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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여행 일본 호후시(防府市) 모리 가문 저택(毛利家 本館ㆍ毛利博物館)
浮雲 추천 0 조회 19 26.07.04 04:55 댓글 21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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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작성자 26.07.04 04:58

    첫댓글 모리 가문 저택(毛利氏庭園·毛利博物館)은 과거 조슈번(현재의 야마구치현)을 통치했던 다이묘 가문인 모리 가문이 메이지 유신 이후에 세운 최고급 근대 저택과 정원이다.
    근대 일본 상류층의 주거 문화와 전통 정원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명소이다.

  • 작성자 26.07.04 05:00

    메이지 유신 이후 모리 가문의 공작(公爵) 저택으로 계획되어, 1916년(대정 5년)에 완공되었다.
    ​에도 시대 다이묘 저택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서원조)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메이지·다이쇼 시대의 근대적인 기술과 자재를 조화롭게 접목시켰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저택 본채를 포함한 주요 건물들이 일본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 작성자 26.07.04 05:02

    저택의 일부는 현재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모리 가문이 대대로 물려 내려온 방대한 역사적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약 2만 점에 달하는 유물과 고문서를 보유하고 있다.
    ​일본 회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인 셋슈(雪舟)가 그린 '사계산수도권(四季山水図巻)'(일명 세스 Sansui 장권)을 비롯하여 다수의 일본 국보와 중요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 작성자 26.07.04 21:20

    현재는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구 모리 가문 본저(旧毛利家本邸) 본관' 건물이다.
    입구(車寄せ, 마차나 자동차를 대는 곳)를 덮고 있는 물결 모양의 곡선 지붕은 ​당당한 곡선의 '카라하후(唐破風)' 지붕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성곽이나 최고급 궁전, 신사 등 권위 있는 건축물에만 쓰이던 양식으로, 방문객에게 구 대명주 가문의 웅장한 위세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 작성자 26.07.04 21:22

    정원을 품은 남쪽 객전(Kyakuma-to)은 본관에서 가장 웅장하고 격식 높은 2층 구조의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이다.
    이 건물은 1912년에 착공해 1916년에 완공되었는데, 설계 당시부터 '황족이나 천황이 방문했을 때 머무는 숙소'를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 실제로 다이쇼 천황과 쇼와 천황이 야마구치에 왔을 때 이곳에서 묵어갔다.

  • 작성자 26.07.04 21:23

    2층 전체가 통유리창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대정(다이쇼) 시대 당시에는 대형 통유리가 흔치 않은 첨단 건축 자재였다. 2층 방 안에서 이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려다보면, 웅장한 지천회유식 정원과 멀리 세토내해(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파노라마 뷰가 펼쳐진다.

  • 작성자 26.07.04 21:24

    겉보기에는 완벽한 순종 일본식 서원조(書院造) 기와 건물이지만, 내부에는 당시 기준 가장 최첨단 시설들이 숨겨져 있었다. 야마구치현 최초로 전화를 가설했고, 미국산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했으며, 보일러 시설을 갖추어 따뜻한 물이 나오도록 설계된 '하이브리드형 근대 저택'이었다.

  • 작성자 26.07.04 21:42

    가량비가 살짝 내려 젖은 바닥과 짙은 갈색의 목조 건물이 우거진 소나무(정원수)와 대비되어 더욱 고즈넉하고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웅장한 지붕 아래 서서 수백 년 가문의 역사를 고스란히 느껴보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다.

  • 26.07.04 21:36

    유난히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에 꼭 다시 가고픈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원의 맛을 제대로 보았습니다.

  • 작성자 26.07.04 21:47

    일본은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얕잡아 볼 수 없는 국가라는 것을 다시금 실감케한 여행이었습니다.

  • 작성자 26.07.04 22:11

    카라하후(唐破風)는 ​이름에 당나라 '당(唐)' 자가 들어가서 "중국에서 건너온 양식인가?"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지붕은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발전한 일본 고유의 양식이다.
    ​헤이안 시대 후기(대략 12세기) 무렵 일본에서 발명되었는데, 당시 일본에서는 '새롭고 멋지며 격식 있는 것'에 관용적으로 '당(唐)'이라는 접두사를 붙이던 유행이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세련된 것에 '당~'이나 '호~'를 붙이던 것과 비슷함)
    ​즉, 진짜 당나라 양식이 아니라 "당나라 것만큼이나 최고로 멋진 지붕"이라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 작성자 26.07.04 22:12

    카라하후의 가장 큰 역할은 '정면성을 강조하여 권위를 높이는 것'이다.
    ​한자 뜻 그대로 해석하면 '당풍의 바람을 막는 판(破風, 하후)'이라는 뜻이다. 원래 지붕 측면의 삼각형 공간을 가려주던 판이었는데, 이를 곡선으로 깎아 건물의 '출입구(현관)' 한가운데에 얹기 시작했다.

  • 작성자 26.07.04 22:13

    일자나 삼각형 지붕보다 가운데가 둥글게 솟아오른 물결 모양은 멀리서 봐도 "여기가 바로 주인공이 드나드는 가장 격식 높은 입구다!"라는 것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전달한다.

  • 작성자 26.07.04 22:15

    ​과거 일본에서는 이 지붕을 아무 건물에나 올릴 수 없었다.
    ​쇼군이나 다이묘의 성(Castle)의 가장 중심인 천수각 정면이나 영주가 머무는 어전 입구에 써서 위엄을 과시했다. 모리 가문 저택 현관에 이 지붕이 쓰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이 머무는 신사나 부처를 모신 사찰 본당 정면에 배치하여 신성함을 더했다.

  • 작성자 26.07.04 22:16

    에도 시대 이후 서민 문화가 발전하면서, 온천 건물 정면에 카라하후를 올리기 시작했다. "우리 온천에 오시면 왕이나 다이묘가 된 것처럼 대접해 드립니다"라는 일종의 고급 마케팅 전략이었던 셈인데, 이 유행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일본 온천에 유독 카라하후 지붕이 많은 것이다.

  • 작성자 26.07.05 07:40

    카라하후(唐破風)의 '하후(破風)'와 한국 전통 건축의 '풍판(風板)'은 "지붕 옆면으로 들이치는 비바람을 막아 목조 구조물을 보호한다"는 본질적인 기능과 태생이 완전히 같은 개념이다.
    ​두 나라의 고건축이 이 문제를 어떻게 서로 다른 미학으로 풀어냈는지 비교해 보면 아주 흥미롭다.

  • 작성자 26.07.05 07:49

    한국의 맞배지붕(책을 엎어놓은 모양의 지붕)이나 일본의 박공지붕은 옆면을 보면 삼각형 모양으로 내부 가구(들보와 기둥)가 노출되는 취약한 공간이 생긴다. 여기에 비바람이 치면 나무가 썩기 때문에 반드시 가려야 했다.

  • 작성자 26.07.05 07:43

    한국의 풍판(風板)은 바람 풍(風)에 판자 판(板). 이름 그대로 비바람을 막기 위해 나무판자를 위아래로 길게 이어 붙여 벽처럼 내린 구조물이다.
    ​일본의 하후(破風)는 깨뜨릴 파(破)에 바람 風. 바람을 깨뜨려 막아낸다는 뜻으로, 박공면(삼각형 면)에 붙이는 경사 진 널빤지(박공판)를 뜻한다. 카라하후는 이 하후를 물결 모양 곡선으로 변형한 것이다.

  • 작성자 26.07.05 07:45

    하지만 이 '가림막'을 발전시킨 방향은 두 나라가 확연히 달랐다.

    한국의 풍판은 소박함과 실용성으로 발전했다. 한국 건축에서는 풍판을 세련되게 다듬되, 건물 전체의 선을 해치지 않도록 단정하게 마감했다. 오히려 풍판이 너무 커지면 건물이 무거워 보이기 때문에, 팔작지붕처럼 지붕 선을 꺾어 풍판의 크기를 줄이는 방식을 선호했다. 자연과의 조화를 깨지 않으려는 절제의 미학인 것이다.

  • 작성자 26.07.05 07:47

    일본의 카라하후는 장식성과 권위주의를 상징한다. 이 비바람 가림막(하후)을 건물의 얼굴이자 권력의 상징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어차피 가릴 거라면 가장 화려하고 독특하게 만들자"며 곡선을 넣고, 처마 아래에 정교한 격자나 문양(게교, 懸魚)을 조각해 넣었다.

  • 작성자 26.07.05 07:48

    결국 "비바람으로부터 목조건축을 보호한다"는 똑같은 고민에서 출발해, 한국은 단정하고 묵직한 '풍판'으로 비바람을 묵묵히 막아냈고, 일본은 화려한 곡선의 '카라하후'로 시선을 압도하는 장식으로 승화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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