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쌈 위에도 신선한 굴을 얹어 먹는 굴보쌈집, 삼해집
메뚜기떼가 우르르~ 강북에 살고 있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종로에는 잘 가지 않는다. 특히 초록메뚜기는 종로를 약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시골촌아이여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종로 몇가 몇가 해서 쭉 이어진 것도 사람이 왕왕 많은 것도 겁나고 해서인지 누가 ‘종로에서 만날까?.’라고 물으면 황급히 다른 장소로 바꿔버린다.(사실은 종로에서 한 소개팅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어요 T.T) 이런 종로에 대한 아픈 기억을 싹 바꿔준 곳이 있었으니…바로 삼해집! 이름만 들으면 무슨 해삼집이나 해산물집 이름 같지만 노노~ 이 집은 바로 보쌈, 그것도 굴보쌈으로 유명한 집이다. 사실 이 집이 TV에 나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겉에 ‘00방송 출연’이라고 커다랗게 붙어 있지도, 내부에 아저씨가 TV에 나온 장면이 사진으로 다닥다닥 붙어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만약 안 나왔다면 아마 빠른 시일 내에 소개 되리라고 생각된다. 정말 메뚜기떼 전원이 우와! 하고 환호성을 지른 집이기 때문이다.
빈대떡 때와 마찬가지로 초록 메뚜기는 조금 늦게 도착을 했다. 하지만 7시 25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가게 안에 사람들로 꽉꽉 차 있었다. 상 위에는 벌써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툼한 고깃살과 돌돌돌 말려진 김치와 겉절이 위에 한 웅큼 가득 얹어진 굴! 그 보쌈만으로도 벌써 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고, 또 놀라운 것은 한 쪽에서 부글부글~ 팔팔 끓고 있는 감자탕! 정말 상이 떡 하니 부러질 정도였다. “감자탕은 왜 시켰어요? 비싸 보이는데…” 주머니 사정이 처참한 초록메뚜기가 물었다. “어? 이거? 서비스래.”
@.@ 서! 비! 스! 그렇다. 감자탕은 사람 인원에 따라 돼지뼈를 넣어서는 먹도록 주는 서비스였던 것이다. 그런데 서비스로 이렇게 얼큰한 국물을, 이렇게 살이 잘 붙은 돼지뼈를 줘도 되는 건가요? T.T 얼마 전 초록, 브라운, 블랙 메뚜기가 홍대에 있는 감자탕 집으로 출동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얼마나 바짝 마른 돼지를 썼는지…돼지뼈에 거의 발라먹을 살이 없는 것이다. 그 집을 추천했다간 우리 마프 회원들에게 돼지뼈로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얻어 맞을 거 같고, 그렇다고 비방하려고 하니 그 맛이 생각나지도 않아 글을 쓰지 않았던 기억이…흠흠.
우선은 감자탕 국물을 한 모금 먹은 뒤, 본격적으로 보쌈을 먹을 준비를 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비계가 약간 붙은 고기를 한 점 놓은 뒤, 그 위에 돌돌 말린 김치와 매콤해 보이는 겉절이를 딱 얹고 입을 크게 벌려(크게 벌려야 한다. 고기가 좀 크게 썰렸다) 덥썩 입에 넣었다. 아~ 쓱싹 씹히는 두툼한 고기맛도 좋지만, 정말 괜찮은 건 이 겉절이와 김치! 시원하면서도 너무 맵지 않으면서 달콤한 것이 보쌈 김치로서의 정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아~ 그런데 아쉬운 건 초록메뚜기가 개인적으로 굴을 안 좋아해 (바다 근처에 살았던 주제에 굴은 또 안 먹는다) 굴 보쌈의 풍미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이다. 블랙메뚜기의 말에 따르면 굴도 참 신선해서 고기 위에 돌돌 말린 김치를 얹고 그 위에 떡 신선한 굴을 한 점 집어 얹은 뒤 먹으면…정말 끝내준단다.
네 명이서 大자(25000원)를 시켜 먹다가 김치가 너무 맛있어 먹다 보니 김치가 똑 떨어진 것이 아닌가? 아~ 원할머니 보쌈집에서는 김치도 돈 주고 사먹어야 하던데… 어쩌지? 그래서 조심스럽게 아저씨한테 김치를 조금 더 주실 수 없냐고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김치와 겉절이, 그리고 굴을 갖다 주셨다. 아~ 이 맛있는 김치를 공짜로 또 먹을 수 있다니 T.T 메뚜기떼 3명과 귀뚜라미(그녀가 ‘놀러 온 나비’로 명칭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원래 한번 메뚜기면 영원한 메뚜기듯이 한번 귀뚜라미면 영원한 귀뚜라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가 보쌈 대자와 서비스로 받은 감자탕, 그리고 밥 두 그릇(블랙, 브라운, 귀뚜라미 합쳐서 한 그릇, 초록 메뚜기 혼자 한 그릇), 거기다 소주 한 병을 먹었더니 크윽~ 얼마나 배가 부른지. 결국 약간의 고기를 남기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도티몽때처럼 맛없어서가 아니라 배가 불러서~
아, 정말 마음에 든다. 다른 집도 보쌈을 하고 있었지만 정말 이 집만 사람들이 우글우글 거렸다. 이 집만 계속 감자탕 국물이 밖에서 팔팔 끓고 있었던 것이다.(아저씨의 얘기를 살짝 듣자니 자리가 없을 때 근처의 00칼국수 집에 있으면 배달까지 해준다는!!) 시장통에 있기 때문에 분위기를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별로 일 것이다. 친한 친구랑 술 한 잔 걸치고 싶을 때, 군대 갔다 휴가 나온 친구 영양 보충 시켜줘야 할 때, 든든하게 감자탕과 보쌈 둘 다 먹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을 때… 바로 이 집을 가자. 두툼한 고기, 사각사각 맛난 김치, 바다의 우유로 칭송 받는 굴이 당신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니. 그런데 낮에는 문을 안 여니 가지 말도록. 안타깝게도 밤에만 장사를 한다고 한다. 난 낮에도 보쌈 먹고 싶단 말야!
▶ 위치 : 종로 3가 14번 출구 서울극장 방향으로 나와서 직진하다가 첫번째 골목으로 우회전.(아주 좁은 골목) 그 길 따라 쭉~ 들어가다 보면 왼쪽에 XX모텔도 지나고 굴보쌈과 감자탕을 파는 집들이 밀집. 다른데 정신 팔지 말고 조금 더 들어오면 정면에 빨간색과 노란색의 삼해 간판이 눈에 보임. ▶ 영업시간 : 오후 3시~다음 날 새벽 5시까지 ▶ 카드가능/ 주차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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