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남(가명·50) 씨는
루게릭병 환자입니다. 운동신경 세포가 점점 죽어 몸이 굳는 병이죠. 5년 넘게 투병 중입니다. 지금도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제는 말로 하는 의사소통은 힘듭니다.
발병 후 아내는 떠났습니다.
이혼을 한 거죠. 오갈 데 없게 된 기남 씨는 누나 집에서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간병과 치료비는
형제들이 분담합니다.
처음에는 "몸이 왜 이렇지…"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이런 지경에까지 이를 줄 꿈에도 몰랐죠.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억울했고 눈물만 났습니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게 고통이었습니다.
몸 굳어 중환자실서 집중 치료
형제들이 치료비 간신히 부담기남 씨는 한때
용접 일을 했습니다. 병이 심해지기 전까지 계속 일을 했지만 병세가 악화하면서 일은 완전히 접어야만 했고, 결국 중환자실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병은 주변 사람도 고통스럽게 합니다. 기남 씨의 생명이 위중한 상태고, 의사소통도 힘겨운 상황이라 더 그렇습니다. 만만찮은 치료비는 두말 할 필요도 없고요. 그런 것이 기남 씨를 더 힘들게 합니다.
어릴 때는 기남 씨에게도 여느 경우처럼 꿈이 많았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싶던 때도 있었고,
비행기를 타고 세계 일주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전국 일주를 하는 꿈을 꾸기도 했었죠.
지금은 꿈이 아주 소박해졌습니다.
결혼해서 아이 낳고, 나이 들어서는 등산이나 낚시를 하면서 여생을 보내는 것. 이런 것도 과욕일까요.
생각지도 못했던 병마와 싸우고 있는 기남 씨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고통을 잊습니다.
형제들을 생각하면 마냥 고맙고 미안합니다. 몸의 기능이 하나씩 말을 듣지 않지만 한결같은 형제들이 기남 씨를 버티게 합니다.
가끔 "내 정신과 생각도 내 몸처럼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몰려듭니다. 하지만 형제들을 위해서라도 오늘도 눈물을 거두고 열심히 병마와 싸워 이겨야지라고 다짐합니다.
요즘은 어릴 때 읽었던 동화 '파랑새'를 가끔 떠올립니다. 주인공이 파랑새를 찾아 온 데를 찾아다니지만 가까운 곳에 있었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지금 내가 처한 환경 속에서
행복은 과연 무얼까"를 항상 생각해 봅니다.
살아온 날보다 남은 날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서라도 오늘 하루도 꿋꿋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봅니다.
그래도 엄청나게 드는
병원비가 형제들에게 큰 부담이 되어 못내 미안합니다. "나도 기약도 없는 병에 지쳐가는데,
가족들은 오죽할까…." 기남 씨는 이런 저런 걱정으로 또 하루를 보냅니다.
힘겨운 병마와 싸우고 있는 기남 씨와 가족들이 용기를 낼 수 있게 여러분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파랑새'는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지윤 부산 사하구청 주민생활지원과 051-220-5538.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441-9423~4.
△지난달 28일자 종식 씨 이야기 53명의
후원자 225만7천원.
이렇게 됐습니다
5월 14일 자 희진 씨 이야기
희진 씨 가족에게 73분께서 따뜻한 사랑과 340만 원이라는 큰 성금을 전해주셨습니다.
여러분이 모아주신 성금 덕분에 희진 씨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남편과 아이들이랑 경남
삼천포에 있는 친정집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가족여행이라고는 엄두도 못 냈는데 차를 빌려 갈 수 있었죠. 무려 5년 만입니다.
빌린 차는 6개월 간 쓸 수 있습니다. 그동안 여기 저기 많이 다닐 거라고 합니다. 몸이 불편한 남편에게 바람을 쏘이게 할 수 있다는 데 희진 씨는 기뻐합니다. 이 행복을 누리게 해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해 합니다. 희진 씨 가족이 지치지 않고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며 살 수 있게 계속 지켜봐주십시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