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1.20일 이 양승 논설위원이 올린 짧은 논평입니다. 정진상의 입놀림에 이재명의 정치 생명 뿐만 아니라 나라가 바로 설 한 획을 글 수도 있게 되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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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으~리'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영화배우 김보성이 코미디언처럼 말끝마다 ‘의리’를 갖다 붙였다.
이재명의 ‘오른팔’ 정진상 민주당대표실 정책조정실장이 구속됐다. 이재명이 정진상을 '정치적 동지'라고 표현했다. 두려워서다. 이젠 이재명 정치생명은 전적으로 정진상에게 달렸다.
정진상이 마음을 바꿔먹으면 이재명은 그야말로 끝장이다. 그래서 이재명은 영리하게 정진상을 자신의 ‘정치적 동지’라고 표현한 것이다.
'정치적 동지'란 말은 '인센티브'를 담고 있다. 즉, 정진상에게 혹독한 시련을 견디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김영삼 옆에 최형우처럼 김대중 옆에 권노갑처럼, 그럼 훗날 정진상에게도 큰 보상 즉, 커다란 완장이 돌아갈 것이라고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영삼과 김대중에겐 어쨌든 '민주화'라는 명분이란 게 있었다. 그 명분이란 게 있었기에 최형우와 김영삼, 그리고 권노갑과 김대중 간엔 전략적 보완관계가 성립할 수 있었다.
그럼 정진상과 이재명 간에도 전략적 보완관계가 성립할까? 어제까지는 성립했다. 그나마 형식만이다. 내용을 따지고 보면 그둘간에 전략적 보완관계를 말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없다. ‘명분’이 없다.
이재명에겐 무슨 ‘명분’이 있을까? 그 둘은 부정사익을 만들어 나눠먹는 일종의 '부당거래' 관계였을 수있다. 물론 아직 입증은 되지 않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도박쟁이들 관계와 비슷하다. 본래 도박판에 말로만 요란한 '으~리'는 몰라도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그런 의리는 없다. 일회적 전략적 보완관계는 성립할 수 있지만, 반복적 전략적 보완관계는 성립할 수 없는 이유다.
이재명이 정진상에게 '정치적 동지'란 말을 붙여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견뎌라'이다. 그리고 여의치 않으면 '모든 걸 안고 가라'일 것이다.
정진상은 최형우 또는 권노갑처럼 충성을 다해 '의리'를 지킬 '유인'이 존재한다고, 이재명은 생각하고 있을까. 그런데 사실은 이재명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정진상이 그렇게 '의리'를 지킬 '유인'이 있다고 착각해주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정진상이 깨달아야 할 것은 자신의 구속수사가 결정되면서, 이재명은 정진상의 입만 보고 있는 처지가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이재명이 앞으로 정진상에게 줄 것이 더 이상 남아있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아마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이재명이 완전히 끝장나든지, 아니면 훗날 이재명이 정치적으로 회생하든지.
이재명이 회생한다고 해보자. 그러면 정진상은 이재명 옆에 더욱 설 곳이 없어진다. 정진상이 이재명과 같이 명분일망정 '민주화' 투쟁을 같이 한 것이 아니라, 부정사익을 나누어 챙긴 사이였다면 정치인 이재명에겐 정진상의 부당거래 흔적이 ‘낙인’으로 남기 때문이다. 즉 정치자산인 평판이 손해를 볼 우려가 있다.
쉽게 말하면 이거다. 정진상은 음지에 있어야 했다. 이재명이 필요한 정진상은 음지에 있는 정진상이다. 그런데 이번 구속수사를 통해서 음지에 있던 정진상이 양지로 나오게 됐다.
이게 포인트다. 정진상의 정체가 드러난 이상 정진상이 이재명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정치적 동지'라는 말을 잘 알아들어야 한다.
출처 : 최보식 의 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