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와 귓바퀴
올봄에 나는 오른쪽 귓바퀴가 따끔거려 무슨 사정일까 궁금했다. 귓바퀴 상단 뒷부분이라 거울 앞에 서도 보이질 않았다. 나중에 통증이 심해 아내보고 무슨 상처가 있는지 살펴보라고 했더니 침침한 눈에 잘 보이질 않는데 피고름이 엉켜 있는 듯하다고 했다. 어디 부딪혀 상처가 날 일이 없었는데 이상하다 싶었다. 집에 비치된 소독약과 연고를 바르고 며칠 지나도 여전히 아려왔다.
처음엔 잠버릇이 옆으로 누워 자 귓바퀴가 짓눌러 그런 줄 여겼다. 그렇다면 여태 한 번도 없던 염증이 왜 이제 나타나는지 의문이었다. 지나간 겨울 추위에 바깥으로 산야를 누빈 활동에서 귓바퀴가 얼어 동상에 걸려 그런가도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렇게 심하게 추운 날도 없었고 영하의 날씨에는 방한모를 썼더랬다. 계절은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무르익어가는 때였다.
이후 귓바퀴 뒤쪽 통증은 집에서 연고를 두 차례 바르고도 나아지질 않아 병원으로 가볼까도 생각해 봤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꼈던 마스크는 점심시간 급식소를 찾아 밥을 먹을 때 벗어야 했다. 식사를 끝내고 마스크를 다시 끼려고 줄을 잡으려다 멈칫 놀랐다. 마스크 줄에 인주와 같은 핏물이 묻어 있어 놀랐다. 내가 통증을 느껴 오던 오른쪽 귓바퀴가 닿는 부분이었다.
그날 오후 보건실로 가 보건교사에게 상처 부위를 살펴보십사 했다. 귓바퀴 상처를 확인하더니 화농으로 피가 살짝 난다고 했다.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어 고마웠다. 마스크 줄이 조이면서 닿은 귓바퀴 부분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며칠 뒤 한 차례 더 보건실을 찾아 약을 바르고 나아지는 듯해 한동안 그냥 지났다. 그런데 그때 상처의 화농이 완전히 낫질 않았던 모양이었다.
지난 오월 어느 날이었다. 고작 귓바퀴에 생긴 염증으로 병원을 찾아 받을 처방전으로 약국에 가 약을 타기엔 시간이 아까웠다. 다시 보건실을 찾아갔더니 보건교사는 상처 부위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한 번으로 낫지 않아 한 번 더 보건실에 들려 치료를 받아 잘 아물었다. 유별나게 내가 얼굴이 커서인지 귓바퀴가 두툼해 그런지 마스크를 오래도록 써서 겪은 현상이었다.
그때 보건교사는 내게 학교에서 주문 제작한 면 마스크를 건네면서 써보라 권했다. 학교 상징 로고가 새겨진 검정색 면 마스크로 향균이 되고 세탁해 재사용이 가능했다. 면 마스크니 귓바퀴가 조이질 않아 착용감이 부드러웠다. 호흡도 편안하고 신축성이 있어 일반 시중 마스크보다 훨씬 좋았다. 한동안 그 마스크를 착용한 덕분인지 귓바퀴 염증은 잘 나아 이제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작년 연초 설날 전후 코로나 뉴스가 간간이 뉴스를 탈 때였다. 새로운 변이 독감 정도로 생각하고 얼마간 유행하다 사라질 줄 알았다. 그런데 코로나는 전 지구적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휩쓸려 갔다. 그렇게 인파가 붐비던 세계 곳곳 공항을 비롯한 여객 운수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각급 학교는 신학기 개학은 전면 연기되고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 그걸 구하려고 긴 줄을 서야 했다.
내 어릴 적 농가에는 일소 주둥이에 씌우는 부리망이 있었다. 가는 새끼를 꼬아 소의 주둥이를 감싸 막아주는 볏짚 공예품의 하나다. 부리망은 소가 논을 갈거나 달구지를 끌 때 한 눈 팔지 못하도록 씌우는 족쇄나 마찬가지였다. 부리망을 씌우면 일소는 체념하고 길섶이나 언덕의 풀을 뜯어 먹을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다. 나는 마스크를 쓴 인간 군상을 보면서 부리망이 연상되었다.
요새 전 국민적 관심사가 코로나 백신 접종이다. 아니 지구상 모든 인류의 문제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몇몇 나라는 마스크를 벗고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부러움을 사고 있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나에겐 코로나로 행동반경을 좁힐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교단생활에서 공인으로서 책무도 있었다. 어제는 일과를 끝내고 예약된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치고 왔다. 21.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