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23일 부활 제8주일, 성령 강림 대축일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성령을 받아라.>
✠ 요한 복음 20,19-23
이따금 무언가를 받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하고
어떻게 쓰는 것인지도 모를 때가 있다.
그런 경우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방치하게 된다.
그러다 나중에 그것이 필요한 상황이 오고
얼마나 유용한 것인지 깨닫게 될 때면
진작 써볼 걸 하고 뒤늦게 후회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물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도 그런 것들이 있다.
나에게 필요한지도 알지 못하고
그 쓰임새도 깨닫지 못하는 바람에
그냥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는 하느님의 선물.
그것이 바로 주께서 제자들에게 주신 성령이며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신 각자가 받은 성령의 은사.
이미 세례 때부터 받았던 성령의 선물을
때로 우리는 제대로 깨닫지 못해 방치한 채로
삶의 한구석에 마음의 한 구석에 놓아둔다.
때로는 조금 써보지만 제대로 다루는 법을 몰라
조금 쓰다가 방전되어 버리기도 한다.
그러다 나에게 그것이 필요함을 문득 깨닫는다.
그렇게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확장될 때,
우리가 받은 선물, 은사 또한 그 효용을 깨닫게 된다.
그제서야 그것을 의미있게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몰라 방전되기도 한다.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며 자신의 은사를 열심히 나누지만
그것을 제대로 유지하는 법에 대해서 알지 못해
금방 스위치가 꺼지기도 한다.
거기서 멈추면 다시 답보 상태가 된다.
그러나 그것을 사용하는 법을 찾고 알고
다시금 활용해가며 몰랐던 부분을 채워갈 때,
비로소 그것은 나에게도 남에게도 의미있게 쓰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받은
세례, 견진, 성체성사의 의미다.
세례를 통해 자신을 알고
견진을 통해 자신이 받은 선물을 깨달으며
봉사를 통해 그 선물을 나누며
성체성사를 완성하는 것.
우리 각자가 받은 하느님의 선물이 있다.
그 선물인 은사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사랑의 선물을
봉사를 통해 베풀며 스스로를 완성해가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우리에게 주어진 보배는 지금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