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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지맥 9구간
2009.05.10 (일)
산길 : 어상천~삼태산~외내기골
거리 : 13.5km
구간거리
어상천(512번)도로~4.3~삼태산~2.7~해고개~6.5~외내기골............13.5km
Cartographic Length = 16.7km / Total Time: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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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10:04 512번 도로
10:38 무두리
11:00 고수동 채소밭
11:55 누에머리봉
12:35 삼태산
13:40 해고개
14:55 비닐하우스
15:22 조전리 도로
16:07 △450.8m
16:33 외내기 안부
16:40 외내기골
512번 도로 (335m)
어상천면 임현리. 고개 남쪽 아래 절골이 있어 절골고개라 해도 좋겠다. 절골에 절이 있었던 사연이 있다.
단양군 어상천면 임현리 절골은 옛날 을아현(乙阿縣)의 관아가 영춘현(永春縣)으로 옮겨 갈 때까지 절이 있었다고 한다. 을아현의 관아가 위치해 있던 양지말은 여자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고 그곳에서 마주 보이는 중바위(승암)는 남자의 성기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두 모양을 볼 수 있는 곳에 절이 있었다.
하여 이 절에 있는 승려는 불공을 올리거나 수도를 하려 하여도 지세에 눌려 맑은 마음의 경지에 이르기가 어렵고 늘 음란한 기운이 일어나곤 하였다.
마침 신임 현감이 부인과 권속을 이끌고 부임해 왔다. 그 현감의 부인은 불교에 대한 신앙심이 깊어서 가끔 절에 불공을 드리러 다녔는데 이 절의 승려는 그만 평소의 수양을 잃고 현감부인의 미색에 홀리게 되었고 부인도 역시 승려의 꾀임에 빠져 은밀히 내통을 하게 되었다.
결국 이러한 사실이 현감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어 크게 노한 현감은 승려를 절에서 멀리 내쫓고 절을 헐어 버렸다. 사람들은 절에서 바라보이는 두 곳의 지세 때문에 그런 일이 있게 되었다 믿었다. 지금은 절골이라는 마을 이름만이 남아 있을 뿐 절터는 찾아 볼 수 없다.
밭 우측 능선으로 올라간다. 지형도상 마루금은 곧장 동쪽(80도) 방향으로 그었지만 실 지형은 남동(150도) 방향으로 올라간다. 그 사이 숲이 빽빽해 졌다. 그런대로 식별이 되는 길을 따라 10분 오르면 자연스레 북쪽으로 방향이 바뀐다.
동쪽 건너편 고수동 뒷능선까지 직선으로는 0.6km인데 북쪽 무두리 마을로 2.7km를 휘돌아 간다. 숲이 들어차니 그늘이 생겨 좋다마는 보이는게 없으니 눈이 갑갑하다. 가끔씩 우측으로 삼태산 누에머리봉이 보이고 왼쪽으로는 차소리가 들린다. 512번 도로와 나란히 가고 있다.
10:35 산불초소
능선이 높지 않아서 그런지 초소가 다리위에 올려놓은 타워형이다. 무두리마을이 바로 아래로 보이고 삼태산 능선도 훤하다. 우측으로는 고수동 골짜기가 일직선으로 깊게 들어와 있다.
10:38 무두리 고개
마을에서 올라온 시멘트길이 그대로 이어진다. 잠시 마을길을 따라 가다가 우측으로 수렛길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능선으로 붙는다. 시멘트길은 그대로 넘어가는데 지도를 보면 이 길을 계속 따라가도 고수동에서 만나겠다. 남쪽으로 향하는 능선 양편으로 임도가 함께가는 그림이다.
남쪽으로 20분가량 진행 후 GPS트랙은 왼쪽을 가리키나 길은 계속 직진이다. 없는길 만들 수도 없어 그대로 내려가니 잠시 후 왼쪽으로 꺾인다. 밭으로 떨어지고보니 마루금에서 우측으로 조금 벗어났다. GPS 트랙이 맞았다는 얘긴데, 조은길 놔두고 덤불 해칠 엄두도 없을 뿐 아니라, 정확하게 마루금 찾아 내려온들, 밭 한가운데로 진행해야할 판이다. 왼쪽 둔덕에 보이는 컨테이너 있는데가 마루금이나, 다들 밭을 피해서 이쪽으로 내려온 모양이다.
(삼태산 마루금 : 가운데 볼록한 봉우리가 지맥)
(삼태산 임도)
11:03 채소밭 임도
정면 삼태산을 바라보며, 마루금 잡기가 애매하다. 정면에 보이는 능선이 두개인데, 어느쪽 능선이 마루금인지 판단이 안된다. 왼쪽은 벌목 흔적이 있는 능선이고 우측은 숲이 빽빽한 능선인데 지도정치 후 우측을 택했다.
바로 앞 밭에는 콤바인 한대가 열심히 작업중이라 눈치가 보여 접근할 수도 없고, 우측으로 휘돌아 오르니 아래에서 봤던 우측 산자락에 노란 리본이 하나 나풀거린다. 여기다, 아니 저기가 맞다... 논란을 한방에 잠재우는 신호등 역할을 하는 리본이다.
11:18 산판도로(512m)
리본을 따라 오르니 덤불속으로 뚜렷한 길이 나있고, 이어 산판임도에 올라선다. 아래위로 일본잎깔나무가 조림된 임도다. 왼쪽이 오르막이라 잠시 따라가니 아래쪽에서 보던 두 능선 사이의 골짜기가 나온다. 다시 되내려오고, 다행히 비탈로 올라간 길이 있긴 한데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거의 70도 이상의 경사면이다. 다행한 것은 황톳빛이 드러나는 흙길이 그런대로 단단해 미끄러지지 않는다. 만약 비에 젖었거나 눈이라도 내렸다면 발보다는 두 팔의 힘으로 올라야 될 비탈이다. 임도에서 정상까지 350m 가량을 올리는데, 초반 150m 가량의 급경사를 극복하면 잠시 완만해 지는 듯 하다가 마지막 100m를 남기고는 더 곧추서는 경사가 된다. 앞 사람의 엉덩이 대신 발바닥이 머리위로 보인다. 숫제 기어오르는 자세다.
11:54 삼태산 능선
온몸을 바둥거리며 능선에 올라섰다. 산판도로(임도)에서 22분 걸렸다. 삼태산(삼각점)은 왼쪽이고, 누에머리봉은 우측이다 [←삼태산정상300m →누에머리봉]. 후들거리는 다리에 배낭을 벗어 던져버리고 싶지만 누에머리봉이 불과 100m 거리라 그대로 간다.
11:55 누에머리봉
둥근 목조테이블 뒤로 정상석이 3개나 있다. 테이블은 아래쪽에 하나 더 있어 밥 먹고가기 딱 좋다. 우선은 아래위로 다 까재끼고 건조작업부터 한다. 남자들만 있으니 까 내리는것도 자유롭다. 윗도리 벗어 나무에 걸쳐놓고 반라의 남자들이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밥 먹는 모습은 막노동판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점심~12:22)
아까 올라선 지점까지 되돌아가고 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계속 탄다. 이정표에 우측으로 [용바위골 1km]를 가리키는데 지도상으로는 왼쪽(남서)아래 골짜기가 용바위골인데, 골짜기에 있는 큰 바위에 천연적으로 새겨진 용의 무늬가 있어 용바위골이란다.
능선상에 로프를 둘러 들어가지 못하게 해 놓은데가 있다. 한가운데 땅속으로 뚫린 구멍(수직 굴)이라 로프로 둘러치지 않았으면 무심한 사람은 빠질 수도 있겠다. 고수동 일광굴에 불을 지핀지 7일만에 삼태산 정상에서 연기가 솟았다고 하는데 이 구멍이 긴가보다.
일광굴
단양군 어상천면 임현3리 고수동 마을에 거대한 석회석 자연동굴이 있다. 굴 입구는 좁으나 굴속은 매우 넓어 면적이 수백 평이나 되고 높이는 60여 미터에 이른다. 굴천장의 높은 곳에 구멍이 뚫려 있어 햇빛이 굴 안을 비춰 주고 있다. 이 굴은 다음과 같은 전설을 갖고 있다.
임진왜란 당시 침략자들이 이 마을에도 진군하여 왔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굴속으로 피신을 했고, 며칠 후 한 노인이 사정을 알아보려고 마을에 나갔다가 적군에게 잡히고 말았다. 적군들은 노인을 고문한 결과 마을 사람들이 굴속에 피신하여 있는 것을 알아내고는 굴 입구에 불을 지폈다. 굴 안에 있던 수백 명의 마을 사람들이 노인 어린이 할 것 없이 모두 질식하여 죽었다. 이 참혹한 일이 있은 후 7일이 지나서 연기가 삼태산 정상부근으로 솟아올랐다고 한다. 지금도 굴속에 그 당시 사람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들이 발견되고 있다.
(누에머리봉)
(삼태산)
지형도상 삼태산이나, 2등삼각점이 있는거 외에는 누에머리봉만 못하다. 그래서 누에머리봉에 정상석이 3개나 모여있는지도 모르겠다만 벌목을 해서 정상부의 면목은 갖췄다.
이전에는 삼타산(三朶山)이라고 불렸으며 어상천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큰 삼태기 세 개를 엎어 놓은 듯이 보이기 때문에 삼태기산으로 불리어 왔고 산세가 누에가 기어가는 형상이라 해서 누에머리산이라고도 부른다.
왼쪽으로 [방산미1.2km]를 가리키는데 지도에는 방살미이고, 이외에도 임현리에는 덕거리 무두리 고수동 등 자연부락이 많이 있다. 정상부를 지나 북서쪽으로 내려가면 어상천면과는 이별하고 영춘면으로 들어간다. 급비탈길을 지그재그로 돌아내리면 [삼태산 주차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연이어 2개 나온다.
12:44 십자로 안부 (715m)
[←절골,유암 →만종,주차장] Y자로 갈라지는 이정표이나 지맥은 이정표 뒤로 직진이다. 순식간에 해발 160m가 떨어졌고, 다시 떨어진 만큼 빡빡하게 밀어올려야 된다.
12:53 ×822m
그나마 그리 길지 않은 오름길이다. 다 올라서고는 왼쪽으로 꺾인다. 정상부 일대가 평평한 지형이고 빽빽한 숲에 낙엽이 두텁게 깔려있어 길 찾기가 쉽지않다. 우측을 주시하며 나가니 드물게 리본이 걸려있어 확인이 된다. 그렇게 10분을 평탄하게 내려가더니 일순간 우측으로 꺾이며 갑자기 쏟아붓는 내리막이다.
능선도 아니고 마치 도랑처럼 파인 골에 낙엽이 수북히 들어차 있어 발길 닿기 무섭게 미끄러져 내린다. 나무를 부여잡고 뒷걸음질로 내려가기도 하고 주저앉기도 하며 10여분 정신없이 떨어지니 겨우 평탄해 진다. 이후 해고개까지는 동네 뒷산같은 능선으로 이어진다
완만한 내리막이 끝나고 앞이 트이는 묘터다, 배낭내리고 퍼져 앉으니 희중씨의 배낭에서 수박통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꿀이다. 바야흐로 얼음물을 챙길 계절인데 시원한 한모금의 얼음물은 닝닝한 물한병과도 안바꾸겠다.
넓게 펼쳐진 밭에는 담배잎이 한뼘씩 돋아났다. 주변에 담배건조장도 더러 보이는걸 보니 이 지대는 주로 담배를 재배하는 곳이다. 담배밭을 가로지르고 이동통신탑이 있는 둔덕을 넘어 내려서면 해고개다.
(담배밭)
(해고개)
13:40 해고개 (330m)
지도 표기는 59번국도이나 교통량은 거의 없다. 2차선아스팔트의 양쪽 절개지를 씨커먼 흙으로 덧씌워놓아 보기에 흉측하다. 아스팔트에는 찜질방의 열기가 올라오고 그늘도 없는 곳이라 그대로 건너편 절개지 수로를 통해 오르는데 땀이 줄줄 흐른다. 옛 지도에는 日峴으로 표기되어 있고 ‘지대가 높아서 해 뜨는 것을 제일 먼저 본다’는 유래가 있다.
14:00 ×442m
절개지 윗봉을 넘어 내려서면 왼쪽으로 꺾어지며 다시 급비탈이 기다린다. 까꼬막의 연속에 올해 처음 만나는 한여름 날씨라 몸은 더 무거워진다. ×442봉에서 내려서면서 강원도계와 접한다. 숲이 들어차 조망없는 고만고만한 능선을 15분 따르다가 지도상 왼쪽 아래 봉불사 도로를 보고는 차라리 봉불사로 내려가 물이나 얻어 마시고 질러갈까 궁리도 해본다. 마루금은 U자를 그리며 건너편 봉불사 뒤에서 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몇시간 전에 앞서 진행한 회장님의 정보가 없었다면 그리 했을 것이다. 고사골에 오면 시원한 수돗물을 마음껏 뒤집어쓸 수 있다는 무전 연락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도를 보니 큰 굴곡도 없어보여 U 자를 그리며 마루금을 따라간다.
길게 남동진 하던 마루금은 연당리에서 도계를 버리고 북서쪽으로 급선회 한다. 초장에 무두리로 둥글게 돌던 형태다. 영월군 남면으로 들어간다.
14:55 고사골 비닐하우스
북으로 방향전환이 되고 10분 후 능선상에 사각저수조가 있다. 저수조 우측으로 내려가면 임도가 나오고 그리 내려가니 마루금상에 대형 비닐하우스와 주거용 컨테이너가 있다. 바로 이 비닐하우스 안에 수돗물이 있다. 소리내고 둘러봐도 아무도 없어 수돗물 틀어 세수하고 머리도 감는다. 위쪽 저수조에 있던 물인지 차지는 않다만 그래도 감지덕지다. 후미에 오던 누구는 이 물을 안 만났더라면 여기서 산행을 접었을 거란다.
(마루금상의 하우스 : 수돗물이 나온다)
(하우스 바깥쪽에 온도계)
우측 고사골로 내려가는 시멘트길을 따라가도 조전리 고개에서 합류가 되겠다만, 내려다보이는 그 길은 땡볕이다. 미지근한 물 이나마 물병에 채우고 산길로 드는데 컨테이너 벽에 걸린 온도계는 36℃를 가리킨다.
15:13 봉불사 안부
희미하게 산길이 이어진다. 봉우리 하나 넘어 내려서면 좌측의 봉불사 안부인데 건너편에는 묘가 있고 왼쪽 밭이 움푹하게 꺼졌다. 마치 물이 빠진 저수지 형태로 밭의 양쪽 둑이 모두 마루금이다. 즉, “이리가도 되고 저리가도 되는” 국내에 몇 안되는 마루금이 둘인 곳으로, 바로 석회석지대의 돌리네(doline) 현상이다. 정선의 민둥산에도 이런 돌리네를 볼 수 있다.
15:18 조전리 도로 (352m)
묘 뒤쪽 봉으로 올라 오른쪽으로 틀어 내리면 2차선 아스팔트가 지나가는 조전리고개다. 묘터에 잠시 앉아 물한모금 마시고 도로에 내려서니 건너편 들머리 옹벽그늘에 선두대장이 쉬고 있다. 덩달아 후미를 핑계삼아 퍼질러 앉았다. 앉고 보니 눕고 싶은거라. 신발벗고 양말까지 벗어버렸다.
‘조전리’라 새긴 큼지막한 표석과 [봉불사] 간판이 있다. 아까 수돗물 나오는 비닐하우스에서 우측 아래 농로를 따라 왔어도 바로 여기서 합류가 되겠다. 아스팔트 바닥에는 열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데 일단의 마라토너들이 지나간다. 얼마나 가느냐 물으니 “21km...”한다. 참으로 징한 사람들이다.
(돌리네 현상으로 움푹꺼진 밭)
(조전리 도로의 마라토너)
한 20분간 그늘에 반쯤 드러누웠다가 후미 한분 오는걸 보고서야 일어났다. 능선에 오르면서 동쪽으로 국지산이 보인다. 다 올라선 약 400봉에는 이동통신 철탑이 있다. 우측으로 꺾으면 방향은 동쪽이되어 국지산을 향한다. 고만고만한 능선길을 이어간다
16:07 450.8m (△418재설)
산불잔해로 나무둥치가 나자빠져있고 억새무성한 어지러운 봉우리다. 파란 이끼가 두텁께 덮힌 삼각점이 있고 번호는 겨우 식별이 된다.
이어지는 능선 역시 해발은 450정도 이나 날등을 이루고 있어 외길로 연결이 된다. 우측 나무사이로 언뜻언뜻 외내기 마을의 밭이 내려다보이고 거의 파장분위기다. 부서진 TV 안테나가 버려져있다. 지형도상 왼쪽으로 신선봉(×443)이 보인다만 갈림길은 없이 그대로 나가고, 올라선 봉우리에는 참호모양으로 돌로 둥글게 석축을 쌓아놓았다.
16:33 외내기 안부
석축 봉우리에서 우측으로 틀어 잠깐 내려서면 우측으로 갈림길이 있는 외내기골 안부다. 오늘 구간의 종점이다. 선두대장이 리본을 여러장 걸어놨다. 우측 숲길로 이리저리 돌며 내려서면 외내기골 상단부 밭이고 농로를 따라 내려간다.
16:40 외내기골
영월군 남면 조전리 외내기골. 맨 윗집까지 버스가 올라와 있다. 그 집 수돗물로 머리를 행구고 송홧가루 듬뿍 묻어 노란색으로 변한 배낭을 털어낸다.
(외내기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