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개시와 함께 끊어진 한국과 러시아 간의 직항 항공편 재개는 언제쯤 가능할까? 그동안 몇 차례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지만, 결과는 '역시나'로 끝났다.
최근 또 한-러 양국의 기대를 부풀리는 보도가 나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5~8일)에 참석한 드미트리 체르니셴코 러시아 부총리는 7일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인 관점에서(가까운 시일내에)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한국과의 항공 서비스 재개를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 항공사들이 요르단, 쿠웨이트 취항을 계획하고 있다"고도 했다.
체르니셴코 부총리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조직 위원장을 거쳐 2020년 디지털 경제 및 혁신, 통신, 미디어, 문화, 관광, 스포츠 분야 담당 부총리로 발탁됐으며, 푸틴 집권 5기 정부 구성에서도 유임됐다. 한-러 항공편 재개 문제를 직접 담당하는 러시아 교통부 관할 최고위 인사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의 직항편이 오간 모스크바 세례메티예보 공항/사진출처:공항 SNS
오히려 1년 3개월쯤 전인 2023년 3월 러시아 교통부 산하 연방항공청(로스아비아치야)의 알렉산드르 네라디코 청장의 보고서가 더 솔깃했다. 보고서는 "올해(2023년) 한국을 비롯해 베트남·몽골·사우디아라비아·미얀마 등과의 직항편 운항 재개를 추진하겠다"는 연방항공청의 의지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베트남 등 러시아와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항공편은 재개됐으나 비우호국인 한국과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때와 분위기가 다른 것은 9일 나온 조선일보의 후속 보도다. 조선일보는 이날 국내 항공사 관계자를 인용, “최근 국적기 관계자를 중심으로 한 대표단이 러시아와의 직항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으며, 러시아 측과 심도 높은 대화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와 한국의 공통된 문제인 직항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일방적인 요청에 끝나지 않고, 국내에서도 물밑에서 움직인다는 신호가 포착된 셈이다.
올해 초 신임 공관장으로 서울에 부임한 그레고리 지노비예프 주한러시아 대사가 국내외 언론과의 몇차례 인터뷰에서 “양국 간 직항 문제 개설을 우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도 기대를 부풀린다.
러시아 국적항공사 아에로플로트/사진출처:항공사
국적기 실무진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직항 재개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해도, 쉽게 풀릴 수 있는 차원의 문제는 당연히 아니다. 서방 측의 대러 제재 조치 해제가 우선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 등 서방 측은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일부 수용해 자국산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데 부분적으로 동의했고, 러시아의 경제및 교역을 옥죄기 위한 제재 조치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해온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러시아측 항공편 재개에 선뜻 응하기는 힘들다.
한-러 직항편이 막히면서 그동안 한국에서 모스크바를 오가는 길이 엄청 불편해졌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거치거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등 중동을 경유하는 바람에 시간과 경제적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러시아 최대 항공사 아에로플로트가 모스크바-홍콩 직항편을 재개하면서 기존 베이징 경유 모스크바행 항공편(지난해 3월)과 함께 러시아를 오가는 비즈니스맨과 관광객의 불편이 상당히 완화됐다.
지난해 3월 네라디코 청장의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직항편을 운항하는 국가는 옛 소련권 국가와 우호국가 등 34개국이었다. 체르니셴코 부총리는 7일 타스 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현재 38개국을 오가는 직항 항공 노선을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1년 3개월 사이에 러시아와 항공편이 재개된 국가는 4개국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직항편 재개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