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덥습니다. 건강 조심하시구요.
오리피디님~! 제가 미리 등록한 음악들이 있는데요.
톡톡드라마 시그널로 쓸 만할지는 모르겠지만,
골라서 쓰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일 가서 자세한 말씀 드릴게요.^^
-----------------------
--------------------------------------------------------
±10:25분 전후/ S# 시그널 (BG UP & DOWN)
코너 2. ‘매일 축제하는(느리) 성미산마을극장(부자소리)’ (BG CUT OUT)
--------------------------------------------------------
안녕하세요. 부자소리입니다.
어제는 30도가 넘었다죠? 엊그제는 소나기도 내렸구요.
다음 주에는 중부지방에도 장마가 시작될 것 같다는군요.
느리, 오리피디는 이번 여름에 계획하고 계신 일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번 여름엔 괜히 많이 바쁠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근데 예년보다 모기가 좀 없다 싶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예보에 이번 여름엔 정말 모기 폭탄을 맞을지도 모른다네요.
방충망도 살펴봐야겠구요. 모기향, 모기약도 미리 준비해놔야겠어요.
마을극장 소식은 뭔데이극장입니다.
가장 필수적인 여름 맞이! 6월 오싹한 영화관의 두 번째 상영작은
한국공포영화의 고전 <여곡성>입니다.
줄거리는요. 삼형제 중 두 명의 아들이 결혼하자마자 첫날밤에 전부 죽어나가는 바람에
가문의 대가 끊기게 된 이씨 집안엔 아무도 시집오려는 사람이 없었는데요.
결국 멀리서 돈을 주고 옥분이라는 처자를 데려와 마지막 남은 자식인 명규와 혼례를 치르게 합니다.
첫날밤에 신랑이 죽을 것을 대비해서 머슴을 신랑 대신 신방에 넣으려는 했지만,
명규는 어디선가 명검을 얻었다며 걱정 말라며 결국 장가를 듭니다. 하지만 명규는 죽게 되고,
옥분은 혼령이 되어 나타난 명규에게 끌려 광으로 가보니, 죽은 삼형제의 시신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상한 일은 첫날밤에 남편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옥분의 몸엔 태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한편 옥분의 시어머니는 어느 날 어떤 무덤을 찾아갔다가 귀신이 몸에 들어오게 되고,
귀신 들린 시어머니로 인해 집안엔 이상한 일들이 속출하고, 귀신은 옥분을 죽이려 합니다.
결말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한국형 귀신 영화의 대표적 작품이라면 <여곡성>과 <월하의 공동묘지>를 들 수 있는데요.
<여곡성>은 1967년 작 <월하의 공동묘지>보다 훨씬 이후인 1980년대 작품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공포가 훨씬 강합니다. 이 영화가 다른 귀신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는
머리 풀어 헤치고 소복입은 처녀 귀신이 아니라 할머니 귀신이 등장해 피를 빤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렁이 국수도 등장하구요, 특히 아래서 플래쉬로 얼굴을 비추는 장면은 섬찟한 느낌을 준다고 합니다.
오싹한 영화관 2탄 여곡성은 6월 20일 월요일 늦은 8시에 마을극장에서 상영되는데요.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분, 공포 아이템을 착용하시거나 빨간 옷을 입고 오시는 관객 분께는 선물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뭔데이극장의 상영료는 무료이지만 기부금은 감사히 받구요.
마니아쿠폰의 도장을 채우면 상품도 드립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오늘 선곡은 제가가 좋아하는 곡으로 골랐는데요.
중학교 때 부모님이 사주셨던 영어교재에 부록처럼 함께 들어있었던 테이프에 수록된 곡이었던 같네요.
Air Supply,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듣겠습니다.
--------------------------------------------------------
#M3: Air Supply -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
(시그널 음악 - 부자소리가 등록한 음악 ‘추스려’)
톡톡드라마 <극장 사람들> 두 번째 이야기 “배지테리언, 돼지테리언”
지겹도록 추웠던 겨울이 드디어 물러가나 싶게 햇살이 유난히 따뜻하게 내렸던 3월의 어느 날.
열공 분위기의 사무실. 조용한 분위기를 깨는 유리의 목소리 들린다.
유리 : 아유, 증말 적응 안 돼 죽겠네. 짱가가 숙제 검사라도 한대요? 독서실이 따로 없네. 그나저나 쑤나, 점심 안 먹어요?
쑤나 : 어? 12시 넘었네? 저희 점심 먹으러 갈까요?
유리 : 부자소리, 뭘 그렇게 열심히 해요? 할 일도 없으면서 하는 척은?
극장생활에 적응하기 바쁜 신입들은 아무리 자유로운 분위기라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법. 먼저 점심 먹자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어렵기만 하다. 그러다 보니 점심메뉴를 고르는 일에도 역시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유리 : 오늘은 어디 가서 뭘 먹나? 부자소리 뭐 쌈빡한 메뉴 없어요?
부자소리 : 글쎄요. 뭐 먹죠?
유리 : 좋아하는 거 말해 봐요.
망설이다가 뭔가 떠오른 부자소리.
부자소리 : 음...... 순댓국?
유리 : 이야~. 좋은데요? 다들 순댓국 어때요?
용기를 내어 추천한 메뉴가 환영을 받아 기분이 좋은 부자소리. ‘순댓국 정도면 괜찮은 메뉴지’하고 생각하는데,
쑤나 : 다들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닌 거 같아요. 태지나 유림 생각도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 뭐 없을까요?
엥? 순댓국이 다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라고? 쑤나의 말이 바로 이해가 되지 않아 부자소리가 유리를 본다.
유리 : 아, 맞다. 쑤나랑 태지, 유림은 배지테리언이지. 고민이네. 뭘 먹나?
배, 지, 테, 리, 언!
말로만 듣던 배지테리언을 눈앞에서 보게 되다니, 아니 그럼, 그 동안 점심을 한 달 이상이나 같이 먹었는데,
그들이 배지테리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단 말인가? 부자소리는 놀랍기도, 당혹스럽기도 했다. 결국 그날 정한 메뉴는 콩나물해장국. 쑤나, 태지, 유림이 고기를 빼고 주문을 했고, 부자소리는 그 모습이 살짝 재미있기도 했다.
그 날 이후 극장사무실의 점심시간은 항상 메뉴 고민에 상당한 고충을 겪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림, 태지, 쑤나가 오전 내내 외근을 나갔고, 사무실엔 유리, 부자소리, 까를로스, 네루다,
청솔모, 구름이 남아 있었다. 극장의 부대표 구름이 사무실을 둘러보다가 한 마디 한다.
구름 : 점심시간인데, 우리 뭐 먹을까요? 쑤나랑 유림, 태지는 오늘 밖에서 먹고 온다고 문자 왔어요.
유리 : 엇? 그럼 우리 순댓국 먹을까?
조용히 듣고 있던 네루다가 특유의 연극톤으로 한마디 한다.
네루다 : 순댓국 좋죠. 유리가 오늘따라 더 예쁜 소리했네.
유리 : 뭐, 원래부터 예쁜 얼굴이 어디 가나요? 하하. 얼른들 가자구요. 순댓국집이요~!
유리의 말에 사무실에 남아있는 스텝들의 얼굴이 급 밝아졌다. 그날 사무실에 남아 있던 사람들 중 배지테리언은 아무도 없었고, 순댓국집으로 향하는 스텝들은 가는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 그러던 중.
유리 ; 어? 가림.... 토?
길 건너 순댓국집이 바로 앞에 보이는 망원우체국 사거리, 외근에서 막 돌아오던 가림토를 유리가 불러 세웠다.
순간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기는 사라지고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가림토 : 점심 먹으러 가는 구나? 뭐 먹으러 가?
유리 : 아, 우리요? 저기....
가림토의 목소리는 그날따라 해맑게 높았고, 반면 유리의 목소리는 점점 힘이 빠져가고 있었다.
사실 가림토 역시 배지테리언이었고, 이전에 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돼지테리언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모두가 순댓국은 못 먹겠구나 싶어 아쉬운 듯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가림토는 그 사실도 모르고 천진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이때 구름이 무엇인가 결심한 듯 나섰다.
구름 : 가림토랑 긴히 할 얘기가 있었는데, 우리 따로 가서 밥 먹어요.
가림토 : 엉? 무슨 얘기? 왜 같이 안 가고?
구름은 가림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가림토의 손을 이끌고 막 녹색등이 켜진 다른 편 횡단보도를 건넜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반대편에 도착한 구름은 사람들을 향해 얼른 가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유리 : 구름이 총대를 매다니, 간만에 부대표 역할을 하네요.
구름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부자소리를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엔 묘한 감동이 일었다. 하지만 순댓국집에 들어간 이후 사람들의 얼굴엔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이 가득했고, 구름의 희생은 곧 잊혀졌다. 그렇게 순댓국을 먹고 돌아오면서, 그들은 정기적으로 돼지테리언의 날을 정해서 먹거리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의미 있는 결의를 다졌다.
부자소리가 좋아했던 두 번째 곡, Suede의 “Beautiful ones” 듣겠습니다.
--------------------------------------------------------
#M4: Suede - Beautiful ones
--------------------------------------------------------
(느리께서 유리의 대사를, 오리께서 쑤나의 대사를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분으로 선곡으로 김종서의 "지금은 알 수 없어" 신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