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내가 키우면 안돼?
예술작품은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때론 스메타나의 음악으로, 때로는 알베르히트 뒤러의 그림으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Kramer vs. Kramer, 1979)>는 1970년대 뉴욕에서의 삭막한 도시생활과 여성의 사회 참여도가 높아짐에 따른 전통적인 가정의 분열에 대한 모습과 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으로 크레이머 부부가 등장한다. 쉽게 말하자면 미국판 사랑과 전쟁이라 비유할 수 있겠다.
광고업체에서 일하던 남편 테드 크레이머는 승진과 직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일에만 매달려왔다. 그러나 그의 무관심과 육아에 대한 책임으로 자신의 일을, 자신만의 꿈을 펼치지 못하던 아내 조안나 크레이머는 이웃 마가렛의 충동질로 집을 떠나버린다. 자신이 그토록 갈망하고, 맡기 위하여 노력해왔던 Mid Atlantic이라는 대기업과의 프로젝트를 드디어 맡게 되자, 그 기쁨을 그의 아내와 나누기 위해 집으로 간 그는 그녀에게서 들은 아내의 청천벽력과도 이별 소식에 해보지도 못하던 육아를 맡게 된다. 초보 아빠, 아니 어떤 부모라도 다 그러듯이, 토스트를 태우고, 아들 빌리 크레이머와의 약속에 늦고, 수다를 떨다가 빌리가 정글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여 눈을 다치게도 하지만, 그 멀리 떨어진 응급실에 빌리를 둘러업고 달려가 치료를 받고 새벽까지 밤새어 보살피면서 있는 정성 없는 정성 다해 아이를 돌본다.
어느 덧 살림에도 적응하고, 비록 힘들지만 잘 살고 있는 도중 어느 날, 이별한지 18개월이 지나 기억도 가물가물할 새에 도망갔던 무책임한 그의 옛 아내 조안나가 다시 찾아와 대뜸 말한다. “빌리는 내 아들이야.” 테드에게서 돌아오는 말은 드라마 한번이라도 본 사람은 당연히 예상하듯이, “안돼.” 이 한마디에 결국 육아 소송까지 이어지게 된다. 테드는 이 소송으로, 아니 빌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이 직장생활을 모두 바쳐 맡게 된 Mid Atlantic과의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직장에서 해고당하게 되고, 연봉이 5000달러나 더 적은 회사에 취직하게된다. 그런 그를 보며 그의 변호사는 “육아에 대한 장점과 단점을 한번 써 보고 신중히 결정하세요.”라는 말을 하지만, 종이에 장점을 백지로 놓아 둔 상태에서 “돈, 사생활 없음, 사교 생활 불가능, 일에 지장, 휴식 없음”이라는 단점만을 빽빽이 채워도 마지막에 그가 쓴 말은 “Never Give up!(절대 포기못해!)”
심판의 날이 되었다. 아이의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이렇게도 해보고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였으나 결국 판사에게서 돌아온 편지는 “조안나”의 승소가 써진 종이였다. 테드는 항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지만, 변호사가 항소하려면 빌리를 증인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말하자 빌리는 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 빌리를 보낼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데 조안나가 로비로 그를 불러 결국엔 빌리를 데려가지 못하겠다고 한다. 빌리한테 올라가면서 로비에서 기다리겠다는 테드에게 묻는 말. “나 어때?”
테드는, 언제나 변함 없이. “Terrific(끝내줘.)”
아마 더 나오지는 않았지만 둘이 다시 결합하지 않을까. 바라보는 나의 소망이기도 하고.
EBS에서 토요일 밤 11시가 되면 어김없이 ‘명작극장’을 방영한다. 필름이 생겨 영화가 시작된 이래 좋은 영화들만을 엄선하여 방영하는 이 프로그램이 문득 생각나 휴일의 단잠을 반납하고 시청한 영화가 바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영화를 보며 워낙 가슴이 뭉클했던지라 시곗바늘이 새벽 2시를 넘어가는 지금도 이 글을 쓰고 있다. 이게 바로 글을 좋아하는 사람의 본능이 아닐까? 이처럼, 자신이 직장생활의 평생을 바쳐 얻은 프로젝트를 포기하고 그 직장에서 해고되고, 더 낮은 연봉의 기업에 들어가는 수모를 참으면서까지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던 아버지의 본능. 바로 그것이 부성애일 것이다. 일에 매달려 가족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 이렇게 갈등이 생기고는 하지만, 결국에 그 일들은 다 가족들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모두가 알고 있을까 모르겠다.
혹시나 그 영화를 보았거나 이 글을 보면서 무언가 가슴 한 곳이 시큰둥하다면, 지금껏 돌아보지 못했던 아버지란 존재에게 다가가 안마라도 한번 해주기 바란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들이 생물학적으로 모성애보다는 부성애가 더 강하다. 내가 이 말을 함으로써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아버지들은 쓸쓸하지는 않겠지? 아마, 아니 당연히.
2010. 5. 23.
김민석.
첫댓글 그랬군요, 잠을 반납하고 볼 만한 영화죠?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후후.. 후유증이란...
오랜만의 반가움과 함께...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_()_
좋은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나무아미타불_()_
좋은 글입니다.. 영화가 보고 싶어지는.. ^^*
감사합니다~!!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영화 보고 싶네요.
좋은 작품 소개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