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 꾼들 / 최우창
칠흑의 바다에서
별과 나침반이 되어야 할
민족의 고결한 이상과 이념을
밥술과 쉬이 맞바꾼 자들이
철 만난 논배미의 개구리들처럼
뒤끓고 있다
만주벌을 휘모는 광풍에서도
두 눈 까짓것 부릅뜨고
오직 독립과 광복만을 과녁 삼아
목숨마저 서슴없이 내어주신
이름조차 없는 분들을
김좌진을 홍범도를 안무를
봉오동과 청산리를 상하이를
기억하고 기억합니다, 우리는
매국을 애국으로 분칠하고
독립과 해방을 물구나무처럼 그루박고
징용과 공출, 징병과 일본군 위안부라는
일제(日帝)의 강압과 강제와 폭압을
개인의 자율과 자발과 돈벌이로 우기고,
식민 침략과 경제 침탈을
근대와 발전의 프레임에 버럭버럭
욱여넣어 변조하는 개소리들을
안다, 우리는
씨불씨불 씨불이는 개소리괴소리에는
형광과 같은 의도가 있음을
분명히 안다, 우리는
친일매국을 애국애족으로 둔갑시키고
역사를 비틀어 새끼줄처럼 배배 꼬고
건국과 독립에 딴지와 시비를 거는
그 개소리괴소리의 배추 고갱이는
이념도 건국도 애국도 국가도
국민도 민족도 심지어 일본마저도
아님을 안다, 우리는
우리는 안다
일찍이 이완용이 그랬던 것처럼
이완용에겐 이완용만이 있었던 것처럼
개소리의 원줄기에는
개소리 꾼들만의 독식과 군림(君臨)만이
있음을 안다, 우리는
또한 안다, 우리는
아무리 개소리를 나불나불 질러도
잎이 붉어지면 매미처럼 그 소음도
땅에 떨어져 밟힘을 안다,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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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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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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