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혁명이나 쿠데타를 성공시킨 권력자가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난 경우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프랑스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지도자들도 스스로 권력에서 물러나지 않다가 정적의 손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볼세비키 혁명을 성공시킨 레닌도 일찍 병사해서 독재자의 이미지가 덜하긴 하지만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 없었을 것입니다. 중국 공산혁명을 이끈 마오쩌뚱은 혁명을 이끌 때의 그 총명한 전략전술과 뛰어난 형세판단 능력을 상실했는지 신중국 수립 후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 후에 늙어서 죽었습니다. 쿠바의 혁명지도자 카스트로도 죽을 때까지 최고지도자로 있었습니다. 튀르키예의 독립투사이고 초대대통령이었던 아타튀르크도 튀르키예 국민들의 존경을 받았지만 대통령자리에서 병사했습니다.
제3세계의 독립 영웅들과 혁명지도자들, 쿠데타 지도자들도 독재자로 삶을 마쳤고 명예롭게 스스로 물러난 예가 없었습니다. 북한의 김일성은 안물러나는 정도가 아니라 3대 세습을 하고 있고, 쿠데타로 집권한 우리나라의 박정희나 필리핀의 마르코스나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도 실각할 때까지 또는 죽을 때까지 독재자였습니다. 아무리 살펴봐도 혁명이든 쿠데타이든 성공시킨 지도자들은 대부분 독재자로서 죽거나 권력을 잃었고 스스로 권좌를 떠난 권력자는 거의 찾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거의 유일하게 독재자가 되지 않고 스스로 물러났습니다.
유튜브에서 아프리카 르완다에 대한 영상이 있어서 시청을 했는데, 1994년에 르완다의 후투족이 투치족을 거의 100만명을 학살하는 끔찍한 인종청소가 일어났었습니다. 원래 후투족이나 투치족이나 언어와 문화가 같고 서로간에 결혼도 많이 해서 같은 민족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로 말하면 전라도나 경상도 정도의 차이밖에 없는 듯 합니다. 다만 후투족은 농업에 종사했고 인구가 85%이상 차지하고 있었고, 투치족은 유목을 하는 종족이고 인구는 14%정도였다고 합니다.
서양 제국주의가 식민지에서 통치를 쉽게 하기 위한 분열정책인 이이제이의 일환으로 소수 종족을 말단관료 계층으로 다수 종족을 관리하게 해서 독립 후에 다수의 피지배종족이 소수의 지배종족에 대한 인종학살이 일어나곤 했었습니다. 인도와 버마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인종청소가 일어났었습니다. 벨기에도 르완다를 식민지로 삼으면서 소수 종족인 투치족을 식민 지배의 말단 관료층으로 삼으면서 후투족의 투치족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상황에서 독립한 후에 내전이 일어났고 겨우 휴전이 되었지만 후투족 출신 대통령이 비행기 격추 사고로 사망하게 됩니다. 후투족 강경세력들은 투치족이 일으킨 것이라고 후투족 주민들을 선동하여 투치족에 대한 대량학살이 자행되었던 것입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후투족 출신 대통령 탑승 비행기 격추 사고는 후투족 강경세력이 일으킨 사건이었습니다. 100일 만에 100만명이 학살당하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거의 모든 후투족이 학살에 참여한 셈입니다. 투치족 인구의 70%가 학살당했다고 합니다.
이 후에 투치족도 반군을 조직해서 후투족을 상대로 내전을 벌인 끝에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후투족이 공황에 빠지게 됩니다. 투치족이 복수를 위해 후투족을 대량학살을 할 것이라는 공포로 수많은 후투족이 이웃나라로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렇지만 투치족 반군의 지도자이고 2000년에 대통령이 된 폴 카가메는 놀랍게도 투치족의 보복을 엄격하게 금지시켰고 양 종족간 화해를 추진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내전 기간 중에 GDP가 반으로 떨어졌지만 카가메 대통령의 지도하에 급격하게 회복되었고, 학교를 정비하고 IT 인프라도 정비하고, 공직에 여성을 30%이상 의무 채용하게 하는 등 아프리카에서 가장 부패가 적고 가장 안전하고, 가장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꼽히게 되었습니다.
이런 눈부신 성장을 이끈 폴 카가메는 지금까지 23년이나 대통령을 하고 있고 지지율이 여전히 90%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장기집권은 어쩔 수 없는 독재와 부패로 떨어지게 됩니다. 지금 르완다는 대통령의 정적과 비판언론에 대한 탄압이 일어나고 있고, 대통령과 여당세력의 부정부패가 심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장기집권하는 지도자는 자기가 없으면 나라가 어려워 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기만이 유일한 구원자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과대망상일 뿐입니다. 폴 카가메 대통령도 자기가 물러나면 다시 나라가 분열하고 어려움에 빠질거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위대한 업적을 남겼다면 평화롭게 정권을 넘겨주고 명예로운 퇴진을 하여 존경받는 위인으로 남으면 어떨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