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
기차역이었던 건물을 미술관으로 꾸몄다니 흥미롭다.
오전은 오르세미술관, 오후엔 몽마르뜨언덕에서 노을을 보고 오는 일정이다.
이번 여행 두번 째 로망을 실현하는 날이다.
'몽마르뜨 언덕에서 시간을 보내고, 샤크레퀘르 성당앞 계단에서 노을보기'
기차 역사의 통로가 아주 시원하다.
통로에 아름다운 조각품들이 놓여있고
양쪽엔 전시실로 꾸며 아주 쾌적한 전시공간을 만들었다.
저 시계는 밖에서 보면 먼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이정표도 되고 여유와 조바심을 주었겠지.
기차 시간에 맞추려 뛰기도 하고
이 시계에 눈을 맞추는 순간
늦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한숨을 돌리기도 했겠지.
지금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놀이터가 된다.
저 멀리 몽마르뜨 언덕이 보인다.
기다려 곧 달려갈게~~
로뎅의 지옥의 문
그 꼭대기에 앉아 고민하는 '생각하는 사람'
수없이 보아온 생각하는 사람도 여기서 만나면 특별해진다.
악수라도 해야할 것 같은 반가움까지.
저렇게 아름다운 색체의 대리석은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마치 물감의 마아블링 기법으로 표현한 것 같은 옷자락.
아름다움에 앞서 놀랍다.
교과서에 실려있어 아주 익숙한 작품
부르델의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
이런 작품들을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솔이야, 우리 잠시 쉬어갈까?
미술관에는 이쁜 카페가 있기마련이지.
다소 비싸긴 해도 미술관 카페에서의 티타임은 늘 만족감이 높지.
이 럭셔리한 카페
인테리어 장식과 찻잔의 무늬까지 맞추어 놓았다.
어!! 그러고보니 내 의상도 이곳 컬러감과 잘 매치되는 듯한데
오늘 의상 선택 탁월했군.
조잘조잘 작품 이야기하며 차 한잔 앞에 놓고 즐기는 여유.
짠딸은 그 비싼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순간 방심하다 홀딱 엎어버렸대요.
얼음까지 잔뜩 들어있는 그 귀한 아아커피.
우린 에스프레소 한잔씩.
영국 내셔널 갤러리에서도 드가의 발레리나 조각품 중
이렇게 발레복을 페브릭으로 사실감있게 표현한 작품을 봤었는데
드가가 이런 기법으로 발레리나를 조각한 작품이 꽤 많은가보다.
서로 그림 감상하는 뒷모습을 찍는 행복이 있다.
특히 짠딸은 우릴 열심히 찍어준다.
마치 사진에 대해서는 엄마 아빠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기본자세로 여행에 임하는 듯
덕분에 우리 부부는 마치 화보(우리 수준에서) 같은 사진을 많이 갖게 되었다.
두고두고 반추할 수 있는 사진들
이 그림은 미술관투어를 하고 있는 한국인 그룹 곁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모네가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집세 대신 그림을 맡겼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그림을 찾으러 갔더니
집주인이 창고에 방치해 그림이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모네가 많이 훼손된 부분을 잘라내고 복원해서
이런 조각그림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남자
이 통통한 누드화 속의 여인들을 왜이리 열심히 관찰하는거지?
아주 급 관심을 갖고 그림 속으로 빨려들기라도 할 듯하네.
이런 순간포착을 한 짠딸도 우연이겠지만
놀림거리 하나 생겼군요.
이 사진 어쩔건데....
고흐의 자화상은 언제나 마음을 짠하게 하는 묘한 느낌이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신의 감정을
텃치한 붓의 느낌까지 그대로 살아있는
자화상들 앞에서는
쉽게 자리를 뜨기가 어렵다.
여긴, 오르세 미술관에서 제일 편안한 곳이다.
잠시 앉아서 쉬는 데 이런폭신한 쿠션은 처음이다.
아 다리 아프다!
오전내내 오르세미술관을 누비고 다녔더니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자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갈까?
오르세미술관이나 오랑주리미술관의 로고는 참 멋지다
M,O - musee de orsay .
M,O - musee de l'orangerie
멀리서도 이 이니셜이 보이면 고연시리 가슴이 설레인다.
짠달이 검색한 맛집
이제까지 먹은 음식 중 최고다.
양갈비도, 스테이크도, 케이준셀러드도
너무너무 만족한 식사였다.
배도 부른데 이제 슬슬 튈르리 정원을 산책해 볼까?
이 정원은 파리에 있는 동안 참 자주 오게 된다.
튈르리 정원에서 보낸 시간도 꽤 많다
오랑주리 미술관 관람하던 어제도 오늘도
오전에도 오후에도 자주 들르게 된다.
사실은 오랑주리미술관과, 오르세미술관의 티켓은 통합권인데
3일간 유효한 거라서 언제든 재입장이 가능한 티켓이다.
모네의 수련을 다시 보고 싶어 또 갔더니
에구, 오늘은 휴관일이네요.
대신에 오르세미술관 가는 길을 화살표로 안내하는 친절한 간판이 서 있다.
내일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집에 갈테니 진짜 수련을 실컷 보고 오자구.
하늘도 맑고 거리도 멋지고 파리는 참 예쁘다.
유럽이 다 그렇지만 유독 파리는 예쁘다
앞에 보이는 루브르 궁을 바라보며
콩코드광장으로 택시를 타러 간다.
시내택시요금 중에 제일 비쌌던 제법 먼거리다.
파리의 외곽에 있으며 미국의 할렘가 비슷한 곳이니
가방 잘 챙기라는 우리 가이드님의 잔소리가 아주 심하다.
이렇게 낭만적인 곳이 우범지대라니 믿을 수 없어요
아니, 믿기 싫여싫여.
난 이 멋진 곳의 낭만을 실컷 즐길거야.
이 화가의 목탄화는 텃치가 아주 힘이있고 그림이 멋져보인다.
한참을 구경하고 서 있으니
의식을 하는 듯 손놀림이 섬세하고 힘이있다.
그런데 완성작품을 보고 실망!
아 화가분의 그림도 아주 독특했는데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이렇게 포즈까지 취해준다.
나는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신났다.
그럴 때마다 들리는 "가방조심"
아아, 이건 환청인가.
그런데 짠딸의 이런 말을 들으면 다소 나태해졌던 마음이 환기 되면서
나도 모르게 주의하게 된다.
셋이서 똘똘 뭉쳐다니는데 누가 우리 가방을 넘보겠어.
지나가는 우리에게 말을 걸으며 사진을 같이 찍어주겠다는 화가아저씨
짠딸한테 엄마가 멋쟁이라고 해줬다나?
곁에 있는 사람이 내 오빠가 아니고 남편이에요.
짠딸은 엄마아빠 초상화를 그려보려고 나름 적당한 화가를 물색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서양화가들은 윤곽이 뚜렷하지 않은 우리 동양인들을 잘 그리질 못한다고 한다.
이 화가아저씨 참 경이롭다.
가위 하나로 초상화를 오려낸다.
남편의 모습이 드러났다.
짠딸은 계속
어머어머! 외마디소리만 지른다.
"이 아저씨 뭐야? 아빠와 똑같애."
"눈썹까지 똑같애"
그 옆에 내 얼굴을 오려내고 있다.
궁금하지만 꾹 참고 기다린다.
사람을 세워놓고 가위로 쓱쓱 오려
이렇게 씽크로율 90%의 작품을 뚝딱 만들어낸다.
스케치도 없이 불과 2-3분만에 이런 가위그림을 만들어내다니 신기하다.
1사람은 10유로, 2사람은 20유로 써 있었는데
흥정의 달인 짠딸이 2사람 10유로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
흥정의 기술은 나중에 피렌체에서도 발휘해서
우리가 혀를 내둘렀다.
우리보고 어느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며
자신은 베트남에서 왔다고 한다.
점점 노을이 깃들기 시작한다.
샤크레퀘르 성당안을 관람하고 나오니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계단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계단으로 내려가 우리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게 뭐라고 이걸 이리도 하고 싶었을까?
'몽마르뜨 언덕의 성당 계단에 앉아 해지는 모습 바라보기'
참 소박한 로망이지만 남편에겐 다소 지루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때 남편의 흥미를 확 끌어당기는 퍼포먼스가 시작된다.
몽마르뜨의 축구공아저씨 쯤으로 명명할까?
눈꼽만한 계단턱에 올라서서
축구공으로 갖은 묘기를 다 부린다.
가로등에 매달렸다 내려왔다하면서
남편은 나의 로망에 끌려 무료하게 계단에 앉아있는
벌 아닌 벌을 설 뻔 했는데
이 축구공아저씨가 날 살렸네.
아주 흥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미 이 아저씨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아~~~
이렇게 파리의 밤이 또 깊어간다.
어둠이 짙어지는 몽마르뜨언덕을 내려와 큰 길 까지 걸어내려갔다.
예쁜 샵들이 불을 밝히니 또 아름답다.
빨간색의 물랭루즈 극장도 보인다.
내일은 지베르니행 기차를 타야하니 좀 일찍 들어가자.
벌써 10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몽마르뜨여, 안녕!
첫댓글 가방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