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터키주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화장실을 청소한 적이 있었다.
외국 학생들의 주머니가 썰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학교에서
일(job)을 마련하여 주었는데 내게는 화장실 청소가 배당된
것이었다.
변소를 청소하게 되니까 수치심도 생기고 공연히 눈물이 왈칵
떨어지기도 했다.
양반나라 족보있는 집 자식이라 그랬던가. 더군다가 여학생
화장실을 청소할 때에는, “내 참, 꼭이 짓을 해야만 하나”
하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한숨과 섞여 나오곤 했다.
그래도 열심으로 닦았다. 옛날 중학생 때에 교장선생님께서
하신 교훈의 말씀까지 되새기며 있는 정성을 쏟았다.
“화장실이 그 나라 문명의 척도이다.
문명국가일수록 화장실이 깨끗하고 야만국가일수록
화장실이 더럽다.
서양에 갔다 온 사람의 말을 들으니 그 나라에서는 화장실이
부엌보다도 더 깨끗하다 하더라.”
교장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했을 때에는 우리는 모두
거짓말이라고 했다.
변소청소 잘 시키려고 꾸며낸 말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 미국 사는 우리들에게는 화장실이 부엌보다 더
깨끗하다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다.
어떻든 처음에는 화장실 청소를 몇 번이나 다시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연습한 실력으로 열심히 쓸고 닦은 것이다.
하지만 학교건물관리를 맡은 미국 사람 눈에는 수준미달이었다.
다른 데를 청소한 친구들은 쉽게 통과가 되는데, 화장실만은
유독 그 심사가 까다롭기만 했다.
변소간에서 자란 돼지고기를 더 맛있게 먹던 놈이라 그랬던가.
약품을 뿌려 가며 변기를 여러 번 닦고, 파란 불이 나오도록
약품을 매달고, 비눗물,화장실, 종이수건, 일 볼 때에 깔고
앉는 종이 등을 구비하고, 여자화장실에는 여자용품까지
재고가 넉넉하도록 채워 놓아야만 했다.
그리고 바닥청소는 그냥 누워도 좋을 만큼 깨끗이 걸레질을 했다.
물기간판(wet sign)을 놓아두는 것이 마지막 손길이었다.
“미스터 리는 앞으로 목회 잘 하겠소. 목회는 인간영혼에
있는 더러운 죄악을 씻어주는 것인데 화장실 청소 하듯만
하면 아주 잘할 것 같소.”
교회에서 집사라는 미국 할아버지가 화장실 청소를 점검하면서
하는 말이었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한다더니 신학을 제법 많이 알고 있었다.
그것도 실천신학이었다.
어떻든 ‘목회는 화장실 청소’라는 간판 하나를 안고 신학교를
졸업했다. 화장실 청소학도 우수한 성적을 얻은 셈이었다.
그 덕분에 오늘날까지, ‘목회는 영혼 청소, 교회는 영혼세탁소’
라는 신학으로 목회를 하고 있다.
온라인 교회 목사님 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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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목사님들 너무 존경스러워요...가정에서 저도 목사님이고 싶군요...사랑이 많아야 할텐데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