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追憶反芻 - 어느 영상 한 컷... ]
2013.2.25...8년전 오늘,
제18대 박근혜 대통령취임식장...
국회의사당 광장 전면 단상 중앙에는 박근혜대통령, 그 뒷줄에 전직 전두환대통령, 김영삼대통령, 이희호여사, 이명박대통령 내외분, 3부요인들, 각국 주한외교사절과 각계 귀빈들, 그 오른쪽에 300명 연합합창단원들이,
그리고 광장에는 초대된 7만여명 하객들이 입추의 여지 없이 운집했다.
매섭게 추운날씨여서 무릎담요가 현장지급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대통령 정부가 출범하는 축제의 분위기가 가득했고, 이 행사의 300여명 연합합창 총지휘를 윤학원감독님이 담당했던 덕분에 인천시립합창단을 비롯한 여러 시립합창단과 어린이합창단과 함께 시니어를 대표해서 우리 청춘합창단도 이 뜻깊은 자리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 합창단은 강서구 우장산동 코러스센터에서 윤학원감독님의 지도로 역량을 연마하며 2,3,4기까지 단원을 보강했던 시절이었고, 취임식에는 1기부터 4기까지의 단원이 전원 참석했다.
단상에서 일반 초청객들을 마주보고 자리잡았다.
식순에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가 있은후 애국가 1절이 제창됐다.
바리톤 최현수씨와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열창하며 연합합창단과 하객 모두가 힘차게 제창했다.
애국가가 제창되는 동안 TV화면에는 일곱컷의 영상이 바뀌며 지나갔다.
태극기 클로즈업샷,
성악가 최현수 조수미 미디엄샷,
박근혜대통령 버스트샷,
이명박대통령 내외분 웨스트샷,
귀빈석 롱샷,
시니어 합창단원 박찬열 한금옥 클로즈샷,
광장 하객 전체의 익스트림 롱샷
순서였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대통령취임식 중계 화면에서 아내와 한금옥단원(2017년은퇴)의 클로즈샷 화면이 깜짝 방영됐다는 사실은 귀가후에 가족들의 귀띔을 듣고서야 알았다.
연합합창단은 이날 식전행사로 박근혜 대통령의 애창곡이던 <행복을 주는 사람>을 불렀고, 당시 세계적으로 인기가 치솟던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열연됐던 기억이 새롭다.
귀가후 아내가 취임식 중계 화면에서 클로즈업된 네 얼굴을 보고 놀랍고 반가웠다는 친구들의 안부전화를 받느라 한동안 들떴던 것도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은 8년이나 흘렀다.
돌이켜보면 세월의 크기만큼이나 세상만사 제반 여건 변화도 매우 컸다. YS와 이희호여사가 별세했고, 박근혜대통령과 이명박대통령은 오래도록 감옥에 갇혀있다. 세월의 덧없음을 실감한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어도
기록은 남는다.
8년전 대통령취임식 중계화면에 인서트됐던 아내의 클로즈업 영상은 우리 부부에겐 그 누구도 지울 수 없는 행운의 징표처럼 남아있다.
문득 생각해 본다.
만약 아내가 청춘합창단원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클로즈업 화면이 최소한 천만명 이상이 시청하는 전국으로 중계될 수가 있었을까?
만약 윤학원감독님이 취임식 연합합창의 총지휘를 맡지 않으셨더라면 과연 청춘합창단이 그 대열에 포함될 수 있었을까?
만일 그날 여러 합창단 가운데 청춘합창단이 제일 앞자리에 배치되지 않고 뒷줄에 묻혀 있었더라도 그런 클로즈업 기회를 얻을 수 있었을까?
대개 TV카메라맨은 군중이나 방청객중에서 순간 클로즈업샷 인서트를 위해 리허설 시간에 군중이나 객석에서 그날행사의 분위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미리 고르게 되는데, 아내의 표정이나 노래하는 모습이 카메라맨에게 리허설 때부터 이미 낙점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니 모두가 우연인 듯 하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어느것 하나도 우연은 없었다.
여러 행운이 겹쳐 순간이나마 국가적인 큰 행사에서 이런 놀라운 깜짝 데뷰(?)가 이뤄진 것이고, 그 모든 행운의 중심이며 인연의 시작이 우리가 청춘합창단원이라는 점에서 출발한 것이니, 이 동영상 한컷은 우리 부부에게는 큰 추억과 자랑으로 남는다.
지난 10년동안 걸어온 우리 합창단의 두드러진 발자취를 되돌아볼 때, 우리나라 합창계에서 역시 우리 사단법인 청춘합창단이 차지하는 위상이 보통 예사로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날이 갈수록 굳어지고 있다.
청춘합창단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우리 부부는 충분히 자랑스럽고,
오늘을 견인해준 권대욱단장님, 윤학원감독님, 김상경지휘자님의 눈부신 역량에 감사하며,
뜨거운 열정을 모아 세계 무대를 빛내며 감동을 창조해온 우리 단원 모두의 단단한 팀웍에 자부심을 갖는다.
아마 우리 단원 모두가 같은 심정이 아닐까?
그나저나 언제쯤이나 이 지겨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활짝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만나 다시 우리의 앙상블을 화려하고 웅장하게 꽃피울 수 있을까?
2020년 한해가 통채로 인류 모두에게 재앙이었고, 공허함과 파국과 고난과 단절을 떠안겼었는데, 그것으로도 모자라는지 2021년 한해도 더 큰 재앙을 반복해서 안겨줄 기미가 수시로 엿보여 가슴조리게 된다.
단원 모두가 간곡하게 재회와 합창활동의 일상 탈환을 기다리고 있지만, 이 몹쓸 역병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 점점 커지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비록 그렇기는 해도, 이제 백신접종도 시작됐으니 우리 모두가 하나처럼 야무지고 당차게 건강청춘을 지켜내며, 우리가 어렵사리 쌓아올렸던 앙상블 팀웍을 신속하게 되살려서 오래도록 면면이 이어갈 수 있기를 간곡하게 소망한다.
팬 여러분,
그리고 단장님,
지휘자님,
반주자님과
단원 여러분,
건강 또 건강하시길....
그리고
합창열정
단 한순간도 늦추지 마시길....
이윽고,
과천에서 모두가 모이는 그날엔....
마치 출발선에서 기다리던
100m 스프린터처럼
맹렬한 에너지를 품고
합창교실로 대시해 주시기를 빈다.
[영상] ②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2618203
첫댓글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하나 하나가 감동이고 추억입니다.
하루속히 만날날을 기다려
봅니다.
청춘합창단 단원 여러분. 존경합니다
벌써. 10년이 지났습니까?
아직도 그때 그 감동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 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해. 뉴욕을 비롯해 각종
훌륭한 공연을 보여. 주신데 대해
감하합과 존경과 축하를 드립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더 좋은 공연을 기대하며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