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8월4일) 집사람과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날씨가 워낙 더운데다가 본격적인 휴가철이라 서울 시내는 텅텅 비어 운전하기에는 딱 좋더군요.
한 주 동안 목공예 연수 과정에서 만들었던 차반을 자취하는 작은아들 밥상으로 쓰라고 갖다주면서 모처럼 애비 노릇도 하고 돌아왔습니다.
광주 돌아와 집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려 들어갔는데 온통 셀프주유기밖에 없질 뭡니까? 본래 게으른 데다가, 워낙이 부잣집 도련님 출신(?)이라 그런 일에 손을 대는 게 싫거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셀프주유기밖에 없는데,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기름은 넣어야 되겠고....
그런데 막상 기름을 넣으려니 난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도통 조종 방법을 모르겠는 거에요. 쓰여있긴 하지만, 밤이라 어슴푸레한 데다가 종일 운전한 몸으로 별로 읽고 싶은 마음도 없었으니 보일리가 없죠.
그래서 종업원을 불러 방법을 물어보면서 몇 마디 궁시렁궁시렁 했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 싼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귀찮게 하느냐`고 말이죠.
그랬더니 서른이 넘지 않았을 것 같은 아들 비슷한 또래의 종업원이 친절하게작동법을 하나씩 알려주면서 말끝에 내게 되묻는 겁니다. '선생님! 직접 하기 싫으시죠? 그런데 직접 하셔야 합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하고 말입니다.
조금 장황했던 말을 줄이면 결국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 정유사에서는 갈수록 비싸게 공급하고, 소비자들은 싼 것을 요구한다.
- 주유소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는데,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종업원 인건비밖에 없다.
- 따라서 주유소에서는 셀프주유기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 날이면 날마다 이런 주유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거의 모든 주유기가 셀프형식으로 바뀌게 된다.
- 결국 셀프주유기를 작동하지 못하면 돈을 가지고도 기름을 넣지 못하게 된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을 아시겠습니까?
결국 한국에서 운전하면서 살아남으려면 셀프주유기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 말입니다. 아들 또래 종업원에게 주유소를 나서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그래 자네가 내 선생이네! 고맙네!'
셀프 주유 때문이 아니라, 그 똘똘한 종업원 생각에 집까지 5분 여 운전해 돌아오는 동안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나쁜 기분은 아니로군요.
첫댓글 네, 저도 아주작은 꼬마들 한테서도 배울게 있더군요.
그게 깨달음 이라 생각합니다.
ㅎ 다음에 제가 넣어드릴께요..~도련님~
워메~ 나도 셀프 안해 봤는디 어짜스까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