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02 / 03 / 금요일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도깨비와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박 은 서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는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가 필요한 도깨비 ‘김신(공유 분)’과 원래 죽었어야 할 운명인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 분)’의 판타지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를 잘 안보는 나마저도 푹 빠질 만큼 재밌었고, 눈물 났고, 보는 내내 속도 없이 좋았다.
『도깨비』로 글을 한번 써 보려 했다. 정말 재밌게 봤었고, 하루 종일 『도깨비』 생각으로 퍽 난감했던 적도 있었기에.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날이 적당한 어느 날, 이번 주의 주제가 자유주제인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침 『도깨비』도 얼마 전 종영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글을 써 보려 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당연 내용이었다. ‘검을 뽑아야 한다.’라는 단순하고도 독특한 발상이 시청자들을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으며, ‘환생’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생의 인연을 등장시킴으로써 기대 또는 긴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김신(공유 분)과 지은탁(김고은 분)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쓸쓸하고도 찬란한 사랑이 좋았으며, 저승사자(이동욱 분)와 써니(유인나 분)의 비극적인 사랑도 좋았다.
등장인물도 매력적이었다. 도깨비나 저승사자, 삼신할매 등 우리나라 전통 신을 멋지게 재탄생 시켜 내용을 이끌어 가게 만들었다. 과거, 고려의 무신이었던 김신은 자신의 주군의 칼에 죽은 뒤 창조신에게 상이자 벌을 받아 불멸의 삶을 사는 ‘도깨비’가 되었다. 900여 년간 이승에 머물며 수호신 역할을 한 그는 검을 뽑아야만 불멸의 생을 끝내고 무로 돌아갈 수 있는 쓸쓸하고도 찬란한 존재다. 도깨비 신부 지은탁은 원래 죽었어야 될 운명이나, 도깨비 덕에 살게 된 ‘기타누락자’다. 망자(귀신)를 볼 수 있는 그녀는 ‘오직 도깨비 신부만이 그 검을 뽑을 것이다.’라는 말처럼, 자신만이 도깨비의 불멸을 끝낼 수 있는 슬픈 운명을 지니고 있다. 저승사자는 전생에 김신과 그의 누이를 죽인 고려의 황제 ‘왕여’였다. 그는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한 죄를 지었기에 기억을 잃은 저승사자가 된 것이다. 그와 현생에서 사랑에 빠진 써니또한 전생의 자신인 왕여가 사랑한 존재였다. 김신의 누이 ‘김선’ 이며 고려의 황후이자 반역자의 누이로써 왕여의 손에 죽었다. 현생에서는 치킨집 장사를 하고 있으며, 또다시 저승사자와 비극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이 외에도 도깨비를 모시는 유씨 가문의 유덕화(육성재 분)나 삼신할매(이엘 분), 간신 박중헌(김병철 분)등등 다양한 등장인물도 있다. 이렇게 다양하고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있었기에 내용이 더욱 좋았다. 또한 배우 분들이 열심히 연기해주셨기 때문에 더욱 더 살아난 등장인물이 된 것 같다.
OST도 빼놓을 수 없다. 실력 있는 가수들이 만든 OST는 극에 더 몰입시켜주고, 감정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나도 그것에 빠져서 『도깨비』의 OST를 모두 듣게 되었다. 그중 에일리가 부른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라는 곡이 가장 좋았다. 그 노래를 들으면 도깨비의 쓸쓸함과 찬란함, 그리고 간절함이 잘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점이 많은 드라마 『도깨비』.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PPL이다. 간접광고라고도 하는데, 『도깨비』의 간접광고는 간접광고가 아니라 직접광고라 할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특히 ‘토레타’는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드라마에 몰입하기 몹시 곤란했다. 오죽하면 써니의 치킨집 장사가 되지 않는 이유가 콜라는 없고 토레타만 팔기 때문이라고 할까.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서브웨이(SUBWAY)와 일룸(iloom)도 『도깨비』하면 생각날 정도로 많이 나왔다. 질 좋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거라지만…….그렇게까지 해야 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도깨비』의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그 엔딩이 이 드라마가 ‘환생물’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김신이 인간이 되거나 지은탁이 신적 존재(예를 들면 천사)가 되었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을 떨치지는 못했다.
아마『도깨비』의 주제는 ‘삶과 죽음’이었으리라. 드라마 속 삶과 죽음은 나의 종교와 다른 개념이지만, 언젠가 찾아올 죽음은 이 드라마를 보고 많은 것을 느끼게 했다. 신도 마찬가지다. 세계관은 불교의 윤회세계관이나, 신은 기독교의 신을 모티브로 삼은 것 같다. 그 신은 말했다.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라고.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고. 내 삶에서 닥치는 운명이라는 질문에서 어떤 답을 해야 신에게 맞는 답일까. 어떤 길로 나아가야 그가 기뻐할까. 드라마 하나에 여러 가지 철학적 물음이 많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도깨비』는 내 인생 드라마라 할 정도로 감명 깊게 보았다. 『도깨비』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혹여나 안 봤거나 못 봤던 사람이 있으면 꼭 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드라마다. 나도 언젠가는 『도깨비』처럼 멋진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하면 서 이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