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꿈
임승현
바람 잘 날 없는 물속을 아무리 들여다본들
돈이 보일까 만은 돈 줍는 꿈처럼 깨고 싶지 않은 꿈은 없었고
호주머니가 터져 차비를 잃어버려 캄캄한 밤 상여집 앞을 지나다
귀신 울음소리에 도망치거나
훈련소 매점에서 남들이 먹고 있는 빵 냄새를 맡다가
침을 삼키는 꿈처럼 깨고 싶은 꿈은 없었다
지금껏 꿈보다 해몽이라고 여겼지만
내 꿈은 팔자소관을 거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나에게도 평생 딱 하나 믿을 수 있는 꿈이 있는데
그 꿈을 꾸는 동안은 더럽고 굴욕스럽지만
그날은 매 마른 영혼에 물비늘이 일었다
일등병이 해안 경비 중, 살이 찢어지는
한풍을 막아내기 위해 다섯 벌이나 되는 거지 옷을 벗다가
종종 똥을 싸버린 보상으로 몇 만원이라도 꼭 들어왔고
아애 똥통에 빠져 버릴 땐 몇 십 만원이 꼭 들어 왔다
한데 대장암 수술을 받고 난 후로는
그런 꿈은 두 배나 자자졌지만 맨 날 허탕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저물어야 그 날개를 편다했다
다시 꿈보다 해몽을 더 잘하자
이제 똥 꿈을 꾸지 않아도 평생 내 발목을 붙들 돈이 들어오려고
바닥을 치는 징조임에 틀림없다
이제껏 나갔으니 들어 올 일만 있다
노을빛은 황혼 때 가장 아름답지 않은가
첫댓글 꿈은 별루로 시작해서 끝이 희망적이라서 너무 좋습니다^^ 내내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봄햇살 같은 귀하신 발걸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멋진 주말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그렇습니다. 노을빛은 황혼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복된 나날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