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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 : 로듐 52주 신저가 경신, ABX 지수 지속 하락세, 그리스 국채금리 사상 최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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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7월경 우리는 ‘이 지표가 반등하면 좋게 본다’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연재한 바 있다.
오늘은 당시 우리가 핵심 지표(indicator)로 생각하였던 지표들이 최근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짚어 보고, 현 시점에서 추가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제시하여 고객들의 시장 판단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모두 그다지 좋은 모습은 아니다.
이 지표가 반등하면 좋게 본다 (1) : 로듐, 52주 신저가 경신
지난 6월 14일자 데일리에서 우리는 로듐(Rhodium)이라는 금속을 펀더멘털을 가늠하는 지표로 제시하였다.
로듐은 주기율표 제9족에 속하는 백금족 원소로 원소기호는 Rh, 원자번호 45이며 원자량 102.906, 녹는점 1963℃, 끓는점 3727℃, 비중 12.41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의 유해물질인 이산화질소를 산소와 질소로 분해하여 공해 저감 장치의 촉매 역할을 한다.
로듐은
▲ 상품선물로 거래되지 않아 금융시장의 유동성이나 투자심리에 휘둘릴 가능성이 적고
▲ 총 수요의 무려 80%가 자동차 촉매이고 주 수요처가 일본(32%)과 중국(20%)이라 글로벌 자동차 업황 변화를 정확하게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로듐의 가격은 최근 주식시장 반등에도 불구하고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 직전이다.
이 지표가 반등하면 좋게 본다 (2) : ABX 지수, 지속 하락세
지난 6월 20일자 데일리에서 우리는 서브프라임 주거용 모기지 채권의 가격을 지표화한 ABX 지수를 펀더멘털을 가늠하는 대용치(proxy)로 제시하였다.
2008년도에 유명세를 탔던 Markit의 ABX.HE 지수는 서브프라임 주거용 모기지 채권(subprime RMBS)의 CDS 중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20개를 바스켓으로 묶어 지수화한 것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가격 추이를 파악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다.
매 반기마다 발행 기관별로 다섯 등급(AAA, AA, A, BBB, BBB-)의 트랜치(tranch)로 추려 지수를 산출한다.
그러나 최근 이 ABX 지수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1차, 2차 양적완화 프로그램의 가장 원초적인 목표는 ‘돈을 풀어 부실한 자산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부실 자산의 가격이 최근 꾸준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깡통주택(Underwater)도 리파이낸싱이 가능하도록 특단의 조치를 취했지만 지수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생산, 고용, 부동산 등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호전되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은 커져가고 있으나 한계 자산의 가격은 여전히 불안한 상태다.
이 지표가 반등하면 좋게 본다 (3) : 그리스 국채금리, 사상 최고치
지난 7월 5일자 데일리에서 우리는 그리스의 단기 국채 금리를 중요 지표로 제시하였다.
그리스 의회에서 긴축안이 통과된 후 3개월물 금리는 빠르게 안정됐지만 6개월물 금리가 상승해 불안하다는 취지였다.
이는 그리스가 8~9월까지 필요한 자금은 어느 정도 마련했지만 그 이후 다시금 곤란에 처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었다.
이후 실제로 그리스는 지속 골치거리로 남았고 유럽 재정위기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전염 우려까지 논할 정도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리스 단기국채는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때문에 우리는 1년물과 2년물, 10년물 등 중기물을 대용치로 삼았다.
그리스 국채금리는 만기에 관계없이 대부분 사상 최고치를 지속 경신하고 있다.
12월 2일 기준 1년물은 343.8%까지 치솟았고 2년물은 133.8%, 10년물은 30.6%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낮아지는 전형적인 역커브 현상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난 주 재정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라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의 국채금리는 빠르게 하락했지만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의 국채금리는 중요 마지노선인 7% 아래로 하락 안정됐지만 포르투갈의 국채금리는 지난 주 2년물 18.9%, 3년물 19.0%, 10년물 14.0%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재정통합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 증가할 수록 한계국가의 이탈 가능성이 점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동성(liquidity)’에 문제가 있는 국가와 ‘상환능력(solvency)’에 문제가 있는 국가를 구분해야 한다고 본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동성(liquidity)에 문제가 있는 국가다.
이 경우 정책 당국자들의 노력과 개입이 가세하면 제도적으로 컨트롤이 가능하다.
ECB의 단기유동성 대출이나 국채매입, IMF의 자금지원 등이 좋은 예다.
그러나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상환능력(solvency) 자체에 문제가 있는 국가다.
이 경우 아무리 유동성을 지원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다.
최근 그리스/포르투갈과 이탈리아/스페인의 국채금리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국채시장 참여자들이 ‘메르켈 총리가 될 놈만 데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EU 재정통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금리 상승이 지속되는 한 막연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이 지표가 반등하면 좋게 본다 (4) : ISM 제조업 지수 - 수입 지표
오늘 제시할 지표는 ISM 제조업 지수 내 세부지표인 수입 지표다.
ISM(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은 1915년 설립된 민간단체로 NAPM(National Association of Purchasing Management)이라 불렸으나 2001년 5월 이름을 바꾸었다.
1920년 대공황 당시 NAPM의 전신 ‘National Association of Purchasing Agents’ 는 뉴욕지부 회원들에게 몇 년 간격으로 특정 섹터의 경기 현황에 대해 설문을 실시했는데 1923년에 설문이 전국으로 확대됐고 회원들이 열람할 수 있도록 공식 출판되었다.
특히 대공황 직후 후버 대통령이 경기부양정책 수립을 위해 기본적인 경제 데이터를 필요로 하자 당시 ISM 회장이었던 존 화이트헤드가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ISM 지수가 본격 집계되기 시작했다.
ISM의 설문 항목은 신규주문, 생산, 고용, 배송, 재고, 납품처 재고, 가격, 수주잔고, 신규수출주문, 수입 등 총 10개다.
중요한 것은 세부 항목은 10개지만 ISM 제조업 지수는 생산항목 중심의 5개만을 묶어 지수화(Diffusion Index)한다는 것이다.
▲ 신규주문(New Orders) 20%
▲ 생산(Production) 20%
▲ 고용(Employment) 20%
▲ 배송(Supplier Deliveries) 20%
▲ 재고(Inventories) 20%
ISM 제조업 지수는 생산 관련 항목은 충실히 반영하지만 여타 항목인 납품처 재고, 가격, 수주잔고, 신규수출주문, 수입 등의 항목은 고려하지 않는다.
ISM 제조업 지수는 생산 활동과 관련하여 바이어스(biase)가 존재하는 지표라는 뜻이다.
결국 생산활동 전반을 살피기 위해서는 5개 항목 이외의 항목, 즉 납품처 재고나 가격, 수주잔고, 신규수출주문, 수입 등을 보는 것이 좋은데, 생산과 신규 주문 이외의 지표는 만족스러운 개선이 없다.
특히 통상 ISM 제조업 지수와 수입지표는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이번에는 다이버젼스(divergence)가 발생하고 있다. [그림 5]
ISM 제조업 지수와 그 세부지표인 생산, 신규주문 지수는 기준선인 50에서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수입 지표는 오히려 기준선을 하회하여 2개월 연속 하락하였다.
생산지표가 변동성(volatility)이 심한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 지표의 하락은 다소 불안하다.
배송지수(경기가 좋아지면 배송이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하여 설문을 실시)는 2009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 이하로 떨어졌다.
수주잔고나 재고지수도 여전히 기준선 아래다.
생산활동 호조가 재고 축적이나 수주잔고 증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발표문을 보면 11월에 수입이 증가한 산업은 의류, 가죽제품, 석유/석탄, 플라스틱/고무, 전기제품, 컴퓨터/전자제품이었고 수입이 감소한 산업은 직물, 기초금속, 제지, 기계, 화학제품이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IT 제품 수입은 증가했지만 기초금속이나 기계, 화학 등 가장 기초적인 섹터의 수입 수요는 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투자전략 : 펀더멘털에 대한 경계적 시각
유럽 재정통합 관련 기대감으로 주식시장은 큰 폭 반등했다.
오는 8일 ECB 통화정책 회의와 9일 EU 정상회담에서 추가적인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음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은 ‘시간을 벌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상기의 네 가지 지표로 판단할 때, 여전히 펀더멘털에 대한 우리의 시각은 경계적이다.
유럽 재정위기 관련 정치적 진일보는 분명 긍정적이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좋은 것은 좋고 나쁜 것은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