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자의 현장까대기] 스무번째 이야기
부르면 달려오는 콜버스, 7월 29일부터 리뉴얼 서비스 제공
평균 이용고객 4~5명, 공차율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콜버스, 카카오드라이버의 대안될까
부르면 달려오는 버스가 있습니다. 콜버스(개발사 : 콜버스랩)는 심야시간(오후 11시~새벽 4시)에 운행하는 승합택시입니다. 이용자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여 콜버스를 호출할 수 있습니다. 호출한 버스는 이용자의 출발지 인근 버스 정류장으로 평균 5분 내로 도착하며, 목적지 인근의 버스정류장까지 이용자를 이동시켜 줍니다.
콜택시가 있는데 뭣하러 그런걸 쓰냐고요? 게다가 콜택시는 고객이 지정한 출발지 바로 앞까지 와서 고객이 원하는 목적지 바로 앞까지 데려다 주지 않냐고요?
콜버스는 심야택시의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들어진 서비스입니다. 개인적으로 술을 참 자주 먹었던(지금은 잘 안 먹습니다.) 기자는 서울 각 지역에 나름대로의 숙박거점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종로5가에서 술을 먹었다고 치면, 근처 혜화동에 사는 친구집까지 택시로 이동하여 한 잔 더하고 자는 식입니다.
이 때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차량으로 15분 거리인 이 거리를 이동하고자 하는 택시는 거의 없습니다.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더라도 수백대의 택시가 호출을 무시하는 공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지요. 그래서 한 번은 20분 이상 잡히지 않는 택시에 분개하며 같은 거리를 걸어갔던 경험 또한 있습니다.
콜버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합니다. 택시보다 30% 이상 저렴한 금액에 이용할 수 있는 승차거부 없는 야간 운송수단을 새롭게 만든 것입니다. 물론 콜버스는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여러 고객들을 합승시켜 이동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택시보다 속도는 느립니다. 콜버스랩에 따르면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도 택시를 탈 경우의 1.5배를 넘지 않도록 설계한다고 합니다.
제도의 문제를 혁파하며
(사진= 콜버스 서비스 지역. 콜버스는 현재 강남구발 고객주문만 받고 있으며, 운행 지역은 서울 9개구(강남구, 서초구, 동작구, 관악구, 송파구, 강동구, 광진구, 성동구, 용산구)로 한정된다.
과거 전세버스와 제휴하던 형태는 ‘택시법인’과 제휴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현재 콜버스가 운행하고 있는 17대의 승합차(현대 솔라티, 벤츠 스프린터)는 17개의 택시회사가 각출하여 구매한 차량으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해당 차량은 주간에는 택시회사가 활용하고, 야간에는 자석로고를 붙여 콜버스 차량으로 활용됩니다. 차량 구매비, 운영비, 기사 월급 등 부가적인 비용 역시 콜버스가 아니라 택시회사가 부담합니다. 콜버스는 그 가운데서 플랫폼 사업자의 위치를 취하는 것이지요.
(사진= 콜버스 벤츠 스프린터 차량 내부)
이를 통해 택시회사는 야간에 콜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부가 수익을 얻습니다. 콜버스는 고객 운임의 일부를 수수료로 취득합니다. 물론 취재 결과 아직까지 몇몇 개인택시 기사들의 거부감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콜버스의 시장진입을 극렬하게 반대했던 택시조합과의 문제는 이렇게 마무리되는 모양새입니다.
‘공차율’과 ‘증차’, 그 미묘한 사선에서
제도의 문제를 해결한 콜버스의 다음 숙제는 ‘공차율’입니다. 콜버스랩에 따르면 현재 콜버스 차량의 평균 탑승자수는 4~5명입니다. 콜버스 승합차량에 12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것을 고려하자면 콜버스의 공차율은 꽤나 높은 편입니다. 현재 강남발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 콜버스이기에 강남을 벗어난 지역에서 강남으로 회차하는 경우의 공차운행율은 이론상 100%에 달하기도 합니다.
실제 기자는 어제(9월 12일, 월) 오후 11시 11분 강남대로에서 콜버스를 호출, 탑승해봤습니다. 기자가 탑승한 콜버스 차량이 다른 고객을 기다리고자 10분 대기하여 출발할 때까지 차 안에는 기자 하나만 있었고, 중간에 다른 고객 픽업이 발생하지도 않았습니다. 덕분에 기자는 목적지인 서울역까지는 매우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지요.
물론 기자가 콜버스에 탑승한 오후 11시는 아직 ‘대중교통’이 운행하고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굳이 사람들이 많이 타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콜버스랩에 따르면 반대로 고객주문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사람이 몰려 픽업시간이 늦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콜버스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현재 17대의 차량을 20대 이상으로 순차적으로 증차할 계획입니다.
결과적으로 콜버스에게는 두 가지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하나는 고객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에 어떻게 고객을 모아 공차율을 줄일 것인가, 둘은 고객이 집중되는 시간에 부족한 차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입니다.
사실 콜버스가 양측의 균형점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고객이 집중되는 시간에 부족한 차량을 확보하기 위한 증차는 곧 고객이 몰리지 않는 시간대의 공차율이 더욱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차량에 비해 고객이 늘어난다면 고객픽업까지 5분, 목적지 도착까지 택시기준 최대 1.5배라는 서비스 지표를 맞추는 것이 어려워지겠지요.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빠르게 증차를 계획하는 이유는 서비스 지역 확장과 최근 승객 주문이 폭주하여 차가 없어 승객 픽업을 못하는 상황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며 “고객 탑승 일정 시간 이후 공차율과 상관없이 무조건 출발해야 하는 콜버스 특성상 증차와 공차율은 사실상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진= 오후 11시. 강남대로에서는 늘어서 있는 콜버스 차량들과 전단지 홍보에 열중하는 콜버스 직원들을 볼 수 있다.)
이에 콜버스는 우선은 차량을 늘려가며 동시에 콜버스를 알리는 데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현시점 콜버스 운행시간 강남대로에는 콜버스 직원들이 나와 전단지를 통해 첫 회 무료이용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리기사가 출동하면 어떨까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났습니다. 심야 교통수단이 필연적으로 필요한 대리기사가 콜버스를 이용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현재 대리기사들은 대리운전을 마치고 약 3000원(수도권 기준)의 운임을 내고 셔틀을 탑승하여 고객주문이 많이 발생하고 있는 위치로 다시금 복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현행 셔틀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불법이라는 사실입니다. 전국대리기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불법 셔틀 350여대가 심야운행하고 있습니다. 반면 콜버스는 몇 차례 부침을 겪고 현재는 택시회사와 협업하여 합법적으로 야간운행을 하고 있지요.
대리기사가 콜버스의 피크타임외 공차율을 채워줄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합니다. 콜버스랩에 따르면 현재 콜버스의 주문이 집중되는 시간은 목요일, 금요일 오후 11시부터 새벽 2시 사이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주문이 발생하고 있는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새벽 1시 사이라는 것이 콜버스랩의 설명입니다.
전국대리기사협회에 따르면 대리운전 주문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은 오후 9시부터 새벽 1시 사이입니다. 그러나 그 시간대에 대리기사들은 셔틀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실제 대리기사들의 셔틀 이용 피크시간은 새벽 1시부터 5시 사이로 콜버스의 주문 피크시간과 겹치지 않습니다. 콜버스가 대리기사들의 야간운행 수요를 흡수하여 공차율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콜버스는 현재 비공식적으로 대리기사에 한해 할인 요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본요금 3000원에 거리당 요금이 추가되는 일반승객들과 달리 대리기사들에게는 현행 셔틀요금과 동일한 고정요금 3000원에 콜버스 서비스가 제공되는 방식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리기사들은 여타 콜버스 고객들과 달리 강남발 콜버스 요청뿐만 아니라 타지역발 주문요청도 가능합니다.
물론 콜버스에 대한 대리기사들의 입장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은 “현행 콜버스 차량 17대를 가지고 대리기사 전체의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특히 현재 콜버스 사업모델로는 강남 같은 주문밀집 지역을 벗어난 외곽지역 운송 서비스에 대한 수익성을 도저히 낼 수 없을 것”이라 평했습니다.
쏘카가 웬 말이냐, 콜버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콜버스는 현행 대리기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야간운송수단 중 합리적인 가격에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에 몇 안되는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현행 셔틀업체와 같은 가격인 ‘3000원’과 ‘합법운영’만으로는 대리기사들에게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난달 29일 카카오는 카쉐어링 업체인 쏘카, 그린카와 협업하여 카카오드라이버 등록기사에게 공유차량 이용료를 100% 할인, 제공(유류비, 보험료 기사부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리기사들이 야간에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운송수단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그 골자였지요.
그러나 카카오의 발표는 곧 대리기사협회의 반발에 부딪쳤습니다. 보험료만 하더라도 현행 셔틀 이용 요금보다 비싸고, 이에 유류비, 톨게이트비가 더해지면 대리기사들이 부가하는 가격은 기존의 수배에 달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대리기사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셔틀을 떠나 굳이 쏘카, 그린카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콜버스가 카카오, 혹은 여타 대리운전업체(콜사 및 프로그램사)와 파트너십을 맺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고민은 더욱 깊어지지만, 틈새는 보입니다. 어찌됐든 정부 규제가 본격화된다면 대리기사들의 심야이동 수단이 사실상 사라지는 현재 상황과 더 많은 대리기사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카카오와 로지얼라이언스의 대격돌은 콜버스에겐 하나의 기회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