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번 이야다니지를 가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식사하는 장소는 이야다니지 주차장에 있는 온천에서이다. 상품도 팔고 하는 가게도 같이 있는데, 2층으로 안내 되었다. 일종의 도시락 비슷한 것인데, 특색이 있는 것은 우동이 함께 나온다. 이른바 사누키 우동이다. 물에 말아먹는 국수이다. 방송 등에서 보았던, 뽀얀 면이 따로 담겨 나왔다. 어제 7번 쥬라쿠지에서의 국수는 온면이었다. 그런 속에서도 간이 적절하여, 맛있었다. 그런데 이 국수는 또 기가 막힌다. 면이 쫄깃쫄깃하기가 한없다. 이게 국수구나! 이것이 그 말로만 듣던 사누키 우동이구나! 우동의 어떤 정점을 맛본 것같다. 이번 사누키 순례에서 ---. 지금까지 그저 아무 생각이 없이, 가끔 우동을 학교 식당에서도 사먹었는데 ---. 너무 고급스런 맛을 맛본 것같은 느낌이 든다.
사진 : 하소정
이 주차장에서 이야다니지까지 걸어서 가려면 꽤 시간이 걸린단다. 특히 노약자들은 무리이고, 더욱이 여름의 무더운 날씨 아래서야 ---. 가이드가 이야다니지와 주차장을 왕복하는 봉고가 있다고 말한다. 1인당 750엔. 개인이 부담하기로 하고, 타기로 하였다. 또 택시도 있다고 한다. 봉고차가 갈 수 있는 고도와 택시가 갈 수 있는 고도가 다르다. 무릎에 문제가 있는 원로그룹들은 택시를 타고 가시고, 우리는 봉고를 탔다. 한 참을 산으로 올라서는, 내려준다. 거기서부터는 올라가는 길이다.
이야다니지는 순례자들 사이에는 흔히 '이야다 절'로 불리는 것같다. 일본어로 '이야다', 라는 말은 '싫다!'라는 말이다. 이 높은 고도에 위치한 절이 순례자들에게 고통을 강요했기에 '이야다'라는 말이 생각났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절이 있는 산의 정상에 서면, 시코쿠의 네 나라와 쮸고쿠(中國, 히로시마나 오카야마 등의 중부지방을 '중국'이라 함)의 네 나라를 다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산 이름을 팔국산(八國山)이라 했다 한다. 그러나 이야다니라는 말은 "가면 갈수록 점점 더(彌) 계곡(谷)이다"라는 뜻이다. 야마가타에 가면 야마데라(山寺, 立石寺가 정식 이름임.)라는 절이 있는데 마치 그 절 생각이 난다. 둘 다 오르고 또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만큼 계곡이 깊다는 이야기다.
사진 : 하소정
계곡이 깊은 만큼 습기가 많다. 더욱이 장마철이니, 어젯밤에는 신나게 비가 퍼부어 대지 않았던가. 천둥 번개까지 내리치면서 ---. 후덥지근하다. 계곡을 따라서 한참을 올라가면서 절의 전각이 앉아 있는 식으로 가람이 배치되어 있다. 올라가고 올라가서 마침내 대사당에 이르렀다. 왠일인지 신발을 벗고 들어오라 한다. 지금까지는 전부 신발을 신고 문이 잠겨 있는 밖에서 예불을 드리고 반야심경을 독송하기가 일쑤였다. 젠츠지의 미에이도에서는 활짝 열린 문으로 안가지 들어갈 수 있었지만, 경계선에 막히고 말지 않았던가. 이 역시 우리나라 절과 일본 절의 차이점이다. 일본 절에서는 법당을 2분하여, 안으로는 내진(內陣)이라 하여서 부처님의 공간으로 확보한다. 그 안에는 스님들이나 여러가지 법요에 참여하는 불자들에게만 개방한다. 그런데 이 이야다니지의 대사당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면, 다다미가 깔려있다. 우리는 처음으로 큰절 3배를 드린다. 역시 우리는 절을 해야, 신심이 살아난다.
어디선가 검은 옷을 차려입은 보살님 한 분이 오셔서, 스님에게 독경을 부탁드린다. 누군가 돌아가신 가족분을 위해서 독경을 부탁한 것같다. 원래 이 대사당은 오쿠노인(奧노院)에 작은 동굴이 있다. 자연동굴이다. 코우보대사가 어릴 적에 거기서 공부하던 곳이라 한다. 그래서 이 이야다니지는 코우보 대사의 학문소(學問所)이다.
첫댓글 이야다~~니지. 라고 농담을 하면서 올라갔지요. 계단이 지긋지긋한 절이지요 ㅎㅎㅎ. 그래도 오쿠노인 앞에서 좌선을 잠깐했을때의 그 기분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럴꺼예요. 계단 앞까지 이르는 길을 걸었다면, 그 뒤에 다시 나타나는 계단이 얼마나 '이야다'였겠어요. 우리는 봉고로 그 앞까지 갔지만 말입니다. 나무아미타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