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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 슬레이어. 이름없는 귀족.
"카이젠......?"
맙소사 카이젠!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것이냐!!!
나는 입을 헤- 벌리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체 옷을 들고는 멍하니 서 있었다.
"잠깐잠깐! 그게 아니잖아 오빠!"
웬 10살 짜리 금발의 꼬맹이가 카이젠 보고 오빠라고 부른다. 세상 참 말세지. 카이젠! 이젠 어린애를
꼬신...거가 아니라! 왜 저런 녀석의 명령을 듣고 있는 거야! 기분 나빠!
"끄응...그럼 어떻게?"
"좀 더 박력있게! 몸 동작도 크고 화려하게!"
"그럼 실용성이 떨어질......"
"필요 없어!!!"
...목소리 하나로는 드래곤 로드 감이군. 내 아이야 기세에 찍 눌린 거 같고...프리아야 목소리가 워낙
드세니 할 말을 잃은 거 같다. 굉장한 인간 계집...이라고 감상할 때는 아니다! 저 쬐끄만 인간 꼬맹이가
감히 내 아이한테 이래라 저래라 명령을 해?
내 아이한테...나 만의 아이인데......
"응? 그러고 보니......"
이국적인 다갈색 눈동자에 리센트라 녀석이랑 같은 금발...설마?! 저 꼬마가......
"유리나 란느 리버시스트? 그그, 약혼한다는 그 황녀? 저 목소리 드래곤 로드 감이......?!"
저런 쬐끄만 꼬맹이가 약혼을? 허허...인간들은 언제 봐도...아아 물론 나야 상관은 없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나의 아이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말은 즉, 나는 내 아이가 저 꼬맹이의 명령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내 일에 상관이 있다는 뜻도
된다.
내 아이와 프리아는 이상한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저 검은...암살자들이나 사용할 법한 단도...
대체 내 아이에게 무슨 짓을 시키는 거냐!!!
그리고 그 뒤에 벌어지는 일은 차마 내가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물론 두 눈 다 똑바로 뜨고 전
부다 봤지만......
* * *
"오빠. 이제 그럼 다시 해 봐."
유리나의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저기 유리나...꼭 이래야 되?"
"물론이지! 내가 그 약혼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이거 뿐이야!"
'정말 그럴까?' 라는 표정으로 나와 프리아는 유리나를 바라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데...
유리나가 나에게 부탁한 것은 다름아닌 자신을 '납치' 해 달라는 것이었다.
유리나가 말하기를......
"오빠와 저 애가 변장해서 날 납치하면 분명 그 얼간이 약혼자는 날 구하러 오지도 않을 거야. 그렇게
되면 약혼은 취소되고, 아버지께서는 용사를 모집하겠지. 나를 구해 줄 용사를 말이야! 그리고
그 용사가 날 구하면 난 그 용사와 결혼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답해 주었다.
"그 용사가 엄청나게 못생긴, 그러니까 약혼자보다도 못생긴 추남이라면?"
"그...그럴 리가 없어! 용사들은 다 잘생겼단 말이야!"
이 말을 들은 프리아가 한 방 먹여 주었다.
"동화책을 너무 많이 읽었군요. 하지만 동화 속 세상과 현실 세상은 반대랍니다."
이 말을 들은 유리나는 잠시 패닉상태가 되었지만 예의 그 엄청나게 큰-황제감 목소리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시끄러워! 내가 맞다면 맞는 거야! 그런 건 나중에 가서 생각하면 되는 거고 일단은 연습부터 해!"
"무슨 연습......?"
"날 납치하려면 일단 변장을 해야하잖아. 그리고 대사도 연습해야지. 아 물론 포즈도!"
무슨 변장, 무슨 대사에 무슨 포즈란 말인가?!
어쨌거나 나는 유리나의 부탁대로 공주를 납치하는 나쁜 악당 역을 맡게 되었다. 대사는 꼭 정의의
용사 같았지만......
"자! 그럼 다시 시작한다! 준비...시작!"
일단 풀숲에서 멋진 포즈로 튀어 나온다. 점프를 한 다음 -유리나의 말로는 신비한 이미지를 부각시키
기 위해, 옆으로 살짝 돌아 얼굴의 3분에 1만 보이게 한다.(어차피 복면써서 눈 밖에 안 보일 텐데 참
가지가지 한다고 생각한다.)
자 여기서 대사 시작-!
"찬란한 빛을 꿈꾼다."
프리아의 고운 미성이 들렸다. 지금 프리아를 안으면 또 귀가 고문(?) 당하겠지?
"비록 음지에 있지만 언제나 정의를 구현하는 우리들은-!"
"이번엔 꼭 성공해야되! 여기가 제일 중요하단 말이야!"
유리나의 목소리가 들리자 프리아는 조용히 가벼운 동작으로 하늘의 여신에게 바치는 성호를 그었고
나는 눈을 감았다. 그래...딱 한 번만 눈 감고 하자.
"눈 뜨고 해-!"
젠장.
이번 동작은 안무와 포즈,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들은-!"
"화이팅!"
"검은 깻잎단-!"
큭...그리고 다음 동작......
뒤에 달려 있는 주머니에서 신속한 행동으로 깻잎을 꺼내 머리에 붙인다.
척-
물론 깻잎 뒤에는 간단한 부착 물품이 달려 있어서 쉽게 떼었다 붙일 수 있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 멋진 포즈로 서로 뒤로 등을 돌려 서 있는 다음 날카로운 눈빛 공격~투두두두!(...)
짝짝짝-
"멋졌어! 이번엔 완벽해-!"
유리나. 넌 좋았을 지 모르지만 난 절대 아니야! 게다가 유리나 이 녀석은 꽤나 오랫동안 준배해 왔었
던 듯, 설명을 끝내자 마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깻잎과 검은 옷 같은 것을 준비해서 척 내놓았었다.
아아 쪽팔려...이 짓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하라고?
"왜 하필 다른 멋진 이름도 많은데 검은 깻잎단 이란 거냐......"
제일 이해 할 수 없는 단 이름이었지만 유리나는 주절주절 막히지도 않고 설명을 늘어 놓는다.
"우선 '검은' 은 음지에서 활동하는 어두운 이미지를 강조시키고, 깻잎은 주로 평민들이나 먹는 나물이
잖아? 난 거칠어서 못먹겠더라. 어쨌거나 평민들이 먹는 깻잎은 거칠고 끈기를 보여 주잖아? 그래서
깻잎 먹는 건 싫지만 깻잎 근성은 개인적으로 맘에 들거든 그래서......"
아아 그래 너 잘났다...쳇, 프리아가 불길하게 느꼈을 때 부터 그만둬야 하는 거였어. 볼에 뽀뽀 받았다고
정신이 훼까닥 돌아버리다니...언젠가 반드시 이 고질병을 고치고 말테...가 아니라...이거 고치면 프리아
가 귀여워 보이지 않으면 어쩌지?
이런 쓸데 없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쿡쿡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쿡...쿡...크하하하!!!!!"
이익-! 가뜩이나 쪽팔린데 누구야!!!
"엉? 베델?"
그렇다. 좀 멀리 떨어진 데서, 그러니까 아까 내가 나왔던 일명 뚫린 복도 한 가운데서 베델은 무언가를
들고 있는 채로 대굴대굴 구르며 웃고 있었다.
"끅끅...크하하하!!! 검은 깻잎단이레 검은 깻잎단...푸하하하!!! 깻잎을 머리에 붙이고...히끅...히끅......"
웃, 쪽팔려! 베델! 그걸 전부 다 봤단 말이냐!
"검은 깻잎단이 어때서어-!!!"
으악- 우렁찬 소리! 유리나의 외침에 나와 프리아는 귀를 막아야만 했다.
유리나의 외침이 끝나자 마자 베델은 갑자기 얼굴 표정이 싸악 바뀌어 가지고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걸어서 자신을 한껏 노려보고 있는 유리나를-예의 그 깔보는 듯한 눈길로 바라 보았다.
피식-
엥? 베델이 웃어? 아냐! 저건 비웃는 거야......
"목소리 하나로는 드래곤 로드 감인 인간이라......"
쿨럭...나는 황제감, 베델이 생각하기에는 드래곤 중 으뜸인 드래곤 로드라고 생각했나 보다. 사실대로
유리나의 목소리는 엄청 크다.
"뭐야! 그 깔보는 눈길은! 내가 인간이면 너는 뭔데! 목소리 커서 니가 보태 준 거 있어?"
그리고 대단한 저 깡...베델이 저런 시선으로 바라보면 황제도 벌벌 떤다는 것을 아는 내가 유리나에게
마음 속으로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있을 때 베델이 갑자기 날 돌아보며 말했다.
"카이젠, 니 예복 가져왔어."
그리고는 바닥에 나뒹굴어져 있는 파란색 물체를 가르켜 보았다. 저게 예복? 안더러워 졌으련지......
베델도 생각은 비슷했는지 웅얼거렸다.
"음...세탁은 나중에 하고...일단은 잘 맞는 지 봐야하니까 입어 봐."
"응...프리아 가자. 유리나 나중에 보자~"
내가 유리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유리나가 갑자기 무언가를 슥 내민다.
그것은......깻잎이었다......
"지금 입고 있는 옷 입고 오는 거 잊지 말고, 깻잎 붙이는 것도 잊지마!"
"......"
"대답이 없다!!!"
"아...알았어......"
"핏- 잘가~ 나중에 봐."
아아 귀여워~ 저 미소가 정말......
"주인님? 저랑 있다가 잠시 이야기 좀 하시지 않겠습니까?"
뜨끔-!
프리아의 냉기가 폴폴 풍기는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쪽팔렸고 나한테 화가 난 모양이다...오 신이시여!
저를 구원하소서!
* * *
카이젠과 프리아가 가자 유리나도 가려는 듯 몸을 돌리려다가 아직도 하나의 시선이 자신을 붙잡고 있
음을 깨닫고 베델을 바라 보았다.
"응? 너는 안가?...헉!"
어느새 그 작은 꼬마가 있던 자리에는 환상적인 외모를 가진 긴 장발의 남자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서 풍기는 기운은...유리나가 처음 느껴보는 죽음의 공포였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움직일 수 가 없었다.
한 걸음, 한 걸음......그가 다가 올 때 마다 유리나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죽음이 다가 오는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한 번만 더......"
마침내 그가 자신의 귀에서 속삭일 때는 전신이 마비되어 기절할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기절은 하지 않았다. 공포가 너무나도 컷기에 정신이 맑고 또렷했다.
"나의 아이에게...이래라 저래라 하면...'약혼' 을 하기도 전에 죽을 줄 알아라...마음 같아서는 죽이고
싶지만...(유리나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내 아이가 그건 싫어할테니 넘어가도록 하지...알아들었지?"
풀썩-
"쳇. 기절해 버렸잖아."
어느 새 죽음을 느끼게 하는 공포도 사라져 버렸고 베델만이 남아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뭐, 카이젠이 싫어하기도 하고 나도 조금은 재밌었으니 넘어가기로 하지 뭐. 하지만 진짜로 파티에서
그런 짓 하면...음음...재밌으려나?"
피식 피식 웃으며 깻잎을 머리에 붙이는 카이젠을 상상하는 베델이었다.
첫댓글 으흐흐흐-ㅇ- 너무 재밌다요옹-
헤헷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엄청난 압박의 검은 깻잎단.. 쿠쿠쿡..;
제가 다시 봐도 압박이라는-ㅅ-ㅋ
아악... !! 검은 꺳잎단 이외에는 .. 재미가... 재미가..ㅠ _ㅠ.....우우..재 재미..ㅠ _ㅠ.. ////////오타 수정이요 "오빠와 저 애가 변장해서 날 납치하면 .... ㅡ> "오빠하고 저 여자(일단 공주보다 크니까...아니면 그대로 그 애라고 하셔도 별 상관이..)가 변장해서 날 납치하면.. <ㅡ... 그닥 오타랄것도 없지만.. 어휘상 약간 안맞는것같아서.. 하하.. 오빠와는 반드시 고쳐주십사하는...ㅋㄷ....////
근데요 주인공쌔여쌔여??????????난주인공 쌘거가 잼뜬데 ㅋㅋ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