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3일 월요일(불기 2559년 음력 2월 25일)
•무문관 690일차 하루 종일 비
■ 증도가
誰無念誰無生(수무념수무생)이라한가
누가 무념이라 했으며 누가 무생이라 했던가
若實無生無不生(약실무생무불생)이라
만약, 진실로 무생이면 나지 않음도 없음이라
喚取機關木人問(환취기관목이문)하라
나무로 만든 허수아비 사람을 불러 붙들고 물어보라
■ 수행기
관세음보살.
감포도량의 무일선원 무문관은 포행 마당이 있어서 좋습니다. 전국에
서너 곳의 무문관 수행처가 있지만 포행 마당 겸 정원이 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합니다. 다른 무문관에서 정진할 때 포행 공간의 부족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2014년, 처음 여기 무문관을 세울 때
이 점을 감안하였습니다. 포행 공간의 울타리는 피죽으로 세워서
자연 친화적인 분위기로 하였고, 높이는 4m로 높게 해서
일체 월담이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옆방과의 언어소통도 안 됩니다.
마당 한가운데 서면 보이는 것은 하늘뿐입니다. 하늘은 보통 맑고 맑습니다.
하늘은 때로 구름을 안고 여유롭습니다. 하늘은 어쩌다가 빗줄기를 뿜어댑니다.
하늘은 본래 무념, 무생으로 천진난만한 사람, 티 없이 맑은 수행자를
연상케 하다가 생각이 없지 않고, 나지 않음이 없음을 보여주듯
때로는 구름을 일으켜 시인이 되기도 하고 가문 날에는 감로비를 내려
보살의 손길도 됩니다. 그래서 하늘입니다.
하늘이 맑아도 날씨 좋다 하고, 구름 끼어도 날씨 좋다 하고,
비 내려도 날씨 좋다, 맘에 든다 합니다. 맑음 그것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진실로 좋은 하늘이라면 적당한 조화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자리도 그러합니다. 무념, 무생도 좋지만
그 위에서 신명나게 춤추는 주인공의 활동이 있어야 참된 무념, 무생이 됩니다.
만약, 무념 무생 자체로서 큰 의미를 부여하고 큰 의미로 생각한다면
차라리, 돌덩이, 나무토막이 낫습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꼭두각시놀음하는 기관목인 즉, 나무로 만든 허수아비 사람이
더 훌륭하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불교는 수행자를 기관목인처럼
되기를 바라는 수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닙니다.
나는 여기서 2주일에 한 번씩, 토요일마다 시자를 통하여 사찰의 대소사를
보고받고 점검합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이것이 수행에 방해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감포도량의 장 ‧ 단기 불사도 지시를 하는데,
내공에 바탕을 둔 안목이다 보니 뒷실수가 없고 결과가 정확합니다.
최근에 와서 오죽, 구지뽕, 돌복숭아의 식재가 있었고 지금은 범종불사가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는 사경명상보은탑, 실버타운을 만들 계획입니다.
선지식들이 무념, 무생을 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수행자는 여기가 종착역이 아님을 깨달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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