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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활, “담담하게 당당하게”
공무원저널 기획 국가직 7급 합격자 좌담회(571호 참고)에서 주목을 받았던 특별한 합격생이 있었다. 수험기간 6개월 만에 올해 국가직 7급 외무영사직에 합격한 이동훈 씨(26)였다. 89.5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 시험은 최소 1년 이상은 공부해야 한다”는 불문율을 깬 그의 합격담을 좌담회 한 회로 끝내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제가 나와도 되는 건지 모르겠네요.” 갑작스레 걸려온 기자의 전화에 민망한 웃음을 짓던 그는 야학 봉사활동과 졸업학점 이수 등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내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외대 근처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직은 ‘공무원’ 보다는 앳된 ‘대학생’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청년이었다. 하지만 인터뷰 중간 중간 그에게는 꿈을 향한 열정으로 가득 찬 인재로서의 성숙함이 느껴졌다.
‘공무원 시험 최단기 합격’, 그의 탄탄대로 인생 속에 숨겨진 파란만장한 수험 생활담을 함께 들어본다.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꿈꾸다
Q. 우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소감이 궁금하다.
A. 보통 4학년이 되면 취업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때인데 일찌감치 취업 걱정을 덜어내서 한결 홀가분하고 기쁘다.
Q. 원래 공무원이 꿈이었나? 공무원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원래는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밟은 뒤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야학 봉사활동도 꾸준히 할 정도로 가르치는 일에 흥미를 느껴왔지만 교수가 되기엔 경제적인 부담이 좀 있지 않을까하는 부모님의 말씀에 공무원으로 진로를 바꾸게 됐다. 게다가 어머님은 공무원, 아버님은 선생님으로 근무하셨기 때문에 평소 공직에 대한 호감도 있었다.
사기업에 지원할 수도 있었겠지만, 사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을 보면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밤 10시가 다 돼 퇴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자기만의 삶이 없는 느낌이고, 그런 삶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외무영사직의 경우 외국에서 근무를 하면서 자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진로를 선택하는데 급여는 고려 대상이 되지 않았다.
Q. 다른 직렬에는 응시해볼 생각이 없었는지?
A. 다른 직렬엔 관심이 없었다. 다만, 외무고시에는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지만 다소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해 7급 공무원에 도전했다. 평소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탓에, 경제학이 부담스러웠는데 외무영사직의 경우 경제학 시험을 보지 않아 도전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오로지 외무영사직만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시험 기회가 1년에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아 다소 부담스러운 면은 있었다.
도전은 ‘Hot’하게, 생각은 ‘Cool’하게
Q. 외무영사직은 선발인원이 적은데다 경쟁률도 높은 편이다. 수험기간 내내 걱정이 됐을 것 같은데?
A. 물론 경쟁률을 보면 나도 모르게 위축되곤 했다. 하지만, 출원인원 전부가 응시하진 않는데다 허수는 분명 있기 때문에 합격 커트라인을 보면서 ‘85점만 넘기면 경쟁률에 상관없이 합격한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부했다. 그래도 경쟁률을 보면 부담이 됐던 것은 사실이다.(웃음)
Q. 굉장히 짧은 수험기간으로 합격했는데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기간별로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A.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영어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전공이 스페인어였고 연수를 다녀왔기 때문에 스페인어의 경우 평소 문제를 풀면 100점, 아니면 95점이었다. 때문에 영어나 스페인어 기본 강의를 처음부터 들어야하는 부담이 없었다. 국어와 국사가 변수라고 할 수 있는데 처음에 국어를 단순히 ‘수능과 비슷하겠지’라는 생각으로 풀어봤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의 경우 한자나 한시, 문법 문제들이 많이 나와서 어려웠다. 어법에 집중하려고 해도 양이 너무 방대해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소화를 하려니 힘에 부쳐서 결국 국어 점수를 60점에서 70점 정도로 목표로 삼고 고득점이 가능한 영어와 스페인어로 만회를 하는 전략을 세우게 됐다.
1월부터 헌법과 국제법, 국제정치학을 듣기 시작했는데 헌법은 채한태 교수님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했다. 국사의 경우 한국사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평소에 관심도 있었고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공무원 시험의 기출 포인트는 달랐다. 전체적인 흐름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작은 지식 하나라도 알지 못하면 틀리는 것이 공무원 시험의 특징이다. 처음 문제를 풀었을 때 60점에서 70점 정도의 점수가 나와 2월부터는 심화이론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Q. 영어에 자신이 있었다고 했는데 실전에서는 몇 점이 나왔나?
A. 85점을 맞았다. 영어는 어휘가 문제였던 것 같다. ‘너 이거 틀려봐라’라는 식으로 내는 느낌이랄까.(웃음) 수능 영어의 경우 어휘를 몰라도 문맥을 통해 유추가 가능하지만 공무원 시험은 지문과 동의어인 어휘를 보기에서 골라야하기 때문에 어휘의 뜻을 모두 알지 못하면 틀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최저점수를 85점으로 정해놓고 어휘에서 2개를 틀리는 대신 다른 문제를 다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모의고사는 2회 정도를 매일 풀었고 보카집에 수록된 어휘를 매일 30개에서 40개 정도 읽어보는 습관을 들였다. 하지만 결국 실전에서 어휘 문제는 다 틀리고 말았다.
Q. 법과목이나 국사는 암기과목이기 때문에 마스터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나?
A. 보통은 공부할 때 한 달에 한 과목씩을 마스터하는 방법으로 많이 공부하는 편이다. 하지만 국사와 헌법, 국제법, 국제정치학 4과목을 수강할 때 과목을 2개씩 묶어서 A팀, B팀으로 나눈 뒤 격일로 번갈아가며 학습했다. 매일 한 과목당 3강씩 듣다보니 2달 안에 기본 강의가 모두 끝났다. 다소 무리가 있는 방법이긴 하지만 시험까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고 3월부터는 문제풀이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복습할 시간도 그리 많지 않아 온라인 강의를 들을 때 최대한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마지막에 판례나 시사특강 같은 경우는 노량진 학원에서 직접 강의를 수강했다.
Q. 온라인 강의는 집중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는데 어떻게 극복했나?
A. 개인적으로 집중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해서 온라인 강의를 수강했는데 의외로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특히 책상 바로 뒤에 침대가 있으니 수면욕을 이겨내기 힘들었고 수강 도중 카톡이 오면 확인하고 하다보니 주의가 산만해지는 단점도 있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이제 공부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나를 추슬렀다. 집중력만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면 온라인 강의는 장점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한다. 학원을 오가거나 외부로 나가서 밥을 사먹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공부법에 정답은 없다. 주위 사람들의 공부 방법에 이리저리 휘둘리기 보다는 자신에게 제일 맞는 학습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Q. 하루에 몇 시간 정도 공부하는 편이었나?
A. 들쑥날쑥했다. 수험생들이 최소한 몇 시간은 공부해야한다는 압박감을 갖고 있는 데 개인적으로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았다. 굳이 수치로 따져서 얘기한다면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공부하지 않았나 싶다. 어떤 분은 타이머를 맞춰놓고 공부하다가 취침 전 몇 시간을 공부했는지 확인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시간보다는 매일 공부할 분량을 기준으로 공부하는 것이 내겐 더 도움이 됐다. 기계적으로 공부하기보다는 학습 분량을 정해놓고 공부했을 때 동기부여도 되고 컨디션 조절도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Q. 올해 시험은 연습 삼아 도전한다는 마음가짐이었나, 아니면 꼭 합격하겠다는 마음가짐이었나?
A. 처음에는 그냥 올해 한 번 가볍게 보자라는 생각이었는데 점점 갈수록 욕심도 나서 흐트러지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했다.
Q. 시험지를 처음 받았을 때 합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나?
A. 실전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문제를 푸느라 정신이 없어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험장에서는 긴장하지 않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는 무덤덤한 성격인데 그게 시험에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사실 시험 당일 택시에 핸드폰을 두고 내리는 소동이 있었다. 시험장에 와서야 비로소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을 알았는데 당황하지 않고 ‘어쩔 수 없지’라고 생각하며 최대한 시험에 집중했다. 핸드폰을 잃어버린 것 때문에 “오늘 일진이 안 좋네”, “불길한데” 등의 생각에 매이면 시험에도 지장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핸드폰은 시험이 끝나고 나서 친구가 내 핸드폰으로 연락해준 덕분에 찾을 수 있었다.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
Q. 면접 봤을 때는 그래도 긴장됐을 것 같다.
A. 필기 때 먹지 않은 우황청심환을 면접 때 먹었다. 여기까지 왔으니 떨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많이 긴장했던 것 같다. 면접을 보기 전에 아모르이그잼학원에서 면접특강을 들었는데 그게 많이 도움이 됐다.
채한태 교수님께서 면접 가이드라인이나 시사이슈에서 중요한 맥을 잘 짚어주셨다. 실제로 면접특강을 들으면서 준비했던 이슈가 면접에서 나오기도 했다. 면접특강을 통해 ‘관광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 공부를 한 적 있는데 실제 면접에서도 PT주제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관광 활성화 방안’이 나와 많은 도움이 됐다.
Q. 면접 볼 때 실수는 하지 않았나?
A. PT면접은 잘 넘어갔는데 개별면접에서 전공지식 관련 질문을 6차례나 받았다. 외무영사직은 국제법, 국제정치학 관련 질문이 나오는데 6월 12일에 필기시험을 보고 10월에야 면접을 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게다가 보통 헌법은 잘 물어보지 않는데 헌법 관련 질문이 나오는 바람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해 걱정이 컸다.
그럼에도 합격한 것은 그동안 꾸준히 야학 봉사활동을 해온 점이 면접에서 도움이 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면접관 분들께서 봉사활동을 한 것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고 관련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때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수험생들 중에는 필기시험 합격 후 부랴부랴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 보다는 평소에 미리미리 봉사활동을 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Q. 마지막으로 후배 수험생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주위 사람들의 말에 너무 휘둘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 방법은 자기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다. 강의도 일단 자신이 선택했다면 그 해 만큼은 열심히 집중해서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재도 마찬가지다. 이 교재, 저 교재를 계속 찾으면서 방황하기보다는 초지일관의 자세로 꾸준히 학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수험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담담함이다. 아예 스트레스와 담을 쌓을 순 없겠지만 어차피 볼 시험이고 안되면 또 도전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담담하게 공부해야 한다.
또 ‘올해는 가볍게 한 번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도전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래도 ‘첫해에 붙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자신감을 갖고 실전에 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동훈 씨는 국비유학 기회가 있다면 해외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아 직무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험 생활을 통해 체득한 국제정치학, 국제법 지식만으로는 조직 내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합격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공부’를 생각하고 있는 그를 보며 문득 ‘기회는 준비된 자의 것’이란 말을 실감했다. 수험기간은 짧지만 열정 가득한 그의 인생 2막을 응원하며 2014년을 앞두고 있는 공무원저널 독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길 기원해본다.
취재 = 신희진, 남미래 기자
출처 : 공무원저널 2013.12.10. 572호
첫댓글 단기합격할 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