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2월17일,12월의 셋째 주 토요일로 금년 한 해 마지막 산행일이다.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오늘을 맞게되었다.
원래 사람은 일의 처음과 마지막을 당하여 두려움과 떨림,초조함과 긴장감을 느끼는 건 일반적이고 보편적 심리 현상일 거라고 생각된다.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달,마지막으로 하게 되는 산행이다 보니 그런 생각이 엄습했다는 얘기다.
또 산행은 우리 동기들 각자 노년의 건강 증진 및 유지 관리를 위해 함께 참여한 거지만, 동기들과 산행을 하며 알게 모르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말하고 듣고 논하고 평가까지 하는 정담情談 속에 가슴 속에 담겨 있던 삶의 알레르기는 공기와 더불어 토해졌을 것이다.
한편 한 해를 보내는 감회는 대개 시원섭섭한 사람도 있겠지만 아쉬움과 후회를 안고 조용히 한 해를 보내는 착잡한 마음에 사로잡힌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심정 속에 오늘 산행에 대한 산행지,동기들의 다수 참여 여부,하산 후 점심 식사 등을
고려한 나머지, 오랜만에 다시 우면산을 산행지로,하산 지점은 우면산 남쪽 끝자락 선바위역으로 정했던 거다.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 되었을 무렵 지하철 3호선 남부터마널역에 닿으니 먼저 와 기다린 여러 동기들이 역 들머리 밖에 있는 게 아니고 길 건너편 롯데리아 편의점 앞에서 박순호 전 회장이 손짓을 하며 오라고 한다.시간도 다 됐는데 "뭐 그냥 나와 갔으면..."하는 맘도 있었지만 거절할 수도 없어 들어가니 탁자 두세개를 차지, 현 시점 대한민국 화제거리인 최-박아무게 게이트 사건인 듯한 얘기에 열심이었다.더 늦은 동기도 있어 기다리다가 잠시 후 출발했다.모두 열 사람이었다.(김희중,나헌주,박상기,박순호,이윤태,이정윤,이종주,정동수,정병대,양재록 등)
롯데리아 안에서 탁자를 중심으로 앉아 서로 궁금한 정보를 나누며 얘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누구 말이 맞든 안맞든 들은 대로,각자 합리적이라 생각한 대로 추정되는 말을 하고 있다할까.
모두 밖으로 나오니 날씨는 예상했던 거보다 쌀쌀하지 않고 포근했다.엊그제 영하 8~9도까지 내려간 걸 생각하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 우면산牛眠山을 산행해본 게 한 두 번이 아니지만 걸어가며 동기들의 도란도란 얘기를 들으니
이 산에 대해 전문가 뺨치는 수준의 '우면산전문가'도 있다는 걸 새삼스레 알기도 했다.그도 그럴것이 산자락 가까이 살아오며 걷거나 지하철역에 내리면 바로 우면산 들머리에 닿을 수 있으니 그런 것이고,산책하는데 굳이 산 꼭대기까지 오르지 않고도 밋밋한 길이 여기저기 널려있으니 그렇다.
하는 얘기를 계속 듣고 가자니 어느 동기는 "사당역까지는 2시간,선바위역까지는 2시간 반 정도 걸린다"는 평소 얼마나 자주 다녀봤으면 속된 얘기로 '똑소리 나게'자신있는 발언을 하겠는가! 나도 좀 알고는 있는데 아는 척을 못하고 숨 죽여 그냥 들어주는 게 상책이었다.여기서 잠시 우면산에 대해 알고 가야할 거 같다.
우면산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서초동,양재동,우면동과 경기 과천시 하동이 경계를 이루는 산(293m)으로 풍수지리 상 소(牛)가 잠자는(眠) 모습이라 해 불러오고 있으며,그 외에 불리어지고 있는 이름이 다양하다고 한다.큰바위가 관을 쓴 모습 같다 해 관암산冠巖山,활을 쏘는 궁터와 정자가 있다 해
사정산射亭山,도마의 모습과 같다 해 도마산,수정이 채굴 되었다 해 수정봉水晶峰,성종의 형 월산대군의 태胎를 묻은 곳이라 해 태봉胎峰,졸고 있는 소의 낭심에 해당한다고 해 알봉峰(우면동 큰말과 밤애에 하나 씩 있음) 등 옛날에는 우리 선조들이 자연을 대하는 모습의 일단을 살며시 유추해 볼 수도 있겠다.
우면산 자락 서초동에 예술의 전당이 있고 위쪽에는 대성사大聖寺라는 사찰이 있는데,백제시대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로 알려져 있으며,일제 강점기에는 당시 독립운동을 전개하였던 곳이기도 해서 일제에 의해 소실되기도 했으나,1954년 8월 중건되기도 했다 한다.
우면산 동쪽으로 양재역이 있는데 이곳은 애초부터 충청도,전라도,경상도 등지를 오가는 큰길인 삼남대로로 이어지는 곳이며,양재역 이전부터 "말죽거리"라는 옛 지명이 알려져오고 있기도 하며,
서쪽으로 관악산과 연결되어 있기도 했는데 당시 두 산의 골짜기는 여우고개라 불러왔고,정조 임금이 화성의 장조(사도세자-정조의 아버지)의 묘소인 융릉에 행차할 때 길목이었다고 한다.지금은 남태령이라 칭하고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이 생겼다.
우면산 산행기를 써 가다 보니 언뜻 뇌리에 스쳐오는 기억이 떠오른다.바로 2011년 7월27일 새벽~이른 아침 시각.
강남 일대 주로 우면산 자락을 중심으로 집중 호우가 쏟아져내린 거다.시간 당 122.8mm(남현동 측우소 측정 기준) 폭우로 남부순환로 변 고층아파트의 저층인 1~3층 거주지 및 남동쪽 일반 주거지를 휩쓸어 사망 16명,부상 51명,주택 11동 파손(1동 완파)이라는 어마어마한 재해가 발생한 거였다.이 참사로 피해를 입은 주민과 서울시,서초구,산림청,군부대가 오랜 동안 쟁송을 이어 온 사실이 새삼스럽다.
위 사진을 어느 블로그에서 찾아 퍼와 올렸다.우리가 오늘 걸으며 봤던 우면산 골짝마다 말끔하게 단장된 모습이지만,5년여 전에는 악몽도 그런 악몽이 없었다.아직도 소송은 이어져 금년 6월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서초구에 피해 유족에게 1억4천만원 배상 판결이 났다는 기사가 있는 걸 보면 아직 완전 종결된 사안은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오늘은 엄벙덤벙 넋이 나갔는지 산행길에 걷는데만 치중하고 산행 중 모습을 담는 사진 촬영을 못했다.집에 와 카메라를 점검해 보니 카폐에 올릴 사진이 몇장 안되어 낭패스러운 생각을 했다.
위 사진은 한 장소에서 방향만 바꿔 동기들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은 거다.이곳은 전 산행 구간 중 절반 정도 와서 간식을 꺼내 먹고 남향의 널다란 널판지 시설에 앉아 오순도순 정담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이다.(12시8분)
연말에 우리로서는 송년산행인데 너무 적게 나와 "마음이 안좋다"하니 "어이 그렇게 생각하자 말게,오늘 열명도 많이 나오 셈이시"한다.또 오늘 못보고 못만나면 27일 낮 우리 동기 모임이 있잖은가,그때 만나면 될 것이어..."하기도 한다.봄볕 같이 따사로이 비췬 곳에서 길게 오래토록 머물다 일어섰다.
밋밋한 산행길이어서 힘 안들이고 점심 식사할 음식점에 닿았다.(오후 1시20분) -약 3시간 소요.
이 음식점은 과천시 과천동 12-1 소재 천장어 과천점이며 풍천장어(鰻)를 취급한다고 광고 해 놨다.
동기 회원들 한테도 통지할 때 "산행 후 만찬鰻餐 예정"이라고 폼잡는 언사를 부린적도 있다.鰻자가 뱀장어 만자이니 통지하는 입장에서는 먹을 찬餐자와 함께 써봄직도 해서......
장어 500g 1인 분 씩 주문 하니 먹음직 했다.다만 아쉬운 건 넓은 음식점 공간이어서 우리들만의 오붓한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1년 간 산행요약지"(2016 열두회사랑 산행일지 현황)도 설명없이 유인물만 나눠주고 말았다.
더 사려 깊게 대처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산행기 끝에 2016 열두회사랑 산행일지 현황 및 2016.열두회사랑 산악회 자금운영보고-2015.12.4~2016.12.2 첨부 참고)
음식점을 떠나 선바위역까지 걸어왔다.약 300~400m를 걸어 선바위역 3번 출입구에 이르니 바로 옆
"수수호떡"포장마차가 있다.등산대장 정병대 동기가 바로 앞에 지켜서서호떡을 굽는 쪽쪽 도착한 동기들 마다 하나 씩 건내준다.송년산행 맞이 등산대장 '하사품'?
맛을 보니 입에 닿는다.조금 전 식사를 맛있게 해 배도 부를텐데 아랑곳 하지 않는다.다 함께 수수호떡이 든 종이컵을 들고 마침 단체 기념사진 겸해서 찍은 모습이다.(2시30분)
열두회사랑등산회원 여러분,한 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연말을 당하여 오늘 우리 모두 송년산행을
무리 없이 마쳤습니다.별 족적도 없이 한 해의 산행을 마무리한다 하니 정신이 멍 해지는 느낌입니다.다소 부족한 점이 있었더라도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새해에 더 나은 산행을 몽상하면서 두서 없이 송년 산행기를 마칩니다.내내 건강하시고 더 밝은 모습으로 새해 다시 만납시다.고맙습니다.
첨 부-
끝으로 송년산행기 말미에 당일 나눠드린 유인물을 첨부물로 여기 올렸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끝
첫댓글 送年山行글 이라고 허니 가슴 한켠이 스산스럽소이다,365일이 어쩜 눈 한번 껌벅 할 사이에 휙 지날가요? 우리 모두 그렇게 느낄거라 믿습니다.
금년도 대과없이 잘 마무리를 해주신 정병대 대장님과양재록 총무님 物心兩面으로 수고 해주신거 眞心으로感謝 드림니다.
닦아오는 새해 丁酉年에도 열두회사랑 登山會員任들 健康을 챙겨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열두회사랑 회원님들 萬壽無疆 합시다.
2016년을 마무리하는 송년산행 재미있었습니다 , 풍천장어 맛있었고, 선바역 수수호떡 맛있었습니다 아무쪼록 정병대 대장님, 양재록 총무님이 잘 이끌어주시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