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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57분50초 "전기공급, 빨리 발차"
9시58분 "단전돼서 열차 못 나간다"
화재사고 '졸속대응', 참사 불렀나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전국 곳곳서 대구참사 '애도 물결'
[특별취재팀]
- 현장취재 : 권우성 손병관 이승욱 기자
- 종합취재 : 김병기 홍성식 김영균 권박효원 기자
- 편집 : 성낙선 김경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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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신:19일 밤 8시50분>
9시57분50초: 사령실, "전기가 공급됐으니 빨리 발차하라"
9시58분: 기관사, "단전돼서 열차가 못 나간다" (교신 중단)
중앙 사령실이 밝힌 사고 당시 무선기 교신 내용
▲ 월배 차량기지 차량정비소로 옮겨진, 두번째로 불에 탄 전동차(1080호). 이 전동차 안에는 수습되지 않은 시신 70여구가 들어 있다. |
ⓒ2003 오마이뉴스 권우성 |
대구지하철 참사가 이틀로 접어든 가운데 이번 사태의 초점이 방화범의 범행동기에서 대구지하철공사의 졸속대응으로 옮겨지고 있다. 보조기관사 없이 주 기관사 혼자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1인 승무제'가
비판의 도마에 오른 가운데 CCTV 현장 녹화가 중단됐다는 주장도 제기돼 진상 규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구지하철공사 중앙사령실은 19일 사고 당시 1080호 기관사와의 무전기 교신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중앙사령실이 밝힌 18일 오전 시간대별 상황은 다음과 같다.
▲ 9시52분35초:1079호(화재 발생 전동차), 중앙로역 도착.
▲ 9시53분: 화재가 확산되며 1079호 탑승객들 상당수가 대피하기 시작.
▲ 9시55분10초:1080호 대구역 도착
▲ 9시55분30초:1080호 대구역 발차
▲ 9시56분경 중앙사령실 전구간 운행열차에 "화재가 발생했으니 주의 운전하라"고 통보.
▲ 9시56분45초: 1080호 중앙로역 도착.
▲ 9시57분: 전차선 단전
▲ 9시57분50초: 1080호 기관사 "위급상황 발생" 사령실 "안내방송을
하라"
1080호 기관사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 사령실 "전기가 공급됐으니 빨리 발차하라"
▲ 9시58분 기관사 "단전돼서 열차가 못 나간다" (교신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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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사령실은 무전기가 불통된 후 기관사가 휴대폰으로 "상황이 힘들다"고 알려왔고, 사령은 "빨리 승객들을 대피시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중앙사령실은 이같은 교신내용을 담은 녹음테이프를 화재사건수사본부에도 제출했다. 그러나 중앙사령실장 곽모씨는 "역구내 상황을 촬영한 CCTV는 화재발생 후 3분30초만에 작동이 중단돼 이후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하철공사로부터 확보한 CCTV 테이프가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지하철공사가 "CCTV 테이프가 화재발생 후 1080호 상황파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힘에 따라 수사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당일 중앙사령실을 통제한 손모, 홍모씨는 18일 저녁 9시까지 근무하다가 19일 새벽 경찰 조사에 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사령실측은
두 사람의 소재에 대해서는 "어제 힘든 근무를 해서 오늘은 쉬게 했는데, 비상한 상황에서 내일부터 나올 수 있는 지는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대구지하철공사가 중앙로역의 화재발생 사실을 알고도 1080호의 열차 운행을 곧바로 중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사령실이 화재발생 후 1080호가 대구역을 출발하기 전 3분 내에
정지 명령을 내렸다면 대규모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 19일 사고현장인 중앙로역 부근 한 식당이 복구 관계자들에게 음식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1080호 기관사 최씨가 화재 발생 직후 11시간 가량 잠적한 상황에서
지하철공사가 최씨의 소재 파악을 소홀히 한 것도 미심쩍은 대목이다. 중앙사령실은 "18일 하루종일 일들이 많았다. 사령실에서 다 하는
게 아니라 중요사안은 사고대책본부에 맡겼다"고 해명했고, 1080호
전동차 운행을 관리하는 운전팀은 "직원들이 전부 병원에 후송됐다고
들어서 치료받고 있는 줄 알았다. 승무팀에 알아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지하철공사의 각 부서들은 타 부서가 알아서 할 것으로 지레 짐작, 화재발생 전동차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 맞은편 전동차 기관사의 소재 파악을 무려 10시간 이상 방관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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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으로 운행하다가 '주의운전' 통보를 받고 반자동으로 전환했다"는 최씨의 경찰 진술도 지하철공사의 평소 운행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동 모드는 승객들이 열차 문에 끼는 안전사고가 자주 발생해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기관사들은 반자동 모드로 열차를 운행하기로 되어있다는 것. 지하철공사 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최씨가 경찰에서 왜 그런 진술을 했는 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관사 한 명이 전동차 운행을 현장에서 책임지고, 중앙사령실이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교통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4호선을 제외한 도시철도공사(서울 5-8호선, 부산지하철, 대구지하철)의 전 노선에서 기관사
한 명이 전동차를 통제하는 시스템이 채택됐고, 대구 지하철 역시 97년 공사창립과 함께 이 같은 시스템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지하철공사는 전동차 설비가 자동화되고 객차 숫자도 그리 많지 않아
1인 승무제가 무리없다고 강변하지만, 열차 후미에 예비 기관사가 탑승해 위급 상황시 주기관사에 조언하고 승객 대피를 돕는 구조였다면
이번과 같은 대량참사가 있었겠냐는 지적이다. 대구지하철공사 중앙사령실은 화재 발생 후 전원이 끊어지자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고, 기관사는 기관사대로 혼자 우왕좌왕하다가 승객 대피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사고현장을 떠나 인명의 대량살상을 피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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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신 대체:19일 오후 4시 30분>
김 대통령, '대구참사' 특별재난지역 선포
▲ 19일 오후 중앙로역 출입구에 지하철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헌화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서울=연합뉴스/정재용 이강원 기자) 김대중 대통령은 4시 30분 청와대에서 지하철 방화사고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임인택 건교장관으로부터 중앙안전대책위원회가 의결한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안을 보고받고 이를
결재했다고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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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법에서 허용하는 최대한의 지원을 신속히
추진하는 동시에 사망자의 신원확인, 장례 및 보상, 부상자 치료 등 조속한 사태수습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이번 사고로 많은 인명이 희생된데 대해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면서 "사망자들과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드리며 부상자들의 조속한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대구지역이 하루빨리 정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면서 "대구지하철은 물론 서울, 부산, 인천
등의 지하철 종합안전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중앙청사에서 김석수 국무총리 주재로 중앙안전대책위원회를 열어 `특별재난지역' 선포 건의안을 의결했다. 재난지역
범위는 대구 중구 남일동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피해발생 지역이며, 지원대상은 이번 화재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피해자 및 업체
등이다.
특별재난지역에 대해선 재난관리법에 따라 응급대책 및 재난구호와
복구에 필요한 행정, 재정, 금융, 세제상의 특별지원이 이뤄지며 재해대책 예비비 등을 통해 자치단체 피해보상비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게 된다.
특히 지방세법과 국세법에 의한 재산세, 취득세, 등록세 등 세금감면과 납세유예, 피해자에 대한 서민생활안정자금 융자 등의 혜택이 주어지며 사망자 및 부상자에 대한 위로금 및 의료지원도 행해진다.
그러나 구체적 지원 내용과 범위는 정부 차원의 피해조사 뒤 중앙사고대책본부의 회의를 거쳐 결정되며 사망자의 경우 월 최저임금(73만원)의 240배(1억7천520만원) 이내에서 보상지원을 받고 부상자는 사망자 보상액의 절반 한도내에서 지원된다.
지금까지 사건.사고로 특별재난지역이 선포된 경우는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와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등 2차례다.
회의에는 김 총리를 비롯해 재경, 교육, 통일, 외교 등 19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대한적십자사총재, 한국전기통신공사 이사장 등 31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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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중앙로역 입구가 시민들이 헌화한 수백송이의 국화로 뒤덮였다. 아빠와 함께 사고현장을 방문한 신주연(4세)양이 국화를 중앙로역 입구에 놓고 있다. |
ⓒ 오마이뉴스 권우성 |
▲ 19일 오후부터 군인들이 중앙로역 구내에 투입되서 화재 잔해물을 정리하고 있다. |
ⓒ 오마이뉴스 권우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