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창조하시고 우리를 붙드시는 영원한 생명의 삼위일체 하나님. 거룩한 주님의 날을 맞아 주님을 예배하는 자로, 복음을 듣는 자로, 새로운 피조물로 부활하는 자리로 우리가 주님 앞에 나왔습니다.
하나님. 분주하게 살다가 혹은 지쳐서 뭔가에 끌려가듯 살다가 오라 하시는 주님의 부름을 듣고 여기서 멈추어 섭니다. 우리의 호흡이 누구에게서 왔고, 우리가 존재하는 목적이 무엇인지를 다시 물으며, 보이지 않으나 온 세계를 붙드시는 하나님으로 우리의 생각과 마음과 육체가 가득채워지길 원합니다.
주님. 피조물들의 탄식소리를 듣고 계신지요. 인간의 악함으로 망가져가는 자연, 전쟁의 포화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삶의 터전을 잃고 울 힘도 없이 멍한 눈으로 하늘을 향하는 난민들, 실업과 경제적 불안정으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조차 할 수 없는 청년들, 실체없는 두려움과 불안으로 극한 경쟁에 내몰려 생명의 활기를 꽃피우지도 못하고 몸도 마음도 이미 지쳐버린 청소년들, 그리고 성소수자들, 노인들, 어떤 이유에서든 삶의 끝에 내몰린 사람들. 주님. 우리는 하나님이 들으시는 분임을 믿습니다. 우리의 탄식은 작은 바람에도 흩여저버릴 향처럼 주님께 올라가지만 주님은 그것을 담아 천둥과 우뢰와 번개로 이 땅에 쏟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탄식하오니 주님은 들으셔서 이 땅에 정의를 세우시고, 생명을 살리시며, 평화의 노래가 하늘과 땅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세계에 울려퍼지게 하여 주옵소서.
온 세상의 참 주인되신 하나님. 이 나라와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낮은 자를 높이시는 하나님의 정의와 공평이 이 나라의 기초가 되게 하시며, 위정자들은 교만함과 어리석음을 버리고 국민 앞에 겸손하고 정직하게 하여 주옵소서. 불의한 자들에 의해 억울하게 빼앗기거나 억압당하는 자들이 없도록 주님의 날선 칼로 강한 자들을 제압하시고, 악이 이기는 듯하나 결국에는 언제나 올바름이 이기게 하여 주옵소서. 우리 역시 이 나라의 참 주인임을 잊지 않고 늘 역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을 깊이 생각하는자, 자기 일에 부지런히 일하고 땀 흘리는 자, 자유롭지만 다른 이들과 조화를 이루는 멋을 아는 자로 살아가게 하여 주옵소서.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진리를 거부하는 부끄러운 반지성주의, 힘을 추앙하는 흉측한 교권주의, 맘몬을 주인으로 삼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한국교회 안에 깊이 뿌리내렸습니다. 불쌍히 여겨주셔서 회개하고 다시 예수를 찾게 하시어 예수의 정신으로 되살아나게 하여주옵소서.
죽으셨으나 다시 살아나신 부활의 주님. 우리 역시 주님처럼 살고, 주님처럼 죽고, 주님처럼 되살아날 것을 믿습니다. 바른 뜻을 품되, 유혹과 두려움에 타협하지 않게 하소서.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게 하시되, 가룟 유다처럼 나의 존재와 기대와 노력을 의심하고 배반하는 모든 일들과 사람들 그리고 환경들에 대해서도 용기와 선함으로 대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을 주옵소서. 작은 씨앗도 잠자는 사이에 스스로 그 생명을 피워냄을 믿고, 비록 작아 보이는 일들이지만 그것을 주신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어 오늘 여기에서의 순간에 땀과 노력과 정직함의 씨앗을 심게 하여 주옵소서. 십자가 위에서 자신의 생명을 하나님께 의탁하시고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의 부활 생명이 여기 있으니, 넘어져도 아주 엎드려지지 않게 하시고, 날마다 새롭게 더 영광스런 모습으로 되살아나도록 하여 주옵소서. 무엇보다 창조의 하나님을 믿사오니 혼돈 위에 질서를, 공허함 가운데 충만함을, 어둠 속에 빛을 주시는 하나님의 역사가 우리 삶과 세계의 역사를 힘차게 열어가게 하여 주옵소서.
이 시간 주님의 말씀 앞에 섭니다. 각 사람에게 주시는 세미한 그러나 우리를 뒤흔드는 성령의 음성을 듣게 하시고, 그 말씀 앞에 정직하게 서게 하시며, 현실에 주저 앉거나 핑계대지 않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할 수 있는 능력을 주옵소서. 그렇게 성육신하신 주님의 말씀이 우리의 삶 속에서 이루어져 우리가 서 있는 곳마다 생명과 사랑의 역사가 힘있게 펼쳐지게 하여 주옵소서.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