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추위가 올 모양인데, 오늘까지는 날씨가 그리 춥지 않다.
단풍도 거의 져가고 있는데 가천의 언덕 철쭉 단풍은 아직 잘 버티고 있다.
오랜만에 김종근샘이 오셔서 반갑게 포옹을 하였다.
오늘 수업은 김경주 시인의 시로 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
김경주
고향에 내려와
빨래를 널어보고서야 알았네
어머니가 아직도 꽃무늬 팬티를 입는다는
사실을
눈 내리는 시장 리어카에서
어린 나를 옆에 세워두고
열심히 고르시던 가족의 팬티를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풀린 하늘로
확성기소리 짱짱하게 날아가네. 그 속에서
하늘하늘한 팬티 한 장
볼에 문질러보네. 안감이 붉어지도록
손끝으로 비벼보시던 꽃무늬가
어머니를 아직껏 여자로 살게 하는 무늬였음을
오늘은 그 적멸이 내 볼에 어리네
어머니 몸소 세월에도 증명했듯
삶은, 팬티를 다시 입고 시작하는 순간순간이었네
사람들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팬티들은 싱싱했네
웬만해선 팬티 속 이 꽃들은 시들지 않았네
빨랫줄에 하나씩 열리는 팬티들로
뜬 눈송이 몇 점 다가와 물드네
쪼글쪼글한 꽃 속에서 꽃물이 똑똑 떨어지네
눈덩이만한 나프탈렌과 함께
서랍 속에서 일생을 수줍어하곤 했을
어머니의 오래된 팬티 한 장
푸르스름한 살 냄새 속으로
그 드물고 정하다는 햇볕이 포근히 엉겨 붙나니
이미지가 떠오르는 시로 현재와 과거를 연결한다.
꽃무늬 팬티는 여성의 삶을 상징한다.
오늘은 학생 작품을 많이 소개해 주셨다.
국당 김옥희 샘의 ‘순교자의 후손들’은 초후 한마당 전시회에서 전시된 작품이다.
순교자 후손들
국당 김옥희
성당의 종소리 울려 퍼지고
소쩍새가 산에서 소쩍소쩍 노래하니
순교자 후손들이 성지에 모여 들어
사랑과 정성으로 찬미노래 부르네
조상님 지은 성전 경건하고 엄숙하니
지고한 믿음이 은혜롭게 쌓여가고
아홉 살 고아의 애잔한 기도소리
후손들 마음속에 은은하게 퍼져가네
순교자 혈관 속에 흐르는 시내처럼
대대로 후손에게 이어지는 기도의 끈
우리는 자랑스런 순교자의 후손이니
길이길이 보존하며 그 길을 따라가리
다음은 최인자(A)샘의 시를 읽고 일부 수정을 해 주셨다.
항길댁(宅號)의 제삿날
최인자
촛불 켜고 향내 채운 사우방에
항길댁 혼백을 모신다
종부의 신음으로 제수음식 빚어지고
놋그릇에 고봉 담은 메밥
맨드라미 석이버섯 대추들인 꽃지지미
편틀의 웃기떡으로 앉았다
조율이시 홍동백서 어동육서 좌포우혜
제자리 찾기에 바쁜 제관의 손놀림
축문은 무게를 싣고 리듬을 탄다
돗자리 위에 무릎 꿇고
넘칠 듯 채운 제주 한 잔에
조상님의 넋을 기리고
정갈하게 여민 옷매무새
도포 두루마기 옥색 한복 자락에는
종손 종부의 효(孝)와 인(忍)이 어려 있다
시간은 빨리도 지나간다. 어느덧 1교시가 지나고 간식 시간이 되었다.
오늘도 늘 간식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우리의 식탁이 풍요롭다.
김옥희표 떡, 김영주표 과일(깐 사과, 방울토마토), 최서윤표 삶은 계란, 최인자(B)표 찹쌀떡, 채기병표 귤. 골고루 먹으니 기쁨도 그만큼 커지는 것 같다.
2교시 역시 학생 작품인데, 이번에는 성격이 비슷한 두 개의 작품을 하나로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가을이 오고 있다
최서윤
한여름
무더위를 보내려고
태양도 땀을 식히고 있다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떠날 날을 얘기하는 매미
구절초 봉오리마다
아침이슬 찬연하다
길을 걷고 있는 사이
새털 같은 구름이
하늘에 걸려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저 멀리 바다 끝에서
발소리도 없이
가을이 오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 교재 뒤쪽에 있는 문법을 가르쳐 주셨다.
총칙을 얘기하시다가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 본 내용은 다음 시간에 하기로 하셨다.
오늘 점심은 오랜만에 나오신 김종근샘이 사셨다.
오늘따라 반찬이 잘 나와서 더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에는 8명이 모여서 허복례샘의 사회로 합평회를 하였다.
오랜만에 시를 써오신 김옥희샘의 ‘고목나무에 단풍잎’을 시작으로 채기병의 ‘말 거는 담쟁이’와 ‘콩나물 시루’, 김영주샘의 ‘십일월 회상’과 ‘천국 귀’, 최서윤샘의 ‘가을의 기억들’, 채정란샘의 ‘가을을 삼키다’와 ‘세월 참, 인생 참’에 대해서 이정원샘과 최인자B샘이 함께 합평을 하였다.
첫댓글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 열정적인 모습의 가천시창작반 선생님들, 보기 좋습니다. 일주일마다 생생하게 현장소식을 전해주시는 채기병선생님, 짱이에요!! 늘 온화한 문복희교수님과 선생님들의 미소 속에 싹트는 시사랑^^가천시창작반 파이팅!!
감사합니다^^ 언제나 관심갖고 지켜봐 주셔서 좋습니다.
새로운 별이 되소서!
사랑으로 외치는 화이팅! 아릅답습니다!
교수님을 비롯 여러 시인님!
감사합니다.^^ 우리도 별이 되고 싶어요.
가천시창작반 선생님들 실력이 날로 발전하는것 같네요~
합평회에서 잘 지적해 주시고 다듬어 주시는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맞아요. 자꾸 하니까 실력이 많이 느는 것 같습니다.
단풍잎을 코팅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선물해주신 최인자(b) 선생님, 감사합니다.
늘 수고하시는 채기병 회장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이 많은 가천 시창작반은 교수님 덕분입니다.
여독과 감기를 껴안고도
월요일 가천대로 향하게 됩니다.
제 삶의 우선순위를 바꿔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자상한 회장님과 살뜰한 총무님
늘 고맙습니다.
감기로 고생하고 있지만
그래도 행복합니다.
이제 감기 좀 나으셨나요?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분이 있어서 좋아요.
봄이와서 가을이 가는 길목에 서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붉게 익은 홍시되어 영롱한빛을 탐스러워 하듯이 날로 변모되어 발전되시는 모습들로 빛나 넘기는 작품마다 무게를 느끼게합니다
총무님이 그런 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