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자
계정 숲을 걸었다. 싱그러운 바람이 상큼하다. 초록 잎이 많이 자라서 숲이 그윽하다. ‘파란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동화 나라로 들어간다. 주말인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우리는 계정 숲을 통째로 빌려서 데이트를 했다.
해마다 계정 숲에서 ‘경산 자인 단오제’ 행사를 한다. 시화전 미술전 사진전 무용 국악 한마당이 이 숲에서 펼쳐진다. 계정 숲은 천연림 군락지다. 이팝나무 말채나무 느티나무 참느릅나무들이 멋지게 숲을 지키고 있다. 겨울 숲도 좋고 봄 숲도 좋다.
나무 의자에 앉아서 새 소리를 들으니 분주했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코로나로 인해서 단오제 행사를 못 하고 있다. 올해도 힘들 것 같다. 계정 숲도 이참에 쉬어가는 중이다. 시끌벅적한 단오 풍경이 그려진다. 경산 사람이 모두 쏟아져 나온 것처럼 숲이 사람으로 터져나갔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을 닦아가며 시화전 행사 준비를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그런지 단오제 할 때는 날씨가 후텁지근하니 정말 더웠다.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푹푹 삶는 날씨였다. 대나무 바구니에 김밥이랑 과일이랑 시원한 커피를 싸들고 소풍을 자주 나왔다. 비 오는 날에도 눈이 오는 날에도 술프도록 파란 날에도 내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 했다.
아름다운 시간이 숲을 헤치고 요리조리 돌아다닌다. 함께 한 사람들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