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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05
S#1. 석기 호텔 방.
석기와 타미 문간으로 가면서,
석기 : 나 말구는 전화 받지두 말구 하지두 마. 밖에두 나가지 말구.
타미 : 그건 싫은데.
석기 : 싫은 게 어딨어?
타미 : 답답하구 심심하잖아. 친구가 필요해.
석기 : 그리구 그 반지 이리 줘.
타미 : 싫어. 늘 끼구 다니는 건데.
석기 : 혼자만 미국으루 보내 버리까?
타미 : (엉?..얼른 반지 빼서 건넨다)
석기 : (받아서 주머니에 넣는다) 내 말 명심해?
타미 : (착하게) 오케이...이 안에서 밥두 시켜 먹구 혼자 놀구, 다 하지 뭐.
석기 : 굿 보이.
타미 : 근데 왜 자료 지우래? 누가 나 도둑질 한 거 알았어?
석기 : 넌 절대 그런 짓 한 적 없어.
타미 : (뚱하니) 알았어.
석기 : (어깨 쳐주고 나가려)
타미 : 어, 참,
석기 : 또 뭐,
타미 : 변태가 뭐야?
석기 : 뭐?
타미 : 병이야?
석기 : 섹슈얼 퍼어벗.
타미 : 엉?
석기 : (웃음) 왜 누가 너더러 그거래?
타미 : (머리를 싸쥐며) 말 시키지 마. 생각두 하기 싫어.
석기 : 차, 지하에 있지?
타미 : 몰라!
S#2. 동 엘리베이터 앞.
석기,복도 쪽 모퉁이 돌아 나온다. 엘리베이터 단추 누르고 주머니의 반지를 꺼내 휴지통에 버린다.
S#3. 동 건물 앞.
석기의 차가 지하 주차장에서 나온다. 어딘가에 전화하면서.
석기의 차는 빠져 나가고 정호의 차가 들어온다.
S#4. 동 프론트 데스크.
여직원 :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다가 내려 놓는다) 안 받으십니다.
정호 : 거기 직접 올라갈 수 있어요?
여직원 : 아뇨, 장기 투숙 손님을 위한 레지던스는 객실에서 허락이 있어야 합니다.
엘리베이터두 그 층은 열쇠가 있어야 버튼이 눌러지구요.
정호 : 그러면, 알렉스랑 같이 묵구 있는 손님, 휴대폰 번호 알 수 있을까요?
여직원 : (양해를 바란다는 뜻으로 미소)
정호 :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내민다) 사람 일 모르는데, 혹시 나같은 사람 필요하게 될지두 몰라요.
여직원 : (명함을 본다)
법무법인 송현 로고와 함께 박혀 있는 ‘변호사 서정호’
정호 : 유능하진 않지만 그렇다구 또 쓰레기두 아니예요.
여직원 : (생긋) 잠시만요. (컴퓨터 자판으로 검색)
정호 : (기다린다)
S#5. 호텔 부근 거리.정호 차 안.
정호, 적당히 살피고 차량 뜸한 길가에 차를 세운다.
정호, 여직원이 건네준 쪽지를 보며 전화 한다.
S#6. 석기 호텔 방.
타미 우울하게 앉아 있고, 탁자 위 전화기 소리없이 깜박거린다.
S#7. 정호 차안.
정호, 전화기 귀에 대고 있고,
타미 소리 : (영어) 난 타미야. 전화 못받아서 미안해. 빕 소리 나면 메시지 남겨 줘. 곧 연락할게.
삐 소리와 함께 전화 끊는 정호. 다시 어딘가에 전화를 한다.
신호 간다. 정호, 얼른 녹음 통화 버튼 누른다.
정호 : (전화)...나 서정혼데...우리 얘기 좀 더 해야 하지 않나?
S#8. 일식당 방.
영중과 존이 음식 먹으며 얘기 중이고, 석기, 좀 돌아 앉아 전화 중.
석기 : (전화. 시원시원) 물론입니다, 서선배님. 얼마든지요...전 지금 식사 중입니다...대표님 모시구요...
좀 전에 미스터 피기스 소개 받았거든요.
영중 : (얘기 하다가 본다) 점심 전이면 오라구 해요. 천천히 하구 있겠다구.
석기 : (전화) 지금 이리루 오시면 좋겠다구 하시는데요?...아, 네...
S#9. 정호 차 안.
정호 : (전화) 많이 먹구, 이따 사무실에서 봐...(끊고 재생 버튼 누른다)
석기 소리 : 아, 네 선배님.
정호 : (끊고, 시동 건다)
S#10. 송현 부근 식당.
주희와 하영이 말없이 밥을 먹고 있다.
하영, 간간이 주희 눈치.
S#11. 정호 아파트 외경.
정호 차 들어서는 것이 보인다.
S#12. 동 거실.
청소기 소음 속에, 가정부가 침실에서 청소기 밀며 나오다가 깜짝.
정호가 올라선다.
가정부 : 아유 어떻게 이 시간에,
정호 : 안에 있나요?
가정부 : (서재를 가리킨다)
정호 : (들어가려)
가정부 : 아니 저,
정호 : (본다)
가정부 : 싫어하실 텐데.
정호, 그냥 간다.
가정부, 저를 어째..
S#13. 동 서재.
혜수, 고개를 젖히고 술잔을 비우다가 흠칫.
정호가 들어서고 있다.
혜수, 황황히 술잔 놓고 일어서서 탁자를 가리며 선다. 가리고 싶은 마음 뿐, 다 보인다.
혜수 : 다,당신 어쩐 일이야? 점심 집에서 할려구?
정호 : (착잡하게 본다)
혜수 : 미,미리 전화를 하지..그럼 준비를 했을텐데.
정호, 다가선다.
혜수 : 어어, 내가 오늘 처음으루 몇 년 만에, 쪼끔, 아니 한잔,
정호 : 궁금한 게 있어서 잠깐 들렀어.
혜수 : (돌변하여 냉소) 당신이 나한테 궁금한 게 뭔데? 기분 어떠냐, 밥은 먹었냐, 오늘 샤핑 재밌었냐, 그런 거?
정호 : (말 자르듯 술병 집어 콸콸, 잔을 채운다. 단숨에 다 마신다...독하구만)
헤수 : (질린 듯 본다)
정호 : 뭐 좀 물어 볼 게 있어서 들어왔어.
혜수 : (더럭 불안)
정호 : 잠깐 앉을래?
혜수 : (나가려)
정호 : (팔을 잡는다)
혜수 :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어. 서류는 늘 준비돼 있으니까 당신이 도장만 찍으믄 돼.
정호 : (팔을 바짝 당기며) 그런 거 아냐.
혜수 : (손아귀 벗어나려) 나 다 알아. 나 땜에 부끄러워 죽겠는 거두 다 알구, 그치만 또 나 나쁜 것만은 아니지?
나 그런 꼴 보인 거 핑계루 김주희한테 잘 해 줄 수 있게 됐잖아?
정호 : (움직이지 못하게 끌어안고는) 그러지 말구 내 말 좀 들어 봐.
혜수 : 인제 적선하듯 살아 줄 거 없다구. 우리 아빠한테 받은 거 그동안 애두 없이 나 델구 살아 준 걸루 다 갚은 셈 치구,
나 그냥 놔 줘. 버리란 말야.
정호 : (무시하기로 한다. 안은 채) 당신 그날, 김주희 미행 한 거 아니지?
혜수 : (멈칫)
정호 : 주희가 거깄는 거, 당신이 알아 낸 거 아니지?
혜수 : (풀 죽는다) 내가 그렇게 치밀한 인간이야?
정호 : (혜수를 소파에 앉히고는) 아닌 줄 알기 땜에 묻는 거야. (주머니에서 전화기 꺼낸다)
혜수 : (본다...)
정호, 책상 서랍에서 소형 녹음기 꺼내 전화기와 잭을 연결한다.
혜수, 불안하다. 그날 저녁, 낯선 전화 떠오른다.
석기 소리 : 제가 누군지가 뭐 중요하죠? 서정호와 김주희가 지금 한 방에 있다는 게 중요하지.
혜수, 제풀에 흠칫, 정호를 보면,
정호, 탁자에 엉덩이 걸치고 앉아 전화기 통화 녹음 재생 버튼을 누른다.
타미 소리 : (영어) 난 타미야...
혜수, 휙, 외면하고 정호, 버튼 눌러 끈 뒤,
정호 : 이거니?
혜수 : 왜 이래, 꼭 날 이렇게 수치스럽게 만들구 싶어?
정호 : 아냐?..
혜수 : 몰라. 기억 안나.
정호 : 하나 더 들어봐.
석기 소리 : 어 서선배님,
정호 소리 : 나 서정혼데, 우리 얘기 좀 더 해야 하지 않나?
석기 소리 : 물론입니다 서선배님. 전 얼마든지,
혜수 : (눈빛만 흠칫)
정호 : (놓치지 않는다)
석기 음성 계속 흘러 나오고, 혜수, 미동도 없지만, 정호는 혜수 어깨 떨리는 것 본다.
혜수, 모로 기댄 채 소파 위로 다리를 끌어 올려 오그린다. 환청처럼 어조가 다른 석기의 두 음성 마구 교차되어 들린다.
석기 소리 : 내가 누군지 그게 뭐가 중요하죠? 물론입니다 서선배님, 지금 서정호와 김주희가, 전 얼마든지, 한방에 있다는 게,
한 방에 같이 있다는 게,..
혜수 : (떨리는 것 참으며 단호히) 기억 안나.
정호 : (본다...끈다...)
혜수 : 당신이 나한테 뭔가 진지하구 간곡하게 말 할 때, 그게 나에 대해서인 적은 단 한 번두 없었어.
다 당신한테만 중요한 일이었지.
정호 : 미안해....근데 이거 꼭 알아야 되겠거든?...당신 증언이 필요해...
헤수 : (실소) 나두 당신한테 필요할 때가 있네?
정호 : (녹음기 조금 밀어 놓는다) 말하구 싶을 때 말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지만. (선다)
S#14. 동 주방.
가정부, 거의 다 차려진 식탁 위에 국 그릇을 놓고, 정호가 들어선다.
정호 : 아주머니,
가정부 : (황황히) 예,
정호 : 오늘 퇴근 좀 늦게 하실 수 있죠?
가정부 : 네, 필요하시면,
정호 : 저 들어올 때까지 같이 좀 계셔 주시구요. 무슨 일 있으면 저한테 전화 주세요.
가정부 : 그럴게요.
정호 : (나가려)
가정부 : 저, 들어오신 김에 같이 한술 뜨시면 좋겠는데.
정호 : (생각)
가정부 : (급히) 앉으세요. 그러지 않구서는 하루 종일 곡기라군 대지두 않아요. 나오시라구 할게요. 앉으세요.
가정부, 급히 나간다. 정호, 난감한데,
S#15. 동 거실.
가정부, 서재 문 노크 한다.
가정부 : 저기, 늦은 점심이지만 좀 드세요...(대답이 없자 문을 연다)
S#16. 서재.
혜수 : (날카롭게) 들어 오지 마.
문 열리고 가정부가 조심스레 고개 들이미는 순간, 혜수, 정호 책상 위 필통의 커터를 집어 세운다.
혜수 : 들어오지 말라구 했잖아요!
가정부 : (놀라 뒷걸음질) 변호사님,
S#17. 거실.
정호가 뛰어 나온다. 가정부, 말은 못하고, 손으로 가리키기만 한다.
정호, 서재로.
S#18. 서재.
혜수 : (커터를 손목에 대고는) 가까이 오지 마.
정호 : (기가 막혀 본다)
헤수 : 나 건들지 말구 나가.
정호 : (외면. 지겹다)
혜수 : 지겹지? 당신이 날 이렇게 만들어. 기어이 밑바닥을 다 봐야겠다 작정한 사람 같애.
정호 : (치미는 것 누른다) 밥이나 먹어. (돌아서고)
혜수 : (일순 서운한 빛이 스친다)
정호, 휙 나가고 혜수 칼을 떨구며 주저 앉아 비죽 울음.
S#19. 어느 양식당 밀실.
이령과 기순, 신지나와 그 매니저 춘구가 마주 앉아.
지나는 화장지로 눈물 콧물 닦으며 얘기 중이고, 기순이 노트북 자판 두드리며 받아 쓴다.
이령, 냉정하게 바라보고, 지나의 옷차림이며 장신구는 현대적 디자인의 최고급들이지만 말투는 강남 논다니.
신지나 : 뭣보다 아빠한테 젤 죄송해요. 저희 아빠가 무지 보수적인 분이거든요.
앞 뒤 사정은 어찌 됐건, 제가 그런 추잡한 일루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걸 도저히 용납 못하시죠...흑,
저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 오신 분이예요...저 하나 이뻐하시는 게 살아가는 낙인데, 흑흑.
춘구 : 진정해야지..
기순 : (안됐다는 듯 손 멈추고 본다)
이령 : (그런 기순 힐끗 보고는 차분하게) 어머님은 안계신가요?
지나 : 네.
춘구 : 지나 어렸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이령 : 아버님하구 같이 사시나요?
지나 : 아니요, 아빤 미국에 계세요.
이령 : 그럼 오늘 미국에 가는 것두,
지나 : 네, 아빠 만나러 가는 거예요. 아빠한테 빌러요. 너무나 속상해 하구 계시기 땜에...(새삼 울음) 저 정말 너무 억울해요.
(핸드폰 열어 들이댄다)
기순, 이령 : (본다)
화면 가득 탐스런 둔부를 쳐들고 뒤돌아보는 신지나 모습.
지나 : 그게 저라구 인터넷 상에 떠돌아요. 악플두 장난 아니구, 정말 끔찍해요. 그거 절대 저 아니예요. 페이크, 합성이라구요.
기순 : (눈을 떼지 못하는데)
이령 : (지나를 본다)
지나 : 전 왼쪽 엉덩이에 점이 있는데, 자세히 보세요, 거긴 없잖아요.
기순 : (안경 고쳐쓰며 자세히)
지나 : 변호사님, 도와 주실 줄루 믿어요.
춘구 : 걱정 하지 마. 평소에 여자 연예인들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으시잖아.
지나 : 네, 저번에 탈렌트 이보라 간통사건 터졌을 때두 정말 너무나 후련하게 잘 해주셨어요.
이령 : (굳이 냉정) 고객이니까요.
춘구 : 그럼요, 그럼요. 프로다우십니다.
지나 : 제 누명만 벗겨 주시면 돈 얼마든지 드릴 수 있어요.
춘구 : 예, 의뢰 계약서에 명기된 거 이상으루요.
이령 : 어쨌든 저흰 솟장을 내겠습니다. 상대측 대응에 따라 재판 일정이 잡힐테니까, 미국 가서두 계속 연락을 취해 주세요.
지나, 춘구 : 네...
S#20. 거리. 이령 차 안.
기사가 운전하고 이령과 기순 뒷자리에 앉아 인터넷이며 신문 클리핑 따위 자료들을 보면서,
기순 : 아빠, 아빠 해쌌는데, 그기 아빠가 아니라 애인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이령 : 뭐 하는 사람이래?
기순 : 뭐, 일단 돈이 무지하게 많고, 나이도 쫌 되고, 그렇답니다. 스포츠 신문에서 멫번 터뜨릴라 했는데,
그때마다 돈으론지 몸으론지 막았다 하데요. 그거 복병 아닙니까?
이령 : (자료 넘기며) 솟장 쓸 때 그거 다 감안 해야지.
기사 : 사무실로 들어가십니까?
기순 : 아이고, 말씀 안드렸구나...종로 경찰섭니다, 임기사님.
기사 : 네.
이령 : 지원실 운행부에서 우리팀 평판이 젤 나빠. 행선지 미리미리 안밝힌다구.
기순 : 죄송합니다. 양하영이 연애한다는 말에 정신이 팔리 가지고,
이령 : (이런...) 잘 나가던 한의사 때려치구 어렵사리 고시 붙었는데, 뭐 좀 제대로 해볼 생각은 없는 거야?
기순 : 이게, 참, 제대로 해보겠다 마음을 먹을수록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닙니까...법 정의도 모르겠고요.
이령 : 서변한테 전화 좀 해봐.
기순 : 예...(전화기 꺼내 단축 번호 누른후 귀에 댔다가 끊으며) 안 받네요.
(다른 단축 번호...받기를 기다리다가 반색) 아이고 하영씨, 맨날 보는 사인데, 목소리가 왜 이리 반갑지?
이령 : (딱해..)
S#21. 비서실 데스크.
하영 : (전화) 저두 반갑네요. 장변호사님...무슨 일이세요?...아, 네. 좀 전에 대표님 방에 들어가셨어요...아니요, 알렉스두요...
전화 연결 하지 말라시던데요?
주희 : (긴장한 채 서류들 챙기는)
S#22. 영중의 방.
영중, 석기, 정호.
석기 : 서선배 자료가 날아간 게 전 아무래두 단순 사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영중 : 아니라면,
정호 : (본다. 무슨 속셈이지?)
석기 : 그게 가장 필요한 게 누구겠습니까. 상대측 아닌가요? 그날 상황을 자세히 몰라서 뭐라구 구체적으루 말 할 수는 없지만,
서선배님 말씀대로라면 개인적인 문제로 약간의 소동이 있었다는데, 누군가 그 틈을 탔을 수두 있잖습니까.
영중 : (정호에게) 어떻게 생각하나.
정호 : (석기를 보면서) 동감입니다.
석기 : 그렇다면 이건 정식으루 수사를 의뢰해야죠.
영중 : (아닌데)
정호 : 그걸 몰라서 가만 있는 게 아니야...재판 자료 유출이 외부에 알려지면 여기 공신력이나 내부적으루
대표님 입장에 좋을 게 없어.
석기 : 그 반대일 수두 있어요. 상대측에 혐의가 갈테니까요.
영중 : 그렇다 쳐도, 글세...
정호 : (석기에게서 눈길 떼지 않는다)
석기 : 시간 끌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이게 내부자 소행이면,
영중 : 내부자라니,
석기 : 정황상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말씀이죠.
영중 : (정호에게) 정황이라면,
정호 : (개새끼) 솔직히 말씀드리죠. 전 여기 이 미스터 윤 운전기사에게 혐의를 두구 있습니다.
그 자료가 필요한 건 상대측 뿐만이 아니니까요. 정황상.
석기 : (빙긋)
영중 : 이거 봐, 알렉스는 이번 일에 한 팀이야. 어떻게 그런 추론이 성립되나.
정호 : 지분 조정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겠죠.
석기 : 그날 김주희두 거기 같이 있었다죠?
정호 : (멈칫...결국 이렇게 나오는군...)
영중 : 김주희? 비서실에 얌전한 아가씨? 그 친구가 거기 왜?
정호 : (석기 보는 채로) 제가 불러서 녹취록 정리를 시켰어요.
석기 : (정호 보는 채로) 어떤 소동이 있었는지 밝혀 주시면 좋겠네요.
정호 : 당신 기사부터 대질 시켜.
석기 : (영중에게) 시간을 끌어서는 안된다구 생각합니다. 대표님 채널루 긴급 수사 요청해 주세요.
영중 : (곤혹스러운데)
정호 : 뭐 하나 물어 볼게. 2월 26일 저녁 일곱시에서 여덟시 사이에 뭐 하구 있었는지 기억해?
석기 : 오, 그날 여기 비서 아가씨랑 저녁 식사 했어요. 양하영.
정호 : 일리스라는 이태리 식당이지?
석기 : (내심 멈칫했다가 웃음) 어떻게 아세요...
정호 : (주머니에서 접은 종이를 꺼내 내민다) 일곱시 38분에 이 번호루 전화하지 않았어?
영중 : (양 쪽을 번갈아 보고)
석기 : (종이를 펴본다)
전화국에서 받은 통화 기록.
S#23. 레스토랑 일각. (2부에 나왔던)
석기 : (전화) 그래?...단 둘 뿐이야?...어디 한번 멋지게 해 봐. 니가 작업할 시간 충분히 만들어 줄게....
석기, 끊는다. 핸드폰 집어넣고 카운터 담당에게 전화기 빌려달라 부탁하는.
카운터 여자가 집어주는 무선전화기 들고 저쪽으로.
석기 : (전화) 서정호 변호사 댁이죠?...와이프 되십니까?...한 가지 알려 드릴 게 있어서요...제가 누군지가 뭐가 중요하죠?
...지금 서정호와 김주희가 한 방에 있다는 게 중요하지...그렇지 않나요?
S#24. 영중의 방. 지금.
정호 : 발신지가 그 식당 공중 전화더군.
석기 : (웃음) 그게 저라구 생각하시는 겁니까?
S#25. 비서실 앞 데스크.
정호가 영중의 방에서 나오자, 주희, 흠칫 본다. 하영과 실장도.
정호, 지나치려다 돌아선다.
정호 : 김주희, 잠깐만.
주희 : 네. (선다)
정호를 따라가는 주희. 하영과 실장, 눈으로 좇고, 저만치 가서 서는 둘.
정호 : (나직) 나 저 새끼 죽여 놓을 거거든?
주희 : (더럭 불안...)
S#26. 영중의 방.
영중, 번민에 휩싸여 있고 석기, 영중의 목을 조이듯 바라보고 있다. 이윽고,
영중 : (전화기 집어든다. 인터폰) 방태성 국장 연결 해 줘...(끊는다)
석기 : (여전히 보고 있다)
벨소리 울리면 영중 받는다.
영중 : (전화) 어, 방국장...오랜 만이요...어쩐 일은, 아니 검경 사이 나쁜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지금 검인가? 변이지?
왜 그래 또, 나 검 시절부터 당신 좋아했잖아. 공두 안치면서 배두 안나오구 말이야..허허허..조만간 한번 회동하기루 하구,
수사 한껀 의뢰합시다....(소리 좀 낮춘다) 어....아니, 소송에 직접 연관된 건 아니구, 내부 문제야...여기 비서실 여직원...
석기 : (진작 그럴 것이지)
S#27. 비서실 앞 데스크.
석기가 나온다. 하영, 생긋 웃어 보이고 석기, 주희를 보면서 지나친다.
주희, 시선 떨군채 일손 놀리는 척.
S#28. 저녁 무렵 송현 건물 외경.
S#29. 정호 방.
정호, 굳은 표정으로 긴박하게 전화를 하고,
S#30. 석기 방.
석기 역시 어딘가에 전화 중.
S#31. 영중의 방.
영중, 깊숙이 기대 앉아 있다.
이령 소리 : 선배, 이 사건 돌려 보내요.
정호 소리 : 선배가 이 껀으루 돈을 벌겠다니. 아니 벌지 말지두 모르구, 잘못하면 개망신인데, 이거 진짜 코메디 아니예요?
석기 소리 : 보스가 알면 지분 조정 하라구 할 겁니다.
S#32. 비서실 앞 데스크.
하영, 전화를 끊고 주희를 얼핏 살피며 일어선다.
S#33. 석기 방.
하영이 커피 쟁반 들고 들어 온다.
석기, 책상 앞에서 이멜 쓰고 있다가 일어선다.
석기 : 어서 와.
하영 : 커피 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윤변호사님.
석기 : (쟁반에서 잔을 집어 들며) 나 그립지 않았니?
하영 : 이 안에선 말 반쯤만 높이시죠? 안 그럼 나두 터버려.
석기 : 좋을대로.
하영 : 용건이 뭐야? 호호 재밌다 반말.
석기 : (한모금 마시고는) 김주희랑 많이 친해?
하영 : 유일한 친구야. 적어두 이 안에선.
석기 : 밖에서는?
하영 : 밖에서야 주희랑 놀 일이 없지. 대충 알잖아. 내가 어떻게 노는지는...암튼 주희는 나랑 인종이 달라.
그렇다구 맹탕은 절대 아냐. 시간, 돈, 감정의 낭비가 없달 뿐이지. 아마 걘 우리 일 아주 아주 자세히,
너무나 노골적으루 말해줘두, 눈썹 하나 까딱 안 할 걸? 그러니? 한마디 하구 말거야. 그런 애야. 그래서 내가 무지 좋아해.
석기 : 서정호랑은 대체 어떤 사이야.
하영 : 주희는 충성하구 서변은 신뢰하는 사이.
석기 : 구체적으루.
하영 : 직장 불륜, 뭐 그런 걸루 보여?
석기 : 그 이상.
하영 : 엄? 한 직장 남녀 사이에 불륜보다 급수가 높은 게 뭐가 있나? 사랑인가? 진짜 사랑? 아닌데? 불륜두 사랑인데?...
하긴 그렇대두 여기선 그런 말 쓰면 외계인 취급 받지... (혼자서 찧고 까불다가 보면)
석기 : (커피 든 채 생각에 잠긴)
하영 : (석기 손의 커피잔을 빼내 책상 위에 놓는다)
석기 : 뭐 하는 거야.
하영 : (바싹 다가서서 석기의 벨트를 만지작)
석기 : 왜 이래,
하영 : 당신두 오늘 하루 종일 나 그리웠지? (석기 허리 끌어 안는다) 나한테 비밀 없기.
석기 : 어어 조심해,
하영 : (몸을 붙이며) 뭔데? 김주희 얘긴 왜 물어?
순간, 석기, 난폭하게 하영을 끌어 안으며 치맛자락 걷어 올린다.
하영, 놀라 소리도 못내고 반항하지만 워낙 순식간의 일이라...
석기, 블라우스 자락까지 빼내 손 집어넣고, 거칠게 입을 맞춘다. 속절없이 당하는 하영.
한참 그러다가 풀어주는 석기. 하영, 황황히 옷자락 추스른다.
석기, 화장지 뽑아 입가를 싹싹 닦는다.
하영 : 순식간에 밀렸어, 기분 나쁘게...이것두 기 싸움인데,
석기 : 알면 까불지 마, 아둔해 보여.
석기, 돌아서고, 하영, 성질 내며 화장지 뽑는다.
석기, 나간다.
S#34. 동 엘리베이터 앞.
정호와 주희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고 석기가 나온다.
석기 : 같이 갈까요?
정호 : (힐끗 보고는 버튼 누르는)
주희 : (숨 막힌다)
S#35. 동 안.
내려가고 있다. 정호와 주희가 안쪽에, 석기는 그들 앞 쪽에 서서.
석기 : 퇴근두 같이 하시나요?
정호 : 보호 차원에서.
주희 : (식은 땀)
S#36. 지하 주차장.
석기, 정호, 주희. 출입문 나온다.
석기 : 그럼 내일 만나죠.
정호 : 기대하지.
둘, 각자의 차가 서 있는 방향으로 갈라지고 주희 정호 뒤를 따라간다.
S#37. 석기 호텔 방. 밤.
석기가 들어온다.
석기 : 나 왔어...
대답 없자 둘러 보는 석기.
석기 : 타미?....타미...
욕실, 침실, 문을 열어본다.
S#38. 주희집 골목 어귀. 밤.
정호의 차가 다가와 선다.
정호 : 더 못들어가?
주희 : 네...골목이 좁아요.
정호 : ..오늘 밤은 별일 없겠지만, 혹시라두 경찰에서 전화가 오거나, 찾아오거나 하면 무식하게 굴어.
그런 거 모른다. 회사루 와라, 그렇게 말하면서 버텨. 아직 연행 단계는 아니니까. 그리구 나한테 즉시 연락해.
주희 : 네...
정호 : 겁내지 마. 침착하기만 하면 돼...
주희 : ...
정호 : (손을 내민다)
주희 : ...
정호 : 내가 기운 내구 싶어 그래...
주희 : (잡는다)
정호 : (잡고 가볍게 흔들며 안쓰럽고 미안한 웃음)
주희 : ...
조금 후, 차에서 내리는 주희.
정호, 차창을 내린다.
정호 : 들어가.
주희 : 네, 그럼. (돌아선다)
주희 가는 것 한참 보다가 후진하는 정호.
S#39. 주희 집 현관 앞. 밤.
어둑한 불빛 아래 타미가 현관 앞에 서서 안타깝게 문을 보다가, 돌아서려는데,
주희 : 누구세요?
타미 : (화들짝 보면)
주희가 전체 출입문 들어서서 놀란 얼굴.
전체 출입문에서 계단 두어개 오르면 주희 집 현관이다. 주희, 계단 올라온다.
주희 : 누구시길래, (하다가 더 놀란다)
타미 : 어?
주희 : 다,당신,
타미 : (반갑다) 알아, 얼굴 봤구, (주희 전화 시늉) 어, 세희야, 전화기 주워 줬어.
주희 : (다급) 여긴 무슨 일예요.
타미 : 니 동생한테, 세희한테 나 변태 아니라구 말하구 싶어서, 그래서 왔어.
주희 : (문을 보면)
타미 : 두 시간 있었어. 근데 대답 안해. 나 걱정해. 쓰러졌나,
주희 : (급히 전화기 꺼낸다)
타미 : 나, 세희한테 무섭게 안했어. 그냥 여기서, 꽃 받으라구,
안에서 전화벨 울리는 소리. 타미, 긴장하고, 주희 받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벨소리 멈추고,
주희 : (전화) 세희야, 언니 왔어.
S#40. 주희 안방.
세희 : (겁에 질려 전화) 어,언니,나,방에 들어와 있어...참외 사다 준 남자가 찾아와서...내가 너무 친절하게 대해줬나봐...
겁나 죽는 줄 알았어...(흠칫) 여태 안 갔어?....
S#41.주희 집 앞.
주희 : (어처구니 없다...) 인제 걱정하지 마...좀 있다 들어갈게....(끊는다)
타미 : 뭐라구 말 해? 나 싫대?
주희 : (본다...) 우리집엔 왜 왔어요? 윤석기씨가 시켰어요?
타미 : 그, 그건, 중요하지 않아. 적어도 나한테는. 나 세희 처음 봤을 때부터 예쁘다구 생각했어.
주희 : (뭐?...) 그 전에 이미 본 적이 있단 말예요?
타미 : 저, 저, 사진으루,
주희 : (점점 모르겠는)
타미 : 어, 음, 여러가지 물어보지 마. 나 다 말 못해. 알렉스, 이거 몰라야 돼.
주희 : (전화를 하려)
타미 : (주희 팔 잡는다) 너한테 미안해. 쪼끔만 얘기 할게. 나 후커 싫어하구, 그리구, 알렉스가 너한테 나쁘게 했어.
주희 : (본다...)
타미 : 근데, 다 나쁘지는 않아. 너한테 돈 줬어. 어카운트 찾아서..그러니까 화내지 마.
주희 : ???
타미 : 알렉스 몰래 또 오구 싶어. 세희랑 얘기두 하구 싶구,
타미, 도망치듯 간다.
주희, 쓰러지듯 기댄다...
S#42. 주희 거실.
세희, 안방에서 내다 본다...
세희 : 언니?...
S#43. 동 현관 앞.
주희 : (기대 서 있다) 어, 세희야...그 사람 갔어...(간신히 가방에서 열쇠를 꺼낸다) 나 지금 들어 가...
S#44. 석기 호텔 방. 밤.
석기 : 뭐야?...
타미 : (웃음) 조깅 했다구...호텔 에리어 안에서...밖에 나간 거 아냐...
석기 : 멋대로 굴면 알지?
타미 : 알지...
석기 : 씻구 자.
타미 : 어.
타미, 욕실로 가며 혼자 웃음.
석기, 술잔 집어들며 힐끗....마시며 창가로...
S#45. 술집. 밤.
정호와 이령, 호식(정호와 이령의 친구. 검사)이 술을 마시고 있다.
이령 : 고대표, 미친거야...
호식 : 거의 그렇다구 봐야지.
정호 : (술 마신다)
이령 : 도대체 이해 할 수 없어. 솔직히 고선배 그만 벌어두 되지 않어?
호식 : 아직 모르는구나?
이령 : 뭘?
정호 : (본다)
호식 : (정호 잔에 술 따르며) 차기 총선 때 출마 할 거라는 소문이 스멀스멀 돌기 시작했어...얼마 전에...
정호 : (픽 웃고)
호식 : 그렇게 되면 돈 좀 더 챙겨야지...
이령 : 슬프네....
정호 : (잔을 비우고는) 내일 아침에 일찍 서둘러야 돼.
호식 : 알았어...뒷일은 니가 책임진댔으니까...가라 수사권 발동하다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는 너무나 뻔히 알거구...
이령 : 가라는 아니지. 넌 변이 아니라 검이잖아.
호식 : 어쨌든.
이령 : 까짓거 문제 되믄 너두 그냥 옷 벗어. 우리 고대표 배신 때리구, 너두 같이 해서 개업하지 뭐.
호식 : 난 영업을 못해서 변호사는 안돼. 잡아 조지는 게 내 적성에 맞아.
정호 : 누군 뭐 맞아서 하냐? 처갓집에 손벌리긴 싫구, 해먹을 건 없구, 죽지 못해 하는 거지...고달퍼 못살겠어.
이령 : 그보다두 넌, 니 와이프 문제 해결 안하면 인생 끝까지 고달플 거야.
호식 : 웬만하면 니 갈길 가....혜수씬들 너랑 사는 게 편하겠어?
정호 : 아픈 앨 두구 어딜 가냐.
이령 : 너 진짜 징그러워. 그 놈의 도덕적 우위라는 걸 절대 포기 못하는 거 보믄.
호식 : 야, 그게 권력에 취하는 거보다 더 무서워. 더 쎄다구.
정호 : (쓴웃음) 내가 그래?...그런 거야?...
이령 : (눈 흘기고 마신다)
호식 : (잔 홀짝 비운 뒤) 대충 일어나자. 니들 부탁 실수할까 긴장돼.
정호 : 그 자식, 외국인 신분이라는 거 잊지 마.
이령 : 검찰청 아니구 우리 사무실이라는 거두.
호식 : 응.
일어서는 분위기.
S#46. 다음 날 아침.석기 호텔 외경.
S#47. 석기 방 문 앞.
문 앞에 검찰 수사관 두명, 호텔 직원 한명이 서 있다.
수사관이 신분증 보여 주는 중. 문 안 쪽의 석기는 어이없다는 표정이고, 석기 뒤에서 내다보는 타미는 불안한.
석기 : 이 친군 외국인이예요.
수사관 : 압니다. 수사가 아니고 조사에 협조해 주십사 요청하는 겁니다.
석기 : (본다...)
타미 : 나?
석기 : 고소인이 누구죠?
수사관 : 서정호.
석기 : (얼핏 웃음) 잘됐군요.
수사관 : 같이 가시겠습니까?
석기 : 당연히.
S#48. 정호 집 주방.
출근 차림 정호가 문간에 서 있고, 혜수, 커피 머신 앞에 서 있다. 커피가 내려지는 중.
정호 : (혜수의 등을 보며) 전화 하면 좀 나와 줄래?
혜수 : 기대하지 마. 난 증언할 거 없어.
정호 : 부탁해. (돌아선다)
혜수 : (덜덜 떨며 싱크 모서리 짚는다)
S#49. 동 거실.
정호, 주방에서 나오고, 가정부 들어온다.
가정부 : 인제 나가세요?
정호 : 네.
가정부 : 별일 없었나요?
정호 :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주세요.
가정부 : 네.
정호, 나간다. 가정부 엉거주춤 배웅하는 자세.
S#50. 송현 안내 데스크.
민지와 은애, 자리에 앉지 않고 갱의실 쪽을 보며 수군거리고,
S#51. 복도.
자료실 문간에 서서 웅성거리는 직원들.
S#52. 갱의실 앞.
재서, 유리, 기순과 하영, 실장이 안쪽을 기웃거린다. 하영은 거의 울상이다.
S#53. 영중의 방.
영중, 서성이고, 정호와 이령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S#54. 갱의실 안.
주희, 차분하게 서 있고, 곁에는 경관 한명이 붙어 서 있다. 형사가 주희 옷장을 뒤진다.
형사 : (쇼핑백을 꺼내 들여다 본다) 이건 뭐죠?
주희 : 선물 받은 거예요.
형사 : 누구한테서요?
주희 : 서정호 변호사님 부인되시는 분께서.
S#55. 비서실 안.
형사가 주희 책상 서랍 뒤진다. 이것저것 꺼내 가방에 담는다.
주희, 지켜볼 뿐이다.
S#56. 복도.
형사 뒤따라 나오는 주희. 멈칫 하여 보면,
호식과 수사관 뒤따라 오는 타미와 석기.
S#57. 영중의 방.
가득 들어 앉은 사람들.
주희, 타미, 영중, 형사, 호식은 앉아 있고, 정호 이령 석기는 서 있다. 석기, 여유 있어 보인다.
영중 : 동일 사건을 두구 고소 고발 주체, 수사 주체가 다르다니, 이거 정말 난처한 일입니다.
호식 : (죄송하다는 표정 지어 보인 후) 제가 먼저 물어두 되겠습니까.
형사 : 그러시죠.
호식 : (타미에게) 한국말 하시죠?
타미 : 쪼끔.
석기 : 존칭이나 압존법을 모릅니다, 양해해 주세요.
호식 : 중요하지 않아요...먼저, 사건 전후 이틀간, 그 방에서 뭘 했죠?
타미 : (석기를 본다)
석기 : 사실대로 말해.
타미 : (주희를 본다. 갈등하다가) 방에만 있었어. 후커랑 놀면서.
정호 : 이틀 내내?
석기 : 선배님은 질문 권한이 없죠.
정호 : (힐끗 보고 입다문다)
호식 : (자석 칩을 꺼내 보인다) 이거 뭔지 알아요?
타미 : (흔들린다) 어, 어,
석기 : 그게 뭐죠?
정호 : (본다)
석기 : (입 다물지만 웃는 입이다)
호식 : 당신 꺼 아냐?
타미 : 아, 아니..몰라...
호식 : 체크 인 하면서 왜 가짜 여권번호, 가짜 이름을 댔죠?
타미 : 어, 어, (또 주희 눈치)
주희 : (차분히 본다)
타미 : 어, 그건 부끄러우니까. 후커 불러서 노는 거 창피하니까.
영중 : 그만 하지.
호식 : (본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저 지금 공무 수행 중입니다. (타미에게) 앞에 앉은 여자분 알아요?
타미 : ...알아.
호식 : 어떻게 알아요.
타미 : 몇 번, 아니 한번, 봤어. 전화기 주워 줄때.
호식 : 그때 뿐인가요?
석기 : 이건 부당합니다. 이 친구 변호인 자격으루,
정호 : 당신은 한국에서 법률 서비스 업무를 할 수 없어.
석기 : 그렇군요. 깜빡 했습니다.
호식 : 조용히 해주세요.
경관이 들어온다. 다들 보면,
경관 : (전화기 내밀며) 형사님, 계좌 조회 결과 나왔답니다.
형사 : (받는다)
석기만 혼자 웃고 정호, 이령, 주희, 불안.
형사 : 네...네...알겠습니다. (끊고 주희에게) 서까지 가줘야겠는데요?
정호 : 뭐죠?
형사 : 김주희씨 계좌에 삼천만원이 입금 돼 있답니다. 긴급 체포 명령입니다.
주희 : (응?)
이령 : (놀라) 주희씨,
정호 : (본다)
호식 : 어떻게 된 거야?
주희 : (고개 저으며 말이 안나와 입만 벙긋거린다)
정호 : 말 해봐. 몰라?
주희 : (간신히 끄덕이고 타미를 본다)
타미 : (외면)
S#58. 복도.
주희가 경관에게 팔 잡힌 채 형사 뒤를 따르고. 그 뒤 정호와 이령, 하영.
방방이 내다 보는 사람들.
하영 : (이령에게) 도대체 뭐죠? 김주희 뭐 잘못했는데요?
이령 : 나두 아직 몰라.
정호 : (주희에게) 걱정 하지 마.
이령 : 곧 나오게 돼.
주희 : (제풀에 소스라쳐 선다)
다들 : (보면)
정호 : (다급) 뭐니, 뭐 생각 나는 일 있어?
주희 : (영중의 방 쪽 가리키며) 저기, 저기, 어제, 봤는데 저한테 돈,
정호 전화벨 울리고
형사 : 가서 진술해요.
정호, 급히 전화 받고 형사 일행 주희와 함께 간다.
주희, 뒤돌아 본다.
정호 : (전화) 네, 아주머니....뭐, 뭐요?
S#59. 정호 거실.
구급 요원들이 들것 들고 나간다. 손목에 피흘리며 들것에 누워 있는 혜수.
가정부 : (전화. 정신없다) 빨리 오셔야 돼요. 피 많이 흘렸어요. 지금 병원으루 가요.
S#60. 송현 복도.
정호, 전화기 귀에 댄 채 후둘후둘....
석기와 타미가 오고 있다.
정호 : (전화기 귀에 댄 채 망연...)
S#61. 동 엘리베이터 앞.
엘리베이터 열리고,
형사 : 타요.
주희 : 아, 안돼요. 혼자서는,
이령 : 기다려요.
이령, 뛰어 들어간다.
S#62. 복도.
이령이 뛰어온다. 석기와 타미는 정호를 보며 서 있고,
이령 : 서변 뭐 해?
정호 : 당신이 좀 가 줘.
이령 : 뭐?
정호 : 사고가 났어.
이령 : (석기와 정호를 보고는) 알았어. (되돌아 나가고)
정호 : (간신히 전화) 갈게요....(끊으면)
석기 : (비웃음) 김주희 혼자 보내시게요?...
정호 : (본다)
석기와 타미, 간다.
정호, 극도의 혼란으로 벽을 짚는다.
S#63. 엘리베이터 앞.
석기와 타미가 온다.
경관이 엘리베이터 버튼 누른 채 기다리고,
이령 : 일단 가.
주희 : 안돼요.
이령 : 글세, 가, 서변 올동안 내가 옆에 있으께.
주희 : (울음) 안돼요!
타미 : (외면)
하영 : (울먹) 주희야.
석기 : (힐끗)
정호가 온다.
주희 : (정호 향해) 같이 가 주신다구 했잖아요.
정호 : 곧 갈게.
형사 : 가야겠는데요?
주희 : (경관에게 밀려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저 할 얘기 있어요. 다른 사람한테는 못해요.
정호 : (뒤따라 타면서) 알아.
형사와 경관 주희 이령, 석기, 타미가 탄다.
하영 : 조심해 주희야, 세희 걱정 하지 마.
S#64. 영중의 방.
영중, 굳은 표정이고, 호식이 물끄러미 본다...
S#65. 1층 로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경관 주희 형사 이령이 내린다. 정호와 석기, 타미는 그 안에.
주희 : (돌아보며 울음 섞인) 바로 오셔야 돼요.
정호 : 나 갈 때까지 암말 안해두 돼.
문이 닫히고,
S#66. 엘리베이터 안.
타미 : (고개 푹 숙이고 있고)
석기 : 무슨 급한 일이신지 모르지만, 결국 혼자 보내시네요.
정호 : (멍하니 앞만 볼 뿐...)
S#67. 송현 건물 앞.
경찰차 출발. 차 안의 주희. 곁에 이령이 있지만 주희에겐 아무도 없는 것 같다.
조금 후, 정호 차가 지하 주차장 빠져 나온다. 정호 표정 공황 상태.
그 뒤, 석기 차. 석기는 빙긋 웃고 있다.
S#68. 북한강변 국도. 오전.
달리는 석기 차 안. 석기, 운전하면서 전화 중이고 옆자리 타미, 우울하게 창밖을 보고 있다.
석기 : (전화)...알겠습니다...(끊고 타미에게 손을 내민다)
타미, 힐끔 보고는 마지 못한 듯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석기의 손바닥에 올려 놓으면,
석기, 전원을 끈 후 윗주머니에 넣는다.
석기 : 알지?...혼자 뉴욕 보내버리면, 넌 다시 이전 생활루 돌아가...약쟁이들 심부름 하다가 강간당하구, 총 맞구,
타미 : 그만해.
S#69. 휴게소.
석기의 차가 들어와 주차중인 차들 사이를 서행하다가 대형 찝차 옆에 붙어 선다.
석기 차에서 내리는 타미, 찦차에 오른다.
찝차 운전석의 권혁중이 자못 친한 듯이 손을 내밀고, 타미, 내키지 않지만 마주 잡는다.
후진하여 빠져 나가는 석기의 차.
S#70. 경찰서. 낮.
조사실. 형사 앞에 마주 앉아 입 다물고 있는 주희.
면회실. 이령이 뭔가를 묻지만 여전히 말 않는 주희.
S#71. 병실. 밤.
혜수, 손목에 붕대 감은 손으로 링거 바늘 뽑아 팽개치는 등, 발광하고
정호와 이령, 호식이 말리는데 의사, 남녀 간호사 두명이 뛰어 들어온다.
합심하여 혜수를 붙들고
간호사와 의사가 민첩하게 빠져 있는 링거 파이프 끝의 주사 바늘 다시 꽂고 파이프에 조그만 주사를 찌른다.
악쓰며 반항하던 혜수, 맥없이 늘어져 잠에 빠지고, 이령과 호식, 비로소 안도하며 정호를 보면,
정호, 미치겠는지 주먹으로 벽을 누르고,
S#72. 동 복도. 밤.
이령과 호식이 나온다. 이령이 전화를 한다.
S#73. 주희 거실.밤.
하영이 전화를 받고 세희가 울먹이며 본다.
S#74. 유치장.밤.
주희, 거칠고 상스러운 여자 두어명이 가만 있는 주희 머리칼 잡아 당기거나 젖가슴을 손가락으로 찌르거나 하는 것을
앉은 채 이리저리 피하고 있다.
S#75. 석기 호텔 안 클럽. 밤.
혼자서 포켓볼 치다 말고 가는 석기.
바. 석기, 다가와 걸터 앉는다. 마시다 만 술잔을 비우면 바텐더가 더 하시겠어요? 눈으로 묻고
석기, 한잔만, 손가락 세워 답하고 전화기를 꺼낸다.
호식 팀의 수사관이 멀찍이서 보고 있다.
석기, 전화하려다가 얼핏 그 시선 느낀다...픽 웃으며 전화기 놓고 바텐더가 건네는 술잔을 받는다.
수사관 나간다.
S#76. 호텔 일각.
수사관 : (전화) 네, 아직은요...
S#77. 밤거리 달리는 이령 차안.
이령이 운전하고 옆자리 호식.
호식 : (전화) 철수하고 지금 곧 조형사한테루 가세요...입금자 신병 확보할 때까지 같이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S#78. 강남 경찰서 마당. 아침 일찍.
정호의 차가 들어서는 것이 보인다.
S#79. 면회실.
벽시계 일곱시 쯤.
문이 열리고, 여자 경관 뒤따라 들어서는 주희.
정호, 일어선다.
수갑 찬 주희를 바라보는 정호. 주희, 아주 희미하게 웃는 것 같기도 하다.
여경이 수갑을 풀어 주는데, 정호, 성큼 다가선다.
여경, 그 서슬에 놀라 한쪽 수갑 급히 마저 풀어주고 물러서면,
정호 : (마음 약해지지 않으려 거의 쏘아보듯) 다른 일 없었지?
주희 : 네.
정호 : 밥두 잘 먹구, 잘 버티구 있지?
주희 : 네.
정호 : 집엔 양하영씨가 가 줬어.
주희 : 네.
정호 : 근데 내가 너무 늦게 왔어. 시간이 없으니까 빨리 말해. 나한테 하다 만 얘기...
주희 : ...
정호 : 나한테만 할 수 있다구 했잖아. 누가 너한테 돈을 줬다는 거 까지 하다가 말았어. 그거 자세히 말해 봐.
주희 : 그 사람, 생각보다 무서워요.
정호 : 알아. 아는데, 내가 그랬지, 그 새끼 죽여 놓겠다구.
주희 : 그건 더 겁나요.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두 있잖아요.
정호 : 넌 지금 갇혀 있어, 이 맹추야. 니 동생 너 기다리구, 나두 너 이러구 있는 거 더 못 봐.
주희 : 많이 생각했는데, 제 입으룬 말 못하겠어요. 타미라는 애를 만나 보세요.
정호 : 그애 벌써 사라졌어. 연락 안돼.
주희 : (본다) 그,그럼, 제 통장에 돈을 보낸 사람은요? 그게 누군지는,
정호 : 차명계좌 같애. 입금자 주소지에 사람 보냈는데, 거기 안 산대.
주희 : (더욱 두려운. 추운 듯이 등을 오그리고 양 어깨를 만진다)
정호 : ...내가 너 혼자 끌려가게 했다구 못 믿는 거니?... 인제야 나타난 거 서운해서 그래?
주희 : 더 급한 일일 거라구 생각했어요. 사모님한테 무슨 안좋은 일이 생겼을 수두 있구,
정호 : (멈칫...)
주희 : 정말이예요, 서운하지 않아요!
정호 : (끌어 안지는 못하고 주희 양 어깨 잡는다)...알았어...알아 들었어... (...양 어깨 잡은 손에 힘만 줄 뿐)
주희 : (눈물 후두둑)
정호 : ...아무 것도 겁내지 말구, 말 해봐...
S#80. 주희 집 앞.밤.
5부에서 타미가 주희에게, 너한테 나쁘게 한 거 미안해서 돈 보냈어. 이거 알렉스는 몰라야 돼 등등.
S#81. 면회실.
마주 앉아 있는 정호와 주희. 주희 얼굴에는 울었던 흔적 그대로.
주희 : 그 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몰랐으니까 그냥 끌려 왔겠죠...
정호 : (외면)
주희 : (본다) 그 사람한테 전해 주세요...제가 원하지두 않았는데 너무 많이 알구 있다구요...사람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불쌍해질 수 있는지, 그거 보여주는 거라면, 이미 다 봤다구요...그러니까 저 여기서 조용히 나가게 해달라구요...
정호 : (본다...) 넌 아직두 이 일이 조용히 지나가길 바라니...
주희 : ...네...저를 위해서요...
정호 : ?
주희 : 그 사람 다시 갈 때까지만 잘 견디면 돼요...그리구 다시 저 살던대루 살구 싶어요...그동안 저 나쁘지 않았어요...
사는 거 우습게 여기지 않으면서, 동생 위해 조금씩 저축두 하구...그리구...조심조심...분수껏...제가 할 수 있는 만큼...
아무 것두 깨지 않구...변호사님 가까이에 있는 거...그냥 다 좋았어요...
정호 : (이 애를 어떡하면 좋은가...)
주희 : 지금 이런 일, 다 지나가구, 다시 그렇게 지내구 싶어요...
정호 : (망연...)
문이 열리고 식당 배달원이 쟁반을 들이민다. 구석에 서 있던 여경이 쟁반을 받아 주희 앞에 놓아 준다.
정호 : 먹을 수 있지?...
주희 : ...네...
주희, 냅킨에 싸서 고무 밴드로 동여맨 나무 젓가락과 쇠숟가락을 끄른다.
숟가락 들려다가 고무 밴드를 집어 머리를 하나로 잡아 매고 다시 숟가락 집어 국물 한술 뜬다. 국물에 밥을 마는 주희.
묵묵히 바라보는 정호. 앞에는 종이 커피 한 잔. 마시지는 않는다.
3부. 식당에서, 설렁탕 국물에 만 밥을 건져 먹던 주희.
1부. 정호 방에서 무선 헤드폰 쓰고 허공에 활을 그으며 상상의 바이얼린 연주를 하던 주희 모습.
주희, 정호 시선 아랑곳 않고 찬찬히 먹는다...정호, 외면하며 먹먹해지는.
S#82. 석기 호텔 로비.아침.
프론트 벽시계 여덟시 쯤.
S#83. 동 엘리베이터 앞.
출근 차림 석기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하영이 다가간다.
하영 : 굿모닝.
석기 : (본다. 멈칫 했다가 짐짓 쓸쓸한 미소 띠며) 웬일야...
하영 : 아침 사 줘요...
S#84. 동 카페테리아.
석기 앞에는 주스만. 하영은 팬케익 따위를 탐스럽게 먹으며.
하영 : 원래 아침 식사 그렇게만 해요?
석기 : 오늘은 다른 거 생각이 없어.
하영 : 왜?
석기 : 마음이 안좋아...내가 이럴 땐 넌 더 하겠지만...김주희씨 동생은 괜찮아? 충격 많이 받았지?
하영 : 말해 무엇 하리요.
석기 : 어떻게 생각하니...김주희씨가 꼭 그런 일 해야만 했나?
하영 : 나 원래 탐색이 전공인데, 가끔은 그러구 싶지 않어. 관능녀와 매력남이 만났는데 뭐 땜에 시간 낭비해?
석기 : 동생 때문에 목돈이 필요했다면, 다른 방법두 있지 않았을까?
하영 : 패 까구 얘기 하자니까?
석기 : 서정호가 그 정도는 도와 줄 수 있지 않나?...와이프 때문에 조심하나?..
하영 : (본다) 내가 들은 얘길 하께...대표가 당신한테 잘 보일라구 김주희를 도둑으루 몰았대. 근데 진짜 도둑은 당신이래...
그거 어떻게 생각해?
석기 : 넌?...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영 : 물론 나야 어느 편두 아니구, 다 관심없지...김주희가 빨리 나오는 거 말구는...그래야 내가 당신 즐겁게 만나 즐겁게 놀수
있잖아.,,친구가 잡혀 갔는데, 적어두 내가 보기엔 아무 죄두 없이 갇혀 있는데, 내가 어떻게 데이트를 즐겨? 안그래?
석기 : 놀라운 우정이야.
하영 : (힐끗 보고는 재잘재잘) 우정두 우정이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난 적어두 당신하구 연애를 할려는 거거든?
상납된 게 아니라?...
옆 테이블의 사람들이 힐끗 본다. 하영, 그들 향해 생긋 웃어주고는.
하영 : 그럴래믄 서로 즐겁구 대등해야지..물론 연봉을 따지면 당신하구 나는 절대 대등 못해..내 말은, 연봉이 비슷해야 된다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한가지 사안을 두구 관점이 전혀 다르면 그게 바로 불평등이란 말이지. 연애를 방해하는 첫 번째 요인이구..
석기 : (빙긋) 너두 지금 그거 무슨 말인지 모르구 하는 거지?
하영 : 어쨌든.
S#85. 거리.석기 차 안.
석기, 운전하고, 하영 옆자리에 앉아 여전히 재잘재잘.
하영 : 그러니까 나한테만은 솔직해 보란 말이지...‘까불지 마, 아둔해 보여’ 그딴 소리 하지 말구...잘 생각해 봐...
나같이 귀엽구 섹시한 여자가 약혼녀 빈자리 채워 줘, 거기다 스파이 노릇까지 해 줘, 그거 나쁠 거 없잖아.
석기 : 너 제법 귀여워. (손을 내민다)
하영 : (잡으며) 그렇구말구.
석기 : (하영의 손을 당겨 바지춤에 넣으려)
하영 : (뿌리치며) 이건 대등한 게 아니지. 내 기분두 중요하잖아?
석기 : (웃음)
석기의 전화벨. 번호 확인하고는 얼른 받는다.
석기 : 하이, 하니...
하영 : (힐끗)
석기 : 출근 길이야...여기두 이 시간엔 트래픽 장난이 아니지...그래두 즐겁게 다녀...(하영을 힐끗) 니 생각하면서...
하영 : (짐짓 창밖을 본다)
석기 : 서울 연주회, 결정 됐어?....와우...언제 오니...그래애?...며칠 안 남았네?...정말 잘 됐어...온다니까 더 보고 싶어...그럴까?..
하영, 문득 전화기 본다. ‘어딨죠? 서정호’ 민첩하게 답장 보내는 하영.
석기 : (전화 계속) 그래...거기 시간 아침 여덟시, 얼굴 보며 통화 하자. 이쁘게 하구 접속해...
S#86. 지하주차장. 정호 차 안.
정호, 문자 확인. ‘같이 있음. 곧 도착’
S#87. 송현 건물 앞.
석기의 차가 다가온다.
하영 : 나 여기서 내릴게. 같이 올라갈 필요 없잖아?
석기 : 삐졌어?
하영 : 난 선수야.
석기 : 너 그래서 좋아.
하영 : 위에서 봐요. 알렉스.
차가 현관 앞에 서고, 하영이 내린다.
S#88. 지하 주차장.
석기의 차가 빈 자리에 서고, 석기가 내린다. 거의 동시에 정호도 내린다.
정호 : 윤석기.
석기 : (본다)
정호, 다가가고, 석기, 잠깐 당혹스레 웃는다. 석기 앞에 서는 정호.
정호 :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는데.
석기 : 무슨,
정호 : 속히 결정해 주기 바래...
석기 : 무슨 말씀이세요?
S#89. 출입문 안쪽.
하영이 몸을 숨기고 틈을 보다가, 누군가 들어서면 얼른 문 밖으로.
S#90. 지하 주차장.
하영, 기둥에 몸을 붙인다....
정호 : 우리 쪽에서 수사 중지할테니까, 당신은 대신, 김주희 혐의를 벗겨 줘.
석기 : (웃음) 무슨 말씀이세요?
정호 : 다른 조건 일체 없어. 정작 가장 큰 피해자는 나구, 내가 당신 기사한테 혐의를 둔 거, 그건 정황상 맞아...
그거랑 주희랑 바꾸자는 거야. 김주희 통장에 보낸 돈, 그거 대가성이 아니라는 거만 밝혀주면 돼.
당신이 사주했다는 거 굳이 말할 필요 없어.
석기 : 사주라니, 왜 이러세요, 선배님.
정호 : 어차피 당신은 정우석만 지키면 되지 않나. 자료 빼낸 거, 또 그거 김주희한테 덮어 씌운 거, 다 불문에 붙일께.
석기 : 선배님.
정호 : 싫어?
석기 : 그건 제 소관이 아니지 않습니까.
정호 : (본다...)
석기 : (웃음) 게다가 그런 근거없는 억측을 사실루 적시하시다니요.
정호 : 윤석기...
석기 : 전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돌아서려)
정호 : (막아선다) 김주희한테 부끄럽지 않니?
석기 : (그냥 가려)
정호 : 니가 한 때 사랑했던 여자야.
기둥 뒤, 하영, 엉? 눈이 커진다.
석기 : 그것과는 무관하죠.
정호 : 그앤 널 놔줬잖아...니 꿈인지 욕심인지 맘껏 채우며 살라구 보내줬잖아...
하영, 세상에...관자노리에 손끝을 대며 진정하듯.
정호 : 근데 넌 주희한테 왜 그러니...아무리 니가 난처해두, 하필 그애를 밟을려구 들어?...
석기 : 안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정호 : 제발 다시 생각해 봐...우리 쪽에서 깨끗이 손 떼 주겠다는데,
석기 : 계속 이러시면 저 화 냅니다. 저라구 김주희가 곤경에 처한게 즐겁겠어요?
정호 : (본다...)
석기 : 주희한테 전해 주세요. 형편이 어려워 잠깐 판단이 흐려졌다면, 그 점 선처를 구하라구,
정호 : (자른다) 너 정말 말이 필요 없는 놈이구나.
석기 : 말씀 조심하세요.
정호, 주먹을 날린다. 석기, 거의 동시에 발이 올라간다.
둘, 주먹과 발길 몇 번 오간 후, 뒤엉켜 난투극. 정호가 올라탔다가, 곧 석기가 우세했다가...
기둥 뒤 하영, 퍽, 퍽 소리 날 때마다 눈을 감아가며...
정호, 힘겹게 석기를 깔고 앉아 석기 목을 조인다. 숨차다. 석기, 정호 손아귀 떼내려 안간힘.
정호 : 너 그렇게 끝까지 가 봐...어떻게 되나...
석기 : (킬킬)
정호 : 인간이 왜 불쌍한지 아니...완벽하게 악하지두 못하기 때문이야...니가 만약 끝까지 악할 수 있다면, 그땐 존경할게.
석기 : 비겁한 놈. 데리구 살지두 못하면서.
정호 : (한 쪽 손 들어올려 내리치려는 순간)
석기 : (튕겨져 일어난다)
정호, 나동그라지고 그 틈에 석기, 정호를 깔고 앉아 목을 조른다.
저만치 팽개쳐진 두 남자의 전화기, 열쇠 등.
석기 : 너두 그렇게 끝까지 가 봐...어떻게 되나...신경쇠약 마누라두 버리지 못하구, 어여쁜 김주희두 외면 못하구...난처하지?
정호 : (컥컥)
석기 : (킬킬) 나야말루 가슴이 아파. 제비꽃 같은 주희,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 잘 살아주길 바랬는데,
왜 하필 너처럼 우유부단한 놈한테 꽂혀서, 오도 가도 못하구 저런 꼴 당하는지,
정호 : 주희가 전하래...너한테서 볼 거 다 봤으니까 그만하라구,
석기 : 김주흴 구하는 건, 일부러 니 몫으루 남겨 준거야. 니가 구해봐. 사랑한다면. 킬킬.
5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