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이 급증하는 가을이다. 요즘엔 중년층뿐만 아니라 젊은층까지 가세해 등산 열풍이 거세다. 최근 아웃도어 의류업계가 활황인 것도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등산이나 워킹을 즐기려는 분위기에 힘입은 바 크다. 등산은 좋은 공기를 마시며 충분한 전신 유산소운동을 할 수 있고, 근력도 강화할 수 있으며, 건전하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측면에서 인기다.
건강을 다지기에 더없이 좋은 등산은 무리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할 때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것은 아니다. 관절질환, 심혈관질환, 하지정맥류 등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질환을 악화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
평소 심각한 불편이 없어 그럭저럭 참아내는 하지정맥류 환자라면 적절한 진단과 치료 후에 등산을 즐기는 게 좋다. 하지정맥류를 방치하는 환자들은 등산 후 나타나는 하지정맥류 증상을 일시적인 근육통이나 관절통으로 여겨 간과하는 경향이 더 심하다.
등산을 즐기는 주부 김영란씨(48·서울 성동구 행당동)도 평소 다리가 무겁고 핏줄이 드러나 보이는 증상이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등산을 다녀온 후 혈관이 더 튀어나와 도드라져 보이고 밤이면 다리가 저려 견딜 수가 없었다. 병원을 찾은 김씨는 하지정맥류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등산을 중단한 상태이다.
하지정맥류란 발과 다리 등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혈액이 다시 역류해 내려가지 못하도록 해주는 정맥 내 판막에 이상이 생겨 나타나는 질환이다.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역류(하행)하는 혈액과 올라오는 혈액이 모여 그 압력으로 정맥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 거미줄 같은 실핏줄이 보이거나, 혈관이 꽈리처럼 꼬불꼬불하게 부풀어 오른다. 심하면 지렁이가 지나가는 것처럼 드러나 보이기도 한다.
증상은 걷거나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무겁고 터질 듯 아프며, 다른 사람보다 쉽게 다리가 붓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리에 쥐가 나는 일이 잦아지며, 증세가 악화될 경우 피부 궤양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임신과 출산 등으로 호르몬 변화가 생기는 여성환자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또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군에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높은 곳으로 등산하거나 오랜 시간 다리를 무리해서 사용하면 하지정맥류는 악화될 수 있다. 등산 시에는 종아리근육의 수축·이완 작용으로 혈류량이 2∼3배 증가하는데 늘어난 혈류량으로 역류가 심해지면서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김지훈 JS항외과 원장은 “하지정맥류 증상은 운동이나 자연적으로 치료되기 어려운 질환”이라며 “등산으로 전신건강을 챙기려다 오히려 다리는 망가질 수 있어 초음파검사 등으로 진단을 받아보고 적합한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정맥류의 치료법은 크게 보존적·비수술적 치료법과 외과적인 수술치료법으로 나뉜다. 비교적 증상이 가벼운 경우에 실시하는 보존적·비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전문의 처방에 의한 압박스타킹 착용, 약물복용, 혈관경화주사요법 등이 있다. 수술적 치료법으로는 정맥내레이저요법, 고주파폐쇄법, 부분(국소)정맥적출술, 정맥류근본수술법 등이 있다. 최근에는 외과적인 근본수술과 레이저요법을 병행해 치료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