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06년말~2007년초 고점을 돌파하며 거침 없는 상승세를 탔던 서울 강남권 재건축시장이 요즘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매수세도 뜸하고 가격 움직임도 둔하다. 개포동 주공1단지와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 일부 단지에서는 한달 전보다 호가를 1000만~2000만원 낮춘 급매물이 다시 등장했다.
단기간에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부담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라는 비수기까지 겹친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가 재개발ㆍ재건축 시 60㎡ 이하 소형평형을 20% 짓도록 하는 의무 비율을 종전과 같이 유지키로 한 것도 재건축시장 위축의 한 원인이다.
매물 사라지고 매도 호가 상승 행진
하지만 인근 강동구 고덕지구 재건축시장은 딴 세상이다. 매물은 자취를 감췄고 매도 호가도 연일 상승세다. 고덕동 고덕한라시영 42㎡ 시세는 4억5000만~4억7000만원 선이지만, 매도 호가는 이보다 3000만~4000만원 더 높다. 호가 기준으로 일주일 새 많게는 2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다.
고덕현대시영 72㎡는 7억3500만~7억6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지만 매물이 많지 않다. 인근 실로암공인 양원규 사장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매수 문의가 다소 주춤한 상태이지만 매물은 여전히 귀하고 호가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 52㎡ 매매가는 5억7500만~5억9500만원 선. 하지만 집주인은 6억~6억2000만원 이하에서는 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 1월초 4억1000만 원까지 호가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7개월 새 2억원 가량 오른 셈이다.
또 최고점을 찍었던 2006년말 시세(6억3000만원) 수준까지 바짝 따라붙었다. 고덕주공6단지 69㎡ 역시 6억2500만~6억5000만원 선으로 일주일 전보다 1000만원 가량 호가가 올랐다.
상일동 D공인 관계자는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감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기 일쑤"라며 "그러다보니 최근 들어 거래도 뜸한 편"라고 전했다.
잇단 호재 영향…"나홀로 강세 오래 못갈 것" 지적도
고덕지구 재건축 아파트값이 약세를 모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에 탄력이 붙었기 때문이다. 고덕동 시영과 상일동 주공3단지가 최근 정비구역지정을 받는 등 사업이 척척 진행되고 있다.
올 6월 상일동 주공6, 7단지가 안전진단을 통과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고덕동 고덕시영아파트와 상일동 주공3단지가 주택재건축정비구역 지정을 받았다.
특히 고덕시영과 고덕 주공3단지는 용적률을 최대 250%까지 적용받아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들 단지는 이르면 2010년 하반기 이주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일동 아침공인 관계자는 "고덕시영과 주공3단지 가구만도 6779가구로 인접한 강동시영, 고덕주공4ㆍ5ㆍ6 단지가 향후 재건축될 경우 잠실에 이어 또 하나의 미니 신도시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워낙 커 소형평형의무비율 유지라는 악재도 이 곳에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지하철 9호선 연장 소식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9호선 노선을 인근 둔촌동 보훈병원까지 연장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값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집주인들이 더 많아졌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다 삼성엔지니어링 본사 신축과 함께 상일동 첨단업무단지 조성 등 고덕동과 상일동 일대가 앞으로 강남에 버금가는 지역으로 개발될 거라는 기대감도 크다.
하지만 추격 매수는 삼가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고덕동 일대 재건축 매매시장은 그동안 강남권과의 동조화 현상을 보여왔다"며 "잇딴 호재에 불구하고 강남권 재건축시장과는 별도로 나홀로 강세를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