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초에 모이고 두달만에 다시 보는 동우회 멩버의 얼굴.
한참만에 모이니 궁금해서라도 여러 명이 나올 줄 알았건만 현장에 도착해보니 불과 서너명.
9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황회장의 전화가 걸려오고 벌써 출발했단다. 아마도 가장 가까운 거리일텐데 제일 일찍 출발한 셈이다.
전철을 타고보니 만날 장소가 '산성역'인지 '남한산성입구'인지 헷갈린다는 것이다. 안내장에 분명히 (남한)산성역이라고 표기했던 기억이 나기에 산성역이라고 재차 다짐하고 나도 부지런히 전철에 오른다. 여기 홍대앞에서는 부지런 떨어도 시간반은 잡아야 하는 거리이다.
차에 올라 8호선 노선도를 보니 분명 산성역과 남한산성입구라는 표시가 있다.
미처 생각지 못한 혼동을 줄 우려가 분명 있어 보였다. 남한산성 찾아가는 사람들은 대개 이름을 자세히 보지 않고 남한산성입구로 갈 것이 뻔하다. 산성이나 산성입구나 산에 오르는 것이야 그게 그거겠지만 약속장소를 잡는데 혼동을 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아니나 다를까, 10분도 지나지 않아 전화벨이 울리고 상옥형의 목소리, 8호선에 남한산성 가는 역이 두개가 있는데 어디서 모일 거냐는 질문. 다시 한번 산성역이라고 강조해본다.
잠실역에서 용배를 만나고 8호선에 올랐을 때 다시 전화가 울리더니 오랫만에 귓가에 들리는 반가운 목소리. 황교갑이다.
지금 서현이하고 같이 도착해 밖으로 나왔는데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
지금 있는 곳이 산성역이냐 남한산성입구냐고 물어볼 수밖에.
그 친구들 역시 산성역이 아니라 남한산성입구로 가서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사태가 이쯤 되니 이건 안내장을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총무의 불찰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긴 안내장을 작성할 당시 나로선 '산성역'만 있는 줄 알았지 '남한산성입구역'이 그 옆에 또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산성역에 도착했을 때 또 전화가 울린다. 노정애의 반가운 목소리. 2번출구에 나와 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기에 우리도 지금 도착해 밖으로 나가니 잠깐만 기다리라고 했건만, 밖에는 아는 얼굴이 하나도 안보이고 찬바람만 얼굴을 때린다.
이 친구도 산성역이 아니라 산성입구로 간 것이 분명하다. 황급히 전화버튼을 눌러 정애를 호출하고.
아침부터 이렇게 이산가족 한자리에 모으느라 반시간을 훌쩍 보내고 11시, 우리는 산성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할 때에는 제법 쌀쌀한 기온이었는데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자 금방 잔등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한다.
산 중턱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오랫만에 얼굴을 보는 황교장이 가져온 양주에 정애가 사온 상큼한 딸기로
잠시 목을 축여본다. 이렇게 산에서 마시는 술맛은 왜 그리 달콤하던지...
산성역에서 오르는 길은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용배형, 얼마전 소실된 숭례문를 생각하며 역사공부중.
노정애는 총무 마누라와 함께.
몸이 마음같이 않아 뒤로 쳐지긴 했지만 열심히 따라오른 상옥형. 오늘따라 양주 몇잔 마신 탓인가 힘들어보인다.
정애도 수어장대에 올랐으니 한컷 더.
서현이도 뒤질세라 포즈를 잡고.
헌데 우리 회장님도 한컷 박아야 기념으로 남겠지요.
이제 한 자리에 모여서.
적은 인원이라 오붓한 기분으로 산에 오른 동우들.
황회장, 지난해 사경을 헤매던 끝에 가족의 지극한 정성과 현대의학의 힘으로 소중한 생명을 건진 소희를 생각하며
전화로나마 안부를 묻는다. 역시 마음 씀씀이도 회장을 따를 자가 없군요.
오랫만에 듣는 친구의 목소리에 반가움을 표하며 만나고 싶다는 소희의 목소리가 전화기 밖으로 새어나오고.
허나 시간이 허락지 않아 그를 만나는 것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병상에서는 벗어났으나 아직도 몸이 성치 못한 소희가 어서 몸을 추스리고 친구들과 함께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마음속으로나마 빌어본다.
첫댓글 같이못가서 아쉽다. 교갑이가 오랫만에 나왔다니 반갑구나 양주까지 가져오고 말이야 . 그런데 양주에 양자만 들어도 겁이난다야 청계산에서 영석이와 상옥이형이 가져온 양주먹고 그술이 아직도 안깬다. 양주가 좋긴 좋더라. 오붓하게 순례하는 모습 사진으로라도 보니 반갑다 . 소희가 병상에서 벗어났다는 소식 정말반갑다. 소희야 빨리 건강회복하여 해맑게 웃는 너의모습 보고싶다 . 그럼 다음에 또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