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식 사진 글 산문집 '마구간 옆 고속도로'
저자는 서울대 사대국문과를 졸업한 국문학도였으나 도중에 사진으로 바꿔,
일본대 예술대학에서 사진학을 공부하고 귀국하여 중앙대 예술학과
사진학과 교수를 역임한 분이다.
'마구간'은 말이 사는 집이다. 고속도로와 마구간,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풍물이
나란히 붙은 책의 제목이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이 책은 사라지는 풍경과 사라진 풍물 사진을 중심으로 쓰여졌다.
허수아비, 장승, 쇠똥, 초가, 백의민족, 솜틀집, 연탄, 복덕방, 우물, 상여, 지게꾼,
교복, 갈퀴, 우체통, 하얀 고무신, 외씨버선, 빨래터, 점쟁이들, 길거리사진관,
요강, 고사, 곰방대, 쪽진머리, 징검다리, 교련복, 화신백화점, 골목안 목마타기,
손바닥 논, 재재개봉 극장, 도심의 원두막 등 글의 제목이 모두 그의 사진 작품
이름이다.
저자의 나이도 여든 후반이고 지금 건강 상태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닌 모양이다.
50년 사진 길을 돌아보면서 그가 남긴 옛날 작품들을 생각하다가 이 책을 쓰게
된 것 같다.
이미 사라졋거나 지금 사라지고 있는 풍물들에 대한 그의 애틋한 마음을 나도
공감한다.
사진에 찍힌 일상 생활용품이나 자연 풍경은 모두 지나온 시대와 사회의
상징이다.
기억은 다소 논리적이고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추억은 자기가 보고
느끼고 겪은 일이므로 항상 아름답고 그리운 것이다.
돌아길 수 없는 추억은 언제나 이처럼 쟁쟁하다.
이 책을 읽으면 마치 민속박물관을 돌아보는 심정이기도 하고,
6.70년 전으로 돌아가
고향에서 살아가는 기분이 든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마치 삼국시대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을 것이고,
60대 이후의 독자들에게는 아련한 추억에 잠겨
행복한 표정으로 읽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