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인류학 문헌에서 문화권간 다양성은 강조하고 인류 보편성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블룸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Ethnographic reports often ignore what humans share, in part because of the tendency of anthropologists to exaggerate how exotic other people are (something that the anthropologist Maurice Bloch has described as “professional malpractice”) and in part because, from an anthropological perspective, there isn’t anything interesting to say about universals; it would be like reading in a travel guide that the people you will encounter have noses, drink water, and age over time. It is all too obvious to be worth noting. By the same token, we take for granted that people everywhere have a natural disapproval toward actions such as lying, breaking a promise, and murder.
(『Just Babies: The Origins of Good and Evil』, Paul Bloom, 15쪽)
블룸은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보편성에 대해 이야기에 흥미로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보편성이 너무 뻔히 보인다는 것이 블룸이 대는 이유다. 내가 보기에는 오히려 반대다. 미국 출신 인류학자가 다른 문화권을 관찰할 때 다양성은 금방 포착할 수 있다. 미국과 해당 문화권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발견하면 그만이다.
반면 보편성을 찾아내려면 모든 문화권을 관찰해야 한다. 이것은 “모든 까마귀는 검다”라는 명제를 반증하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반례만 찾아내면 되지만, 그 명제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모든 까마귀를 관찰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는 인류학자 한 명이 이야기할 수 있다. 반면 인류 보편성에 대해서는 인류학 지식이 충분히 쌓여야 어느 정도 확신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모든 문화권을 관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100% 확실히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세기 말에 인류학 문헌이 충분히 쌓이자 Donald Brown의 『Human Universals(1991)』 같은 책이 나올 수 있었다. 이런 책을 쓰는 것은 20세기 초반에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인류학자가 다른 문화권 사람들도 코가 있고, 물을 마시고, 나이가 든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사람들은 “뻔한 이야기를 뭐 하러 하나?”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 약속 깨기, 살인을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류 보편적이라고 사람들이 당연시할까? 20세기에 많은 사람들이 식인종이 있다고 믿었다. 식인종에 대한 이야기는 과장된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집단 사람들을 거리낌없이 죽이는 문화권은 상당히 많았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미국에는 흑인 노예를 죽이는 것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었던 듯하다.
블룸이 “살인”이라는 말을 “자기 집단에 속하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이라는 의미로 썼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살인 문제에 대한 나의 비판은 무효가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블룸의 이야기가 옳은 것은 아니다. 20세기에 수 많은 인류학자들이 질투, 강간, 정신적인 성차(sex difference), 전쟁 등은 인류 보편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들에 따르면 질투는 타고난 인간 본성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이기 때문에 질투를 가르치지 않으면 질투를 하지 않는다. 그들에 따르면 정신적인 성차는 가부장제 문화 때문이다. 평등한 문화권에서는 그런 성차가 나타나지 않는다.
20세기 인류학에서 인류 보편성에 소홀했던 이유는 부분적으로는 인류 보편성을 알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가부장제나 계급 사회를 뛰어넘는 문화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평등주의 이데올로기가 마거릿 미드의 사모아의 경우처럼 이상 사회에 대한 뻥으로 이어졌는지도 모른다.
John Derek Freeman (15 August 1916 – 6 July 2001) was a New Zealand anthropologist best known for his criticism of Margaret Mead's work in Samoan society, as described in her 1928 ethnography Coming of Age in Samoa. His effort "ignited controversy of a scale, visibility, and ferocity never before seen in anthropology."
http://en.wikipedia.org/wiki/Derek_Freeman
어쨌든 인류 보편성을 찾아내는 것이 쉽거나 뻔하기 때문에 그랬다고 보기는 힘들다. 또한 사람들이 인류 보편성에 대해 당연시했기 때문에 그랬다고 보기도 힘들다.
첫댓글 식인종에 대한 이야기가 과장되었다는게 무슨 이야긴지 궁금하네요. 제가 알기로는 동족섭식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었던걸로 아는데..
<아담과 이브에게는 배꼽이 있었을까>에 “식인풍습은 사실인가 신화인가”가 있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종교적인 이유나 극단적인 기아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신을 먹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평상시에 사람을 주식 또는 간식으로 먹는다는 의미의 식인종이 있다는 이야기는 뜬 소문에 불과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최신 연구를 살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덕하 종교적인 이유, 극단적 기아, 적대 세력에 대한 경고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나 싶어서 글을 적었습니다. 개중에는 식인종이라든지 식인현상이 극히 일부 문화권에서만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