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
『빨간 머리 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자전적 성향이 반영된 소설로 캐나다의 아름다운 프린스 에드워드 섬을 배경으로 한다. 『빨간 머리 앤』은 빨간 머리의 주근깨투성이 고아 소녀 앤이 실수로 커스버트 남매에게 입양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성장소설이다.
앤의 풍부한 상상력과 밝은 성격, 수다스러움은 무미건조하던 커스버트 남매의 삶뿐만 아니라 에이번리 마을의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치는데, 이 어린 고아 소녀의 성장기는 많은 독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아서 『에이번리의 앤』(Anne of Avonlea)을 비롯한 9권의 후속편들을 만들어냈다.
특히 마지막 9권 『블라이스 가의 단편들』(The Blythes Are Quoted)은 그녀 사후 67년인 2009년에 출판되었다. 후속편들에서는 선생님이 된 앤의 첫 부임지에서의 삶뿐 아니라 길버트와의 사랑과 결혼 생활, 앤과 길버트의 아이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 등 나이가 들어가는 앤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빨간 머리 앤』은 영화나 TV 시리즈, 그리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고, 어린이들을 비롯한 어른들에게 유년 시절의 꿈과 사랑을 일깨워주는 작품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의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특히 『빨간 머리 앤』에는 몽고메리의 삶이 투영되어 있다. 그녀의 고향인 프린스 에드워드 섬이 배경이고, 앤이 아기일 적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처럼, 그녀의 어머니 역시 몽고메리가 21개월 때 돌아가셨다고 한다. 또 조부모님과 함께 산 몽고메리는 앤 셜리처럼 어린 시절 상상력으로 외로움을 달랬고 대학을 졸업한 뒤 선생님이 된 그녀의 경험은 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앤 셜리(Anne Shirley) : 상상력이 풍부하고 주근깨가 가득한 삐쩍 마른 빨간 머리의 고아 소녀이다. 부모가 열병으로 죽은 뒤 이집 저집을 떠돌다 고아원에 오게 되고, 우연히 초록색 지붕 집 커스버트 남매에게 입양된다. 항상 수다스럽고 밝은 성격을 지녔다.
마릴라 커스버트(Marilla Cuthbert) : 냉소적인 성격의 고지식한 독신 여성으로, 초록색 지붕 집에서 독신인 오빠 매튜와 함께 산다. 마을사람들과 친하지 않지만 수다스러운 린드 부인과는 교류하며 지낸다. 농장 일을 도울 수 있도록 고아 소년을 입양하기로 결정하지만, 부탁을 한 스펜서 부인의 실수로 여자아이인 앤을 입양하게 된다. 절망하는 앤을 돌려보내려다가 안쓰러운 마음에 함께 살기로 하면서 삶에 큰 변화를 겪는다.
매튜 커스버트(Matthew Cuthbert) : 과묵하고 소심한 성격으로 동생 마릴라와 함께 초록색 지붕 집에서 산다. 나이가 들어 힘든 농사일을 거들 수 있는 소년을 입양하려했다. 그러나 기차역에서 앤을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앤에게 마음을 열게 되며, 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된다.
레이첼 린드 부인(Mrs. Rachel Lynde) : 커스버트 남매의 이웃으로 수다스러운 에이번리의 소식통이다. 커스버트 남매가 입양한 앤을 보고 외모를 비하하는 말을 해서 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나 앤의 밝은 성격에 반하게 되고, 매튜의 부탁으로 마릴라 몰래 앤에게 최신 유행하는 부푼 소매 옷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다이애나 배리(Diana Barry) : 앤이 에이번리 마을에서 제일 처음 만나 마음을 여는 진정한 친구이다. 하얀 피부에 검은 눈동자와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밝은 성격의 소녀이다. 앤의 실수로 한동안 절교를 하게 되기도 하지만, 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언제나 믿어준다.
길버트 블라이스(Gilbert Blythe) : 에이번리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갈색곱슬머리와 담갈색 눈을 지닌 잘생긴 소년이다. 앤의 빨간 머리를 홍당무라고 놀리다 앤에게 석판으로 머리를 맞게 되고 그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다. 나중에 앤에게 사과를 하지만 거절 받자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 학교에서 앤과 성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지내며 마음속으로는 항상 앤을 배려한다. 강가에서 친구들과 연극을 하던 앤이 침몰한 배를 버리고 다리에 매달려 있었을 때 그녀를 구해주기도 한다.
조세핀 배리 여사(Miss Josephine Barry) : 다이애나의 숙모 할머니. 앤과 다이애나가 발표회 직후 손님방에서 잔다는 사실에 들떠 침대에 뛰어들게 되는데 그때 그 침대에서 주무시고 계셨다. 무섭고 엄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앤의 상상력에 매료된다. 나중에 앤을 시내의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멋진 슬리퍼를 보내주기도 한다.
Anne of Green Gables first edition cover.
매튜와 마릴라 커스버트는 농장 일을 도울 수 있는 고아 소년을 입양하기로 한다. 소년을 마중나간 매튜는 역에서 홀로 기다리고 있는 빨간 머리 소녀 앤 셜리를 만나고 안쓰러운 마음에 집으로 함께 온다. 마릴라는 부탁을 받은 스펜서 부인의 실수로 소녀를 입양하게 된 것을 알게 되고, 어린나이에 부모를 병으로 잃고 이집 저집으로 떠돌며 힘든 생활을 해온 앤의 이야기를 들은 커스버트 남매는 연민을 느끼며 수다스럽고 깡마른 앤을 거두기로 한다.
앤은 특유의 낙천적 성격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초록지붕의 생활에 잘 적응한다. 빨간 머리에 콤플렉스가 있던 앤은 이웃에 사는 검은머리 소녀 다이애나 배리를 만나 친구가 되고, 빨간 머리를 지적한 린다 아주머니께 무례하게 대들다가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혼나기도 한다. 앤은 주일학교에 가면서 모자에 꽃을 꽂고 가서 마을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도 하고, 마릴라 아주머니가 가장 아끼는 브로치를 건드렸다가 그토록 기대하던 소풍을 못갈 뻔 하기도 하는 등 많은 사건들을 만들어내며 매튜와 마릴라 남매의 삶에 활기를 불러온다.
그러던 중 생전 처음으로 학교에 간 앤은 홍당무라고 놀리는 길버트 블라이스의 머리를 석판으로 내리친다. 설상가상으로 며칠 뒤 놀다가 늦게 교실로 온 앤은 벌로 길버트의 짝꿍이 되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학교에 가지 않는다. 어느 날 집에 놀러온 다이애나에게 딸기 주스(라즈베리 주스)를 준다는 게 실수로 와인을 준 앤은 화가 난 다이애나의 엄마 때문에 다이애나와 더 이상 놀지 못하게 된다. 앤은 유일한 친구 다이애나를 너무 그리워한 나머지 결국 학교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길버트를 경쟁자삼아 열심히 공부한다.
엉뚱한 앤은 친구들과 연극을 하다 조각배를 타게 되고 배에 물이차서 침몰하자 가까스로 다리에 매달렸다가 강을 내려오던 길버트에게 구조된다. 길버트는 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만 앤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앤과 길버트는 서로를 의식하며 열심히 공부하게 된다. 공부를 잘하는 앤은 상급학교로 진학하게 되고 커스버트 남매는 똑똑한 그녀를 자랑스러워한다. 앤은 크리스마스에 매튜 아저씨로부터 그토록 원하던 퍼프소매원피스를 선물받기도하고 다이애나의 먼 친척 할머니 배리 여사에게서 예쁜 슬리퍼도 선물 받는다.
길버트와 함께 일등으로 교사 자격시험에 통과한 앤을 매튜와 마릴라는 자랑스러워하고, 어린 앤이 숙녀로 자란 것을 새삼 느끼며 앤이 곁에 있음에 감사한다. 학교를 졸업한 앤은 성적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가기로 하는데, 매튜 아저씨가 돈을 맡긴 은행의 파산 소식에 충격을 받고 돌아가시게 된다. 홀로 남은 마릴라 역시 노환으로 일을 하기가 힘들어지게 되고, 마릴라는 결국 초록색 지붕 집을 팔기로 결정한다. 이에 앤은 학업을 잠시 미루고 마릴라 옆에서 교직생활을 시작하기로 한다. 이 소식을 들은 길버트는 자신이 부임하기로 한 에이번리 학교를 앤을 위해서 포기한다. 이를 알게 된 앤은 길버트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되고 우연히 길에서 만난 길버트에게 감사를 표하며 둘은 화해하게 된다.
“음, 그것도 언젠가 알아볼 일중에 하나이겠군요. 알아봐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일 아녜요?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기쁘게 느껴지거든요. 정말 재미있는 세상인거죠. 만일 우리가 세상의 모든 일을 다 안다면 재미가 반도 안 될 거예요. 그렇죠? 그렇다면 상상할 거리가 하나도 없겠어요.”
자신을 데리러온 매튜를 만나 초록색 지붕 집으로 오면서 흥분한 앤은 마구 수다를 떤다. 자신이 잘못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앤은 들뜬 마음으로 매튜에게 이것저것 묻는다. 왜 길이 붉은지 물어보다가 잘 모르겠다는 매튜의 말에 앤은 상상할거리가 생겨서 좋다고 말하는데, 이런 앤의 밝고 엉뚱한 성격은 독자들로 하여금 앤의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우리에겐 서로가 있잖니. 앤. 네가 없었더라면 난 어땠을지 모르겠구나. 네가 오지 않았다면. 오, 앤, 내가 널 엄하고 딱딱하게 대했다는 것을 안단다. 그래도 내가 매튜 오라버니만큼 널 사랑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말이 나왔으니 얘길 해야겠구나. 난 늘 속에 있는 말을 하기가 어려웠어. 하지만 지금은 말하기가 쉽구나. 난 널 친자식처럼 사랑하고 있고 네가 초록색 지붕 집에 온 이후로 넌 나의 기쁨이자 위안이었단다.”
은행 파산 소식에 충격을 받은 매튜 아저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울고 있는 앤에게 마릴라는 이렇게 말한다. 매튜와 마릴라가 얼마나 앤에게 의지했는지를 직접적으로 앤에게 말해주는 대목으로 앤은 마릴라의 진심을 알게 되고, 재정적 부담으로 집을 팔기로 한 마릴라를 위해 학업을 중단하고 에이번리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일하며 마릴라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
첫댓글 참 재밌었네요
옛날 생각도 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