외면되어가고 있었죠… 캐넌형이 이야기하더라도 선수들은 한경기라도 이기기위해서 몸을 불태워갔음에도… 그는 그렇게 철저하게 외면되어 갔습니다…
저는 정말 말도 안되는 전력으로도 4강을 유지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무런 변명도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그를 다시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떠한 불만도 표시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선수들을 데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야구에 최선을 다하는 그를 보면서 경외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달라져가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를 다시보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저는 철저한 그의 신봉자가 되었죠…
하지만… 당시 대학생이던 일개 야구팬이 그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저 인터넷에서 그를 위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의견을 교환하고 그를 옹호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군요…ㅎㅎㅎ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던 것 만큼… 그의 팀도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주장은 병역파동으로 군대를 갔으며, 포텐셜을 폭발하던 주전타자는 고관절 부상으로 시즌아웃이 되었으며, 주축투수 역시 부상으로 시즌아웃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외국인 투수의 교체마저 외면한 프런트의 활약으로 팀전력의 핵심이 되는 외국인 투수중 한명은 공만빠른 수준미달의 투수였습니다… 팀전력의 30%정도를 상실한 상황에서도 그는 4강에 진출한 것이죠… 지금 생각해봐도 2002시즌 당시의 그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정말 기적에 가까웠습니다… 훗날 그가 경질된 후 서울구단의 한골수팬은 그의 지도력 때문에 4강에 간 것이 아니라 팀 전력이 좋아서 그가 한국시리즈까지 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 기억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어처구니 없는 말이네요…
그 후 맞이한 포스트시즌… 그해 너무 추웠던 가을… 그들은 온몸이 부서져가면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습니다… 그 추운 날 팀의 마무리투수는 반팔을 입고 마운드로 달려나갔으며… 팀의 간판타자는 허리띠가 끊어질 정도로 슬라이딩을 했으며, 누구나 이젠 끝났다고 생각한 저의 영웅은 절뚝거리면서 적시타를 쳐내기도 했죠… 하지만 그들의 기적적인 행보는 거기서 끝이었습니다… 라이온스라는 너무나 막강한 팀앞에서 더 이상의 기적은 어려웠던 것이죠… 6차전에 지고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우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가슴아팠고… 눈에 눈물이 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7차전까지 가서 힘겹게 싸우는 모습을 지켜볼 자신이 없었거든요…
2002시즌이 끝나고 다가올 2003시즌이 너무나 기다려졌습니다… 한번의 기적 같은 경험을 한 선수들이 그의 지도아래서 제대로 성장할 생각을 하니… 너무나 기대가 컸습니다… 박용택, 이동현, 이승호, 서승화… 그리고 입단하게 될 박경수, 이대형, 우규민, 이성열 등… 당시 젊은 자원들이 정말 좋았거든요…
하지만… 그해 겨울… 저의 이런 작은 희망은 산산조각이 나버립니다… 바로 그가 경질 된 것이죠… 이유는 ‘지금 엘지야구는 김성근의 야구지 엘지의 야구가 아니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야구가 김성근의 야구이길래… 그의 경질도 안타까워지만… 현장의 의견을 무시하고 펜대를 굴리는 사람들에 의해서 그렇게 야구인에게 모욕적인 결과를 주는 것이 정말 믿을 수 없었고… 그 이후 말도 않되는 짓을 한 구단에 20년간 주었던 정을 더 이상 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갑자기 인터넷 투사가 되었습니다… 난생처음 웹상에서 육두문자를 써가며 다른 사람들과 싸웠으며… 그의 퇴진을 반기는 사람과 감정적인 대립을 하다가 고소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난생처음 경찰서에 가서 수사관 앞에서 조서를 쓰기도 했고… 이것 때문에 출국이 허가되지 않아 계획했던 유학도 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뭐에 홀렸는지… 계속 그를 위해 싸웠습니다… 밥한번 얻어먹은 적이 없었는데도 말이죠… 그래도 이일을 겪으면서 저도 많이 성숙해질 수 있었고… 또 그와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게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인연으로 지금까지도 가끔 뵙고 있구요…
유니폼을 벗고 만나는 그는 저의 인생의 멘토가 되었습니다… 단지 야구뿐만 아니라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배울 점이 많고 용기를 얻곤 했거든요… 누군가 저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오면… 지금도 전 항상 그의 이름을 대답하곤 합니다…
야인시절을 거쳐 치바 롯데로 가셨을 때 우승을 하고 한국에 오셔서 선물보따리를 풀어놓기도 하셨습니다… 우승기념 티셔츠… 깃발… 싸인볼 등등… 일본에서 가져오시려면 상당히 짐이 되었을텐데… 잊지않고 챙겨오셔서 보따리를 풀어놓은 모습에는 마치 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저는 ‘이제 들어오셔서 지도 좀 해주셔야죠..’라고 말씀드렸죠… ‘엘지감독 그만두고 내가 한국에서 야구할 수 있겠어?’라고 하시던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하지만... 거짓말처럼 2006시즌이 끝나고 그는 인천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기쁜마음으로 인천야구를 응원하게 되었구요… 캐넌형이 있어서 가끔 와이번스 야구를 보면서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너무나 기쁘게 인천야구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돌아온 그는 한층 강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팀도 매우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그와 그의 팀을 지지하는 팬들의 결속력이 놀랍게도 좋았던 것이죠… 이렇게 팬들의 충성도가 높은 팀은 처음 볼 정도로 똘똘뭉쳐 2007시즌 드디어 감독으로서 첫 우승을 만들어냈고… 와이번스의 첫 우승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2008시즌에도 여전히 그는 승리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와이번스는 한층 더 강해졌고… 정규리그 내내 리그를 압도하는 팀이 되었습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은 시간문제구요… 그리고 그는 여전히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전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이렇게 많은 지지를 받는 그가 왜 2002년에는 그렇게 초라하게 물러나야 했는지… 그에 대한 선입견도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요즘엔 웹상에서 울컥하는 일도 많이 줄어들었구요…ㅎㅎㅎ
그가 1000승을 거둔 다음날… 감독실에서 짧게 나마 그를 만났습니다… 작은 선물을 가지고 축하해드렸죠… 1000승 소감이 어떠냐고 여쭈어보니… ‘뭐… 내일도 이겨야할 경기가 많은데… 계속 이겨나갈 경기중 한 경기라고 생각해…’ 라고 아시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젠 1500승 하셔야죠…’ 라고 했더니.. ‘그럼 70 넘어서도 감독해야겠네…’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이렇게 그가 인천에서 만들어가는 야구를 지켜보다 보니… 이젠 그가 이끄는 녀석들도 참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들 야구하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고 좋습니다… 마치 제가 계속 이 녀석들을 응원해왔던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구요…
김광현, 정우람, 김강민, 박재상, 조동화, 최정, 이재원, 나주환, 정근우 등등..
한가지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이녀석들이 조금더 그의 지도를 받았으면 하는 겁니다… 그리고 감독님도 이 녀석들을 지도하시는 것을 정말 좋아하시거든요… 이 녀석들 이야기만 나오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시면서 많은 애정을 보이세요… 조금 더 이녀석들이 감독님을 만나서 더욱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제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재계약 큰 걱정은 안하지만…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와 쫌 그런건 사실이네요…
어찌하건간에…
감독님… 늦었지만 다시한번 1000승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조금 더 감독님 야구를 보고 싶어하는 제 욕심 들어주실 거라고 믿습니다…
Go! 김성근!!!
GO! Wyverns!!!
-사진은 와이번스 홈페이지의 사진을 가져왔습니다…-
출처 : sk와이번스 팬퍼스트
|
첫댓글 멋진 글이네요:) 김성근감독님 화이팅입니다.ㅋ
멋진 글이네요:) 김성근감독님 화이팅입니다.ㅋ
좋은 감독이고, 심리전에도 능하지만, 말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찌라시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 요즘은 더더욱 말조심 좀 했으면 합니다.
이런 정성어린 글에 김성근 감독에 대한 호불호를 말하고 싶지는 않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지금껏 소신껏 살아오신 분 이기에 언론 눈치 보면서 쉬쉬할 필요 없습니다.누가 머라고 하든 자기 할 말은 하는 강인함...너무 좋습니다..
누가 뭐라든 자기 할 말은, 이란 것은 무뇌아 정치인들에게도 해당됩니까? 특별히 김성근 '님'에게만 해당되나요??
저도 김성근 감독을 존경합니다. 말 그대로 야신.
껌상민 지금은 어느새 LG에서 뛰고있죠 ㅋㅋ 지금도 싫어하시려나..^^ 참으로 대단한 야구인이죠.
좋아하는 감독님이시고 정말 야구에 관한 열정은 인정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시는 분 같습니다.
저도 이런 야구 내적 측면에서만큼은 존경합니다.
멋진글이네요.
글을 참 잘 쓰셨네요.. BGM 선택도 좋구요..
입이 문제라고 하는데, 입은 두뇌(정신)가 시키는대로 움직였을 뿐입니다. 입만 따로 떼어놓고 말 할 수 있을까요?
그냥 감상문을 적은 팬이 쓴글인데, 그런글에다가 입은 별로라는둥 두뇌가 문제라는둥에 리플을 적어야되나요? 김인식감독 은퇴기사에 투수 혹사시켜서 킬인식이라는등의 이야기를 적어놓으면 좋게 해석이 되던가요? '때와장소가 있습니다' 라는말이 절로 생각납니다.
왜 안 되죠?
은퇴기사 아닌데요? 엄한 예를 들어놓고 왜 열내세요? 님이 쓴대로 "때와 장소에 맞는" 예를 들어야죠. 님 말대로 감상문 적으면 거기에는 찬양댓글만 달아야되겠네요? 글고 입에 대한 이야기는 본문이 아니라 입이 문제라는 댓글이 많아 그에 대해 쓴 겁니다.
신을 대하라고 하는건가요? 그도 사람입니다.
능력이 있는 것과 자기가 몸담고 있는 세계에 대해 공정한 마음을 갖는 것은 별개입니다. 그는 'fair' 한 사람이 아닙니다. 전 그 점이 싫은 거구요.
지나간 일 자꾸 언급하기 싫지만, 서승화나 이성열 등 포텐에 비해 잘 못 하는 선수들이 김성근 감독 아래에서 쭉 지도를 더 받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서승화는 실력이고 뭐고 성질머리부터 개선시켜야 하지만.. 지금의 박경수, 이대형, 우규민까지... 순수 능력만 따지면 스크의 그 어느 선수 못지 않은 좋은 선수들인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