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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훈아.
진솔아.
2024년 10월 5일.
'밀리토피아 호텔'에서 수많은 하객분들을 모시고 너희들은 부부가 되었다.
앞으로 길게 이어질 너희들의 빛나는 인생.
그 삶을 규정짓고, 결정하는 건 바로 너희들 자신이다.
그러므로 너희들의 삶을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기준에 맡기지 말고 너희 둘만의 컨셉과 원칙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나는 윤 여사와 1990년에 결혼하여 지금까지 34년째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단다.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언제나 헌신, 열정, 봉사를 염두에 두면서 살았다.
그러나 가정 안에서는 언제나 '소.공.추'가 내 삶의 모토였다.
결혼생활의 성공여부는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나는 바로 '소통, 공감, 추억'이 바로미터라고 생각했다.
진솔이는 잘 알거라고 믿는다.
그 첫번째가 '추억 만들기'였다.
나는 지금까지 34년째 매일 새벽에 기상하여 새벽 기도나 묵상의 시간을 갖고 있는데,
그 '큐티시간'의 단골 기도제목도 역시 소.공.추였다.
부부가 긴 인생길을 함께 가는데 차근차근 둘만의 추억을 엮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가족 4명의 영혼을 친밀하게 이어주는 교집합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 부부는 록키, 알프스, 티벳, 텐산, 차마고도 등 해외 고산이나 격오지를 많이 다녔다.
국내에서도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치악산 둘레길, 해파랑길 등을 트레킹으로 완주했고 지금은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도전 중인데 어느새 96산을 완등한 상태다.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간 것이 아니라 언제나 아내와 단 둘이서, 아내의 손을 잡고, 오순도순 숱한 대화를 나누면서 진행했다.
내년에 100대 명산을 완등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섬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대한민국에서 부부 중심으로 보았을 때 최고의 부와 명성을 쌓지는 못했지만 최고의 추억을 엮으며 살았다고 자부한다.
노후에 우리 부부가 추억을 반추하며 기쁨을 곱씹을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 결혼생활이 우리에게 준 큰 선물이었다.
이제 너희들은 한마음, 한영혼이 되었으니 늘 함께 웃고 울며 순간 순간을 멋지게 살기 바란다.
나중에 돈이 모여지면, 부서를 옮기면, 지위가 올라가거나 상황이 나아지면 그때 멋진 프로젝트를 수립하여 진행하자고 얘기하지 말고 그때 그때 부부가 함께 할 수 있는 추억만들기를 찾아 꾸준하게 엮어가길 소망한다.
매 순간 '카르페 디엠'이다.
인생에 '황금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며 현재를 충실히 살면 그게 바로 황금기란다.
자연은 자연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문화는 문화대로 고유한 모습과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에 여행이야 말로 새로운 경험과 깨달음을 얻는데 최고의 스승이 아닌가 한다.
너희들이 열심히 살면서 번 돈으로 멋진 경험과 추억을 쌓는데 요긴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
이것이 가족이란 이름표를 달고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이며 가족을 위해 쓰여지는 '돈의 효용가치' 중 으뜸이라고 믿는다.
운동, 여행, 문화행사, 추억만들기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최고의 투자'다.
그런 과정속에서 가족간에 공감과 사랑이 싹트고 무럭무러 자라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두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첫번째 당부다.
두번째는 '소통과 공감'이다.
이것이 결혼생활의 핵심이다.
먼저 진솔에게 당부한다.
여자는 남자가 결혼하면 변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에 반해 남자는 여자가 결혼 후에도 변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대와 착각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게 된다.
수십 년을 함께 가는데 안 싸우는 부부는 없다.
언젠가 미국 '버클리대' 심리학과 교수인 <리안 블로흐 박사팀>의 연구 보고서를 읽어본 적이 있었다
그 보고서에 따르면 부부가 오래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데에는 아내의 성격과 자질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다.
세상 모든 커플은 부부싸움을 하는데, 싸움 이후에 아내가 빨리 평정심을 되찾고 대화를 시도하며 분위기를 매끄럽게 조성하는 부부는 끝가지 행복하게 가정을 유지했다.
다툼 이후 남자가 먼저 대화를 시도할 때에도 아내가 응대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남편의 어떤 노력도 오바로 간주되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었다.
부부 사이의 '감정적 주도권'은 대개 아내에게 있었다.
그래서 결혼생활 만족도도 아내의 성격과 품성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너희들도 지금은 서로를 뜨겁게 사랑하지만, 살다보면 사랑도 루틴이 되고 부부싸움을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툼 이후에 진솔이가 먼저 감정을 잘 추스르고 창훈이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이것이 각종 연구 보고서의 결론이란다.
설령 다툼 이후에 창훈이가 먼저 대화를 시도해도 그걸 오바로 간주하지 말고, 마음을 다해 니 남편을 이해해 주고 수용해 주는
'역지사지하는 습관'을 잘 길러야 한다.
진솔이 네가 결혼생활을 영위하면서 언제나 어질고 현숙한 아내가 되어주기를 아빠는 진심으로 기도하고 있다.
현진솔, 자신있지?
창훈아.
우리 부부의 현실을 얘기해 주마.
네 장모님인 윤미자 여사가 항상 나에게 핀잔을 많이 한다.
내가 지금 환갑이며 결혼 34년째다.
당신은 왜 이렇게 단순무식하냐고.
왜 이렇게 직진을 좋아하냐고.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그렇게 미친듯이 뛰기만 하느냐고.
아무튼 연애 8년 포함하여 41년째 한 여자로부터 숱하게 핀잔을 듣고 있다.
내가 30-40대엔 성질도 부리고 마누라에게 지지 않으려고 치열하게 싸우기도 했었다.
그런데 지천명에 전후에 철이 들고 보니 아내 말이 100% 맞더라.
내가 어리석었다.
힘만 쎄고 목소리만 컸지 삶의 지혜와 통찰이 한참 부족했음을 알았다.
많이 반성했다.
새벽마다 기도하며 나를 고치려 노력했다.
그 이후엔 아내의 충고가 잔소리가 아니라 '탈무드'임을 알았고 '잠언'으로 바뀌더라.
내가 어리석었음을 깨달은 이후에 나의 행동도, 아내와의 소통과 공감도, 우리 부부의 행복과 추억만들기 등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감사가 흐르기 시작했다.
결혼생활은 배우자와 원활하게, 재미있게, 긴밀하게 소통하며 깊게 공감하는 것이 행복도와 만족도를 훨씬 더 끌어올려 주는 인생의 핵심임을 살다보면 깨닫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멋진 사위, '손창훈 소령'은 장인인 나보다 더 젠틀하고, 덜 단순무식하며 더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니
너희 둘만의 스윗홈을 잘 꾸려가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집에서 큰 소리가 날 때는 집에 불이 났을 때 뿐이어야 한다.
우리 손창훈, 자신있지?
세번째로 당부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
결혼 후에 새 생명이 태어나는 건, 이 세상을 더 영속시키기로 마음 먹으신 신의 결단이자 은총이다.
그래서 출산은 세상의 영속과 건재를 담보하는 신의 뜻이란다.
너희들도 이 거룩한 신의 뜻에 이견이 없으리라 믿는다.
지금은 21세기, 디지털 시대이고 AI 시대다.
'국영수' 보다는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능력, 서로 협력하며 공감하는 자질이 훨씬 더 중요해 졌다.
지금까지는 애들의 공부를 위해 '놀이터'를 희생시키며 키웠는데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학원 순례'보다는 많은 경험을 통한 사유의 힘 그리고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새로운 세상에서도 잘 적응해 나갈 수 있는 혁신의
DNA가 중요해 졌다.
이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놀이터'를 돌려주자.
소설, 만화, 영화, 음악, 사랑, 도전, 모험 등을 막지 말고 더욱 권장하며 키워야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과감하게 떠날 수 있도록 뒤에서 적극 돕고 지원하자.
나도 너희들의 자식인 손주들을 데리고 5대양 6대주를 향해 자주 떠나려고 마음 먹고 있다.
몇 년 전부터 그런 목적을 위해 ETF에 도토리도 차곡차곡 쌓고 있다.
나의 인생 2막에 남게 될 도토리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그 도토리의 5할 이상은 바로 이 부분에 쓰려고 한다.
우리 부부도 팔을 걷어붙이고 손주들과의 소.공.추를 위해 열심히 백짓장을 맞들 테니 너희도 출산, 육아에 대한 걱정을 내려 놓고, 이 세상을 영속시키기로 결단을 내리신 신의 뜻대로 자식을 많이 낳고 건강하게 키우기 바란다.
할아버지인 내가 데리고 떠나는 손주들과의 첫번째 추억만들기는 현진솔이가 어렸을 때와 동일할 것이다.
현진솔 4살, 현한솔 3살 때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한라산' 정상에 올라갔듯이, 대한민국의 최고봉인 한라산 산신령님께 우리 예쁜 손주들의 인생을 잘 부탁드리며 아뢰러 갈 예정이다.
손주들과 대한민국 구석구석,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면서 해병대 스타일로 어린 자식들을 개고생 시키는 것 아니냐고 투덜대지 말거라.
너희들도 지금까지 수많은 도전과 체험 속에서 아무 사고 없이 잘 자랐듯이 손주들도 '결핍' 속에서의 '역경지수 함양'이라는 삶의 기본적인 개념을 온몸으로 체득하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해병대 특수 수색대 출신인 현기욱, 현재 육군 소령인 손창훈, 육군 대위출신으로서 현재 국방부 소속 6급 군무원인 현진솔, 그리고 너의 동생으로서 해병대 기습특공대 출신인 현한솔까지 우리 가문의 피와 DNA가 어디 가겠느냐?
손주들도 땀과 눈물의 의미를 잘 알게 될 것이며, 그 속에서 헌신과 봉사 그리고 나눔의 인생을 살게 되리라 믿는다.
자기 논에만 물을 대기 급급한 '아전인수'형 인간은 이 급변하는 AI시대에 점점 적응하기 힘을 것이다.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루며 새로운 '가치창출'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21C에 적합한 인재상이다.
우리 손주들이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광활한 대지를 바라보며 크게 사유하고, 크게 행동하는 청년들로 잘 자라주기를 기도하고 있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들을 생각하며 기도한다는 게 좀 이상하긴 하구나.
사실은, 손주들이 청년으로 성장할 때가지 내가 이 땅에 살아 있을지 이미 하늘나라에 가고 없을지 그것도 알 수 없는데 말이다.
생명의 주관자는 신이고, 생노병사는 신의 영역임을 고백한다.
미래는 잘 모른다.
하지만 오늘 묵묵하게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성실한 생활인의 자세로 깊게 사유하며 세세하게 주변을 챙기는 그런 할아버지가 되고자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너희 두 사람에게 세 가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젠 클로징 멘트를 쓰고 마치려 한다.
진솔아.
아빠에게 딸이란 어떤 존재인지 아니?
오늘의 네가 있기까지 우리 가문엔 수많은 여성들이 계셨다.
증조 할머니, 할머니, 그리고 엄마인 윤 여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성들의 사랑으로 계승되어 너에게까지 다다른, 그런 순결하고 지고지순한 '여성성'의 '총합'이 바로 너란다.
그런 극진한 사랑과 보살핌의 영속성을 통해 네가 태어났고 건강하게 잘 성장했기에, 아빠에게 결혼하는 딸의 존재는 정녕 눈물겨운 '애뜻함의 결실'이다.
또한 내 아내이자 니 엄마인 윤 여사의 온전한 과거요, 온전한 현재이며 온전한 미래가 바로 너란다.
아빠에겐 예쁜 너를 살포시 포옹하기에도 아까웠던, '사랑과 소망의 결정체'였다.
그랬던 너를 이제는 대한민국 육군에서 가장 멋지고 당당한 얼혈남아 '손창훈 소령'이 너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하면서도 정말로 기쁘고 자랑스럽다.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아다오.
새롭게 아들이 된 듬직하고 잘 생긴 창훈아.
진솔이가 사돈댁의 딸이 되었지만 너 또한 우리집의 아들이 되어 주어 고맙다.
같은 남자로서 내가 보기에 너는 준비된 청년이었고, 겸손하며 배려심 깊은 남자 중의 남자였다.
긴 인생길을 가다보면 성공도 있지만 실패도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게 인생이다.
나도 한동안 어둡고 위태로운 산비탈에서 눈물을 삼키며 버틴 적도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남자의 길을 말이다.
남자는 때때로 깎아지른 절벽을 외롭게 넘나드는 한 마리의 '산양'같은 존재임을 알았다.
아버지의 술잔엔 눈물이 반이라고 했다.
너도 곧 자식을 낳을 것이고, 언젠가는 귀엽기만 한 그 녀석들을 잘 키워 이 세상에 내보낼 때가 있을 것이다.
니가 니 가정을 이끌며 망망대해를 항해하다 보면 너도 어느날 산비탈에 홀로 서있는 한 마리의 '고독한 산양'처럼 느껴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날엔 나에게 연락하거라.
너와 나, 사내들끼리 한 잔 하자.
우리의 술잔에 눈물 대신 심심한 위로와 따뜻한 격려주를 가득 따라서 힘차게 건배해 보자.
창훈아.
진솔아.
결혼은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평생을 사랑하기로 결심이 섰기 때문에 하는 것이기도 하다.
만에 하나 너희 부부 사이에 아픔과 실패가 있고,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었을 때 설혹 병마가 찾아올지라도, 그리하여 온갖 팍팍한 현실이 너희들의 사랑을 증발시켜 버릴지라도 한번 사랑하기로 결단했다면 끝까지 사랑하고 배려하며 살아라.
그것이 결혼이란다.
결혼은 사랑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향한 '굳은 맹세'의 출발점이기도 하지.
환경이나 상황논리에 기대지 말고 서로의 순수한 마음과 영혼에 기대서 살아라.
환경은 무시로 변할 수 있다.
그러나 너희들의 반듯하고 순수한 영혼은 어떤 비바람에도 풍화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팁 하나 더 부연하자면, 결혼은 같은 배우자와 여러번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서로 갈등하다가 사랑에 빠지고, 서로 싸우다가 다시 사랑에 빠지면서 백년해로하기 바란다.
기러기가 4만 킬로 이상을 날아갈 수 있는 건 함께 날기 때문이다.
먼 거리를 날아가는 내내 서로 쉼없이 소통하고 격려하며 긍정 에너지를 주고 받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제 너희도 부부가 된 이상 소통과 공감을 위해 서로가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부부의 종교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지만 둘이 신봉하는 믿음의 교집합은 첫째도 소통과 공감, 둘째도 소공, 셋째도 소공임을 항상 마음판에 새겨주었으면 좋겠다.
너희도 사람이니까 열심히 뛰고 달리다 보면 어쩌다 한번쯤은 '세상의 속도'에서 비켜서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따뜻한 정과 위로가 그리울 땐 우리에게 찾아오거라.
우리가 너희들에게 초록을 움틔우는 '생명 에너지'가 되어주마.
너희들이 시간을 더 낼수 있다면 , 어느 날 문득 추억의 저편에서 손짓하며 부르는 '힐링의 땅'으로 함께 신명나는 여행을 떠나보자.
모든 여행 준비는 우리가 할 테니 너희는 빈 몸으로 오거라.
너희들이 편히 쉬면서 재충전할 수 있도록 넓고 울창한 숲을 가꾸며 기다리고 있으마.
사랑한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라.
브라보.
2024년 10월 5일.
두 청년들의 행복한 결혼식을 생각하며 아빠가 쓰다.
첫댓글 감동적인 축사였습니다.
해병대 수색대 출신의 목이 메이는 장면은 정말 보기 힘든 모습이었습니다. ㅎㅎ
다시금 축하드리고
아빠의 당부처럼,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보고 자란만큼
둘이서 함께 출발하는 한 쌍이 멋진 결혼생활을 하리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