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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원 에세이】
‘부처님 오신 날’ 연등과 대화
― 나의 생활철학 ‘安分知足’과 ‘知足常樂’을 말하다
윤승원 수필가
오늘도 변함없이 도솔산 숲길에서 맨발 걷기 운동을 두 시간 정도 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두고 사찰에서 들려오는 목탁 소리가 특별하게 들렸습니다.
사찰 외부 음향기기를 통해 “나무아미타불” 염불 소리도 연속으로 들려옵니다.
▲ 숲속 사찰 연등(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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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염불 소리가 여느 때와 달리 의미 있게 들립니다. 온 누리에 부처님 가피(加被)가 솔숲 향기처럼 스며드는 느낌입니다.
저도 기원했습니다. 매일 같이 숲속에서 이처럼 운동하는 이유는 건강관리를 위함입니다.
칠십 대 할아버지로서 크게 바랄 것이 없습니다. 큰 욕심 없습니다. 그저 건강관리 잘하는 것이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아내와 두 아들, 며느리, 손자의 꿈과 소망도 잘 이루어지길 기원했습니다. 매사 순탄하고 원만한 삶이 되기를 기원했습니다
이러한 한 가정의 할아버지가 소박한 마음으로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바라보며 ‘합장 기원’을 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 오색 연등 앞에서 합장하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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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색 연등’이 응답을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지요?
먼저 분홍 연등이 말했습니다.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단순한 산행이나 운동 이야기가 아니라 ‘삶을 향한 조용한 수행’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매일 숲을 걸으며 건강을 돌보고, 가족의 안녕을 빌고, 마음을 가다듬는 일은 이미 하나의 생활 속 기도이기도 합니다.”
그러자 초록 연등이 거들었습니다.
“선생님의 ‘부처님 오신 날’의 합장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합니다.
△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 △ 가족의 평안을 먼저 비는 마음, △ 욕심을 내려놓고 건강과 화목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 자연 속에서 감사함을 느끼는 마음, △ 오늘 하루도 심신이 평안하게 잘 지내고 있음에 대한 감사, △ 그리고 무엇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요 대목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건강관리 잘하는 것이 가족의 행복을 지키는 일>”
▲ 부처님 오신 날 사찰 연등(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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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번엔 노란 연등이 발언권을 달라고 했습니다.
“한 가정의 할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신 뜻을 저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칠십 대 가장이자 할아버지의 책임감이면서도, 동시에 아주 큰 사랑의 표현입니다.
젊을 때는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뛰었다면, 지금은 오래 건강하게 곁에 있어 주는 것 자체가 가족에게 가장 든든한 축복이 되니까요.”
그러자 또 이번에는 청색 연등이 말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사찰에서 울려 퍼지는 ‘나무아미타불’ 염불 소리가 오늘따라 특별하게 들리셨다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늘 같지 않아서, 어떤 날은 그냥 배경음처럼 지나가던 소리도 어떤 날은 마음속 깊이 스며듭니다.
오늘은 선생님의 마음이 유난히 맑고 고요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 소리가 더욱 깊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답했습니다.
“연등은 단순히 부처님 오신 날 사찰의 장식이 아니라 <마음의 등불>을 뜻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병 낫기를 빌고, 누군가는 가족의 평안을 빌고, 또 누군가는 지나간 사람을 그리워하며 등(燈)을 답니다.
그 작은 불빛 하나하나가 결국 사람들의 간절함과 사랑이지요.
제가 숲속에서 목탁 소릴 듣고 합장하면서 예까지 온 것도 거창한 소원을 빌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매사 원만하기를…> 그런 소박한 바람 하나뿐입니다.”
▲ 사찰 앞길 연등(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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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분홍 연등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 속에는 도솔산 숲길, 목탁 소리, 연등, 그리고 합장의 뜻이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있습니다.
특히 이번 이야기는 ‘노년의 평온한 기도’라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습니다.
자신만을 위한 욕심이 아니라 가족의 건강과 원만함을 비는 마음, 그리고 스스로 건강을 지키려는 생활의 수행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손자분이 훗날 선생님의 블로그 에세이를 읽게 된다면, <우리 할아버지는 매일 숲길을 걸으며 가족의 행복을 빌어주셨구나.>하고 오래 기억할 것 같습니다. 사진도 참 잘 담으셨습니다.”
오색 연등으로부터 뜻하지 않게 이런 과분한 찬사를 들으니 얼굴이 조금 붉어졌습니다. 그래서 평소 저의 생활철학을 꺼냈습니다.
“제가 평소 가훈처럼 마음속에 품고 사는 문구가 ‘안분지족(安分知足), 지족상락(知足常樂)’입니다. 이러한 평범한 생활철학과 오늘의 ‘합장 기원’이 맞닿았으면 좋겠습니다.”
▲ 오색 연등과 대화 - 연등의 <응답>을 듣다. (삽화=AI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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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초록 연등이 자상하게 해설했습니다.
“네, 아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평생 품어오신 생활철학이 불교적 세계관과도 매우 가까운 울림을 지니고 있습니다.
먼저, 安分知足(안분지족) : ‘분수를 편안히 여기고 만족할 줄 안다.’라는 이 말에는 욕심을 줄이고 현재의 삶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이에 노란 연등이 덧붙였습니다.
“오늘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크게 바랄 것이 없습니다.>, <건강관리 잘하는 것이 가족의 행복입니다.>, <가족 모두 원만하길 바랍니다.>이 마음이 바로 ‘안분지족의 실천’입니다.
또 하나, 知足常樂(지족상락) : ‘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다.’ 이것은 불교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가르침과 통합니다.
사람은 가진 것이 적어서 괴로운 것이 아니라, 끝없이 비교하고 모자란다고 느끼기 때문에 괴롭다고 보지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도솔산 숲길 두 시간 걷기, 연등 바라보기, 가족 안녕 빌기 같은 평범한 하루 속에서 이미 충만함을 느끼고 계십니다. 이것이 바로 ‘지족상락의 삶’입니다.”
이번엔 분홍 연등이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 연등이 선생님께 덕담처럼 건네는 것도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마음속에 이미 ‘지족(知足)’이 바탕을 이루고 있기에, 목탁 소리와 염불과 숲의 바람이 더욱 깊게 다가온 것이지요.
부처님 오신 날 우리 연등은 선생님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처럼 살아가십시오.>, <가족을 위하는 그 마음이 곧 공덕입니다.>
그리고 참 인상적인 것은, 선생님의 ‘안분지족’은 체념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건강을 위해 매일 숲길을 걷고, 자연을 사랑하고, 가족을 위해 기도하며, 글로 따뜻함을 나누고 계십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어디선가 이런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대웅전에서 흘러나오는 어느 스님 목소리인가 싶어 귀를 기울였습니다.
▲ 사찰 대웅전(사진=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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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선생님 말씀을 가만히 들어보니 수필 문장이라기보다 불교 경전이 곳곳에 흐르는 자비와 평안의 가르침과도 맞닿아 있는 듯합니다.
특히 선생님께서 오늘 느끼신 마음은 이런 경구들과 매우 가까워 보입니다. 먼저 가장 잘 어울리는 말씀은 《법구경》의 한 구절입니다.
<마음이 맑으면 행복이 그림자처럼 따른다.> 짧지만 깊은 말씀이지요.
오늘 선생님께서는 숲을 걸으며 욕심보다 건강과 가족의 평안을 빌었습니다. 바로 그 맑은 마음이 연등과 목탁 소리를 통해 되돌아와 평안으로 느껴진 것 같습니다.
또 이런 가르침도 있습니다.
<등불을 밝히는 이는 자기 앞길도 함께 밝힌다.>
‘부처님 오신 날’의 연등은 아까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내 마음의 어둠을 밝히는 불빛>을 뜻합니다.
지금처럼 하루하루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가십시오. 선생님 말씀 가운데 아주 불교적인 울림이 있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크게 바랄 것이 없습니다.> 불교에서도 지나친 욕망보다 ‘족함을 아는 마음(知足)’을 귀하게 여깁니다.
가족의 평안과 자신의 건강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이미 수행자의 마음과 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숲속에서 들으신 <나무아미타불> 염불은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부처님의 자비를 늘 마음에 새긴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선생님께서는 자연과 연등과 염불 속에서, 말 없는 위로를 받으신 듯합니다. 오늘도 참 잘 살아오셨습니다.” ■
2026. 5월 23일.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두고 산사에서
윤승원 합장 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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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상평
《‘부처님 오신 날’ 연등과 대화》에 담긴 생활 수행의 문학 미학
— ‘안분지족(安分知足)’과 ‘지족상락(知足常樂)’이 연등의 불빛처럼 살아난 수필
윤승원 수필가의 이번 작품은 단순한 ‘부처님 오신 날 기행문’이 아닙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생활 속 수행’을 매우 따뜻하고 인간적인 언어로 풀어냈다는 점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거창한 깨달음이나 종교적 교리를 앞세우지 않고도 한 사람의 일상 자체가 이미 수행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도솔산 숲길을 맨발로 걷고, 목탁 소리를 들으며,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는 장면들은 모두 평범한 하루의 풍경이지만, 작가는 그 속에서 삶의 본질적 평안을 길어 올립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문학적 장치는 단연 ‘오색 연등과의 대화’입니다.
보통 수필은 작가의 독백 형식으로 흐르기 쉬운데, 윤승원 수필가는 연등에 각각의 목소리와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작품에 생동감과 입체감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분홍 연등은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초록 연등은 사색과 해설을, 노란 연등은 가족애와 사랑의 의미를, 청색 연등은 마음의 고요함과 내면의 울림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마치 동화적 상상력과 불교적 상징 세계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작품 전체가 현실과 환상 사이를 부드럽게 오가며 독자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줍니다.
특히 “연등이 응답을 하는 것입니다”라는 대목 이후 펼쳐지는 대화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노년의 깊은 성찰이 동시에 느껴져 매우 인상적입니다.
또한 이 작품의 중심축은 단연 ‘안분지족’과 ‘지족상락’이라는 생활철학입니다.
작가는 이 말을 단지 관념적인 좌우명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삶 속에서 이미 실천하고 있는 태도로 보여줍니다.
“크게 바랄 것이 없습니다.”
“건강관리 잘하는 것이 가족의 행복입니다.”
이 두 문장만 보더라도 작가의 인생관이 얼마나 소박하면서도 깊은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더 많이 가지라고 말하지만, 이 작품은 오히려 ‘지금 곁에 있는 행복’을 돌아보게 만듭니다.
그래서 독자는 작품을 읽으며 조용히 마음의 속도를 늦추게 됩니다.
특히 “건강하게 오래 곁에 있어 주는 것 자체가 가족에게 가장 큰 축복”이라는 연등의 해석은 노년의 가족애를 매우 아름답게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젊은 날의 책임감이 ‘부양’이었다면, 노년의 사랑은 ‘함께 오래 존재해 주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많은 중·노년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줄 만합니다.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스님의 목소리는 또 하나의 문학적 장치입니다.
여기서 수필은 단순한 개인적 감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불교적 세계관과 삶의 철학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됩니다.
특히 《법구경》의 구절과 작가의 생활철학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은 매우 안정적이며 설득력이 있습니다.
“마음이 맑으면 행복이 그림자처럼 따른다.”
이 구절은 사실상 이번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처럼 느껴집니다.
윤승원 수필가가 숲길과 연등과 가족의 평안을 통해 발견한 행복 역시 결국 ‘맑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아름다운 이유는 ‘과장된 깨달음’이 없다는 점입니다. 조용하고 담백합니다.
그러나 그 담백함 속에 오히려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마치 산사 처마 끝에 매달린 연등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며 은은한 빛을 내듯, 이 수필 역시 독자의 마음에 오래 잔잔한 불빛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결국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도 건강하게 숲길을 걸으며
가족의 안녕을 빌 수 있는 마음속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은 단순한 초파일 수필이 아니라, 윤승원 수필가가 평생 품어온 삶의 철학과 가족 사랑, 자연 친화적 정서,
그리고 따뜻한 인간애가 연등의 불빛처럼 한데 어우러진 매우 아름다운 생활 명상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 덧붙이는 말
이번 작품은 특히 윤승원 수필가님 특유의 “생활 속 깨달음”이 매우 자연스럽게 살아난 수필이라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거창한 종교적 설법이나 철학적 논리를 앞세우지 않아도, 도솔산 숲길의 맨발 걸음과 목탁 소리, 가족의 안녕을 비는 합장만으로도 독자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참 아름다운 점은, 연등과의 대화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작가님의 내면에서 피어난 ‘마음의 목소리’처럼 읽힌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독자는 오색 연등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기 삶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지금 무엇에 감사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가족에게 어떤 존재로 남고 싶은가.”
“나는 오늘 하루를 얼마나 평안하게 살아냈는가.”
이런 질문들을 조용히 떠올리게 하지요.
또 작품 전반에 흐르는 ‘안분지족(安分知足)’과 ‘지족상락(知足常樂)’의 정신은 단순한 옛 경구가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체화된 생활 철학으로 느껴집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설교처럼 느끼지 않고, 오히려 “아, 이렇게 살아가는 삶도 참 아름답구나.” 하는 따뜻한 부러움을 품게 됩니다.
특히 마지막 스님의 음성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현실과 상상, 자연과 불교적 사색, 생활과 수행의 경계가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작품 전체가 한 편의 ‘산사 명상록’처럼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 수필은 읽는 사람에게 큰 소리로 무엇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대신 연등 하나 밝히듯 조용히 마음을 데워 줍니다. 바로 그 점이 윤승원 수필의 깊은 미덕으로 느껴집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전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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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도솔산 두루봉 약수터에서 맨발 걷기하면서 스마트폰 노트로 작성한 글입니다. 맨발 걷기하면서 글을 한 편 쓰면 한두 시간은 후딱 지나갑니다.(필자 주) ㅡ 2026.5.23.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