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6이라는 숫자를 마주합니다.
누른밥과 눌은밥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은 ‘누룽지’라고 하고,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에 물을 부어 불려서 긁은 밥.”은 ‘눌은밥’이라고 합니다. 간혹 ‘눌은밥’을 ‘누른밥’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그런데 밥이 누런빛이 나도록 조금 탄 상태를 가리키는 말의 기본형은 ‘눌다’가 아니라 ‘눋다’입니다. 따라서 “밥이 눋는 냄새”라는 표현이 가능합니다.
여직과 여태
간혹 “어떤 행동이나 일이 이미 이루어졌어야 함에도 그렇게 되지 않았음을 불만스럽게 여기거나 또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나 일이 현재까지 계속되어 옴을 나타낼 때 쓰는 말”로서 ‘여직’이나 ‘여직껏’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직’이나 ‘여직껏’을 대신해 ‘여태’나 ‘여태껏’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입때’나 ‘입때껏’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래 알맹이와 모래 알갱이
여름 휴가철만 되면 수많은 피서객이 바닷가로 몰려듭니다. 모래밭에 드러누워 일광욕을 하거나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바닷가에 넓게 펼쳐져 있는 모래의 작은 입자를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요? ‘알맹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알갱이’라고 해야 할까요? ‘알맹이’는 “물건의 껍데기나 껍질을 벗기고 남은 속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고, ‘알갱이’는 “열매나 곡식 따위의 낱알”이나 “작고 동그랗고 단단한 물질”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따라서 ‘모래 알맹이’는 잘못된 표현이고 ‘모래 알갱이’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식비와 밥값
공무원들이 이야기하는 말을 옆에서 듣고 있노라면 생소한 말이 적지 않습니다. 그중 하나가 ‘급양비’라는 말입니다. 급양비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을 대 주는 데 드는 비용”을 뜻하는 말이므로 ‘식비와 피복비’라고 바꾸어 쓸 수도 있을 텐데, 생소하지는 않지만 어쩐지 어색한 말입니다. 왜냐 하면 ‘식비’와 ‘피복’은 모두 일본식 한자어이기 때문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본식 한자어를 순화한 ‘밥값과 옷값’ 정도를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줍잖다와 어쭙잖다
흔히 언행이 분수에 넘치는 데가 있거나 아주 서투르고 어설플 때 ‘어줍잖다’라고 합니다. 그러나 ‘어줍잖다’는 ‘어쭙잖다’의 잘못된 표기입니다. 그렇다면 ‘어줍잖다’라는 말이 널리 사용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말이나 행동이 익숙지 않아 서투르고 어설프거나 어색할 때 ‘어줍다’라는 말을 종종 사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애시당초와 애당초
만약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하지 않을 일이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최선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시당초’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일의 맨 처음”은 ‘애시당초’가 아니라 ‘애당초’라고 해야 합니다. ‘애당초’는 “일이 생기기 시작한 처음”을 뜻하는 명사 ‘당초’에 “맨 처음”을 뜻하는 접두사 ‘애-’가 붙어서 이루어진 말입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애초’와 ‘애시’가 있습니다. 아마도 ‘애시당초’는 ‘애시’와 ‘당초’를 뒤섞은 말로 보입니다.
왠만하다와 웬만하다
“정도나 형편이 표준에 가깝거나 그보다 약간 나을 때” 또는 “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할 때”를 가리키는 말로 “웬만하다”와 ‘왠만하다’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왠만하다’는 잘못된 표현이고 ‘웬만하다’가 올바른 표현입니다. ‘웬간하다’ 또한 적지 않게 사용하는데 ‘웬만하다’라고 해야 합니다. 참고로 ‘웬만하다’를 ‘왠’이 아니라 ‘웬’으로 적는 까닭은 이 말의 본말이 ‘우연만하다’이기 때문입니다.
뒤치닥꺼리와 뒤치다꺼리
아침, 점심, 저녁으로 하루에 세 번 밥을 먹을 때마다 밥상을 차리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밥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 일을 ‘뒤치다꺼리’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뒤치다꺼리’란 “뒤에서 일을 보살펴 돕는 일”을 뜻하는 말로서 잡다한 일처럼 여기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간혹 ‘뒤치닥꺼리’라고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치다꺼리’나 ‘뒤치다꺼리’는 남을 돕는 일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맛배기와 맛보기
주말 저녁에 대형 할인점을 방문하면 ‘맛보기 행사’를 하는 곳이 참 많습니다. 흔히 ‘시식 코너’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시험 삼아 먹는다”라는 ‘시식’의 말뜻이 어쩐지 어색하게 느껴진다면 ‘맛보기’로 바꾸어 쓸 것을 추천합니다. 그런데 ‘맛보기’를 ‘맛뵈기’나 ‘맛배기’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맛을 보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면 ‘뵈다’나 ‘배다’가 아니라 ‘보다’가 썩 어울린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산수갑산과 삼수갑산
우리는 종종 “산수갑산에 가더라도”라는 말을 하거나 듣곤 합니다. 그런데 ‘산수갑산’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도대체 어떤 곳으로 생각하기에 음식점 간판에도 버젓이 사용되는 걸까요? 어쩌면 ‘산수’라는 말에 이끌려 아름다운 자연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산수갑산’은 ‘삼수갑산’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절대로 아름다운 곳이 아닙니다. 함경남도에 위치한 삼수군(三水郡)과 갑산군(甲山郡)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서 예로부터 유배지로 사용되던 오지 중의 오지입니다. 삼수갑산을 ‘三水甲山’이 아니라 ‘山水甲山’쯤으로 여긴다고 해도 부자연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이렇게 8월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