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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은,
매일 한번씩 있는,
당연하고 반복적일 일상 입니다.
45억 4천만년 동안,
매일 해가 떴고...
그것이,
특별한 상황이거나,
신이 주신 기적이라고 생각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해가 뜨지 않는다면,
신이내린 재앙이고,
악마의 저주이고,
인류의 마지막이라 했겠지요.
우째튼,
8월 30일 밤에,
올 여름의 마지막 해 뜨는 모습을 보기 위하여,
버스를 타고 산으로 갑니다.
사당을 출발한 버스는,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새벽 3시가 되어서,
이곳에 도착을 했습니다.
도착한 곳은,
설악산 오색 탐방로 입구이고,
여길 출발하여,
해 뜨는 곳까지 걸어서 가려고 합니다.
혼자서 여길 올랐는데,
3시간 30분 정도 걸렸으나,
오늘은 2시간 30분에,
대청봉까지 올라야 합니다.
그래야,
해가 뜨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만일 그렇지 못하면,
여기에 온 이유가 없어집니다.
탐방로에는,
이런 문구가 있는데,
문구의 의미는,
새벽 3시 이전에 산행을 시작 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가파른 오르막은,
산행 시작과 함께합니다.
경사도 급하고,
길도 험해서,
오르기가 쉽지 않는 곳인데...
산객들의 랜턴 불빛은,
마치 도깨비불을 연상케 하고...
한줄로 이어지는,
산객들의 행렬은,
칠흑같이 어두운,
8월 그믐날 야심한 밤길을,
줄줄이 비추고 있네요.
산행이 시작되고,
30분정도 흘렀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산객들의 역량에 따라서,
확연한 차이를 보여 줍니다.
즉,
산행 경험이 많은 전문 산악인들은,
내 시야에서 벗어 난지 오래이고...
이번이 처음이거나,
단체로 오신 분들은,
뒤처진지 한참 되었습니다.
나와 보폭이 비슷하고,
체력적인 역량이 비슷한 사람이 없는 관계로,
늑대가(??) 울어대는 8월 그믐날 밤에,
혼자서 대청봉으로 올라 갑니다.
잠시 쉬면서,
목이라도 축이고 있노라면,
밤공기의 싸늘함과,
아무도 없다는 으시시 함이...
그리고,
어디선가 울어대는 동물소리가,
소름을 돋게 만들어 줍니다.
안그래도 추운데,
으시시함이 더해지면,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고,
발길은 무거워만 집니다.
오색을 출발한지,
1시간 30분이 지났고,
남은 거리를 50분 이내에 걸어야 하는데...
오늘 여기 온 이유가,
매일 떠오르는 햇님을 보는 것인데,
볼 수 있늘지???
기상청이 아니라,
한국천문연구원의 발표에 의하면,
5시 30분에 여명이 밝아오고,
5시 52분에 일출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 시간이,
오전 5시 23분을 지나고 있는데,
벌써 여명이 시작 되고 있습니다.
남은 거리가,
500미터 남짓인데,
마음이 급해지기만...
암튼,
초반에는 무서워 죽을 것 같고,
막판에는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젓먹던 힘까지 쥐어짜 봅니다.
오색을 2시 56분에 출발했고,
여기에 도착하니 5시 32분입니다.
오색코스는 길이가 5Km이고,
일반인의 경우 4시간 정도 예상하고,
산행에 자신이 있는 분들은 3시간 정도 소요 됩니다.
그런데,
매일매일 떠오르는,
일출이 뭐라고,
5Km를 2시간 40분에 올랐네요.
암튼,
쉼없이 오르고 또 올라서,
해뜨는 모습을 기다려 봅니다.
역시,
하늘은 노력하는 자에게,
배신을 하지 않습니다.
멀리 보이는 동해 바다에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는 것이,
머지 않아 기다리던 태양이... ㅎㅎ
그런데,
올라오는 동안은,
시간을 맞추려고 정신 없이 올라서 몰랐는데...
영상 11도 정도이고,
불어오는 강한 안개 바람은,
체감온도를 영하권으로 만들어 줍니다.
산 정상으로 밀려오는,
구름 속에는,
차가운 이슬과,
매서운 바람이 섞여서,
정신을 쏙 뺏어 갑니다.
배낭에 들어있는,
방풍재킷과,
여분의 옷을 끼어 입고서,
바위틈새를 찾아 봅니다.
오뉴월에,
날이 추워서 동상이라도 걸릴 것 같아서,
체면을 구기고 바위틈으로...
일단,
틈새에 끼어서,
쎌카도 한번...
주면 사람들은,
기상정보를 알고 왔는지,
모두가 방한복으로 갈아 입고서,
엄숙한 모습으로 일출을 기다리네요.
한여름에,
추위에 덜덜덜 떨어가며,
이고생을 하는지...
시간이 좀더 흐르고,
저멀리 바다에서,
붉은 기운이 점차 강해지더니,
이제는 노랗게 변해 갑니다.
발 아래에 보이는,
흰구름이,
나의 시야를 방해 하지 않는 다면,
일출을 볼 수 있는데...
초초한 마음으로,
해가 뜨길 기다려 봅니다.
멀리에,
붉은색 태양이,
머리를 내밀고 있네요.
동해 바다에,
빼꼼히 떠오르는 태양을,
누군가 감추려고 합니다.
당황한 마음에,
셔터를 누르고 또 눌러 보지만,
태양은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못된 구름들이,
강한 바람과 함께,
내 시야를 가리더니,
잠시 후 다시 붉은 태양이 나타나고...
그사이,
빼꼼히 보이던 태양은,
절반이 넘게 올라왔습니다.
사진 속에도,
좌측에 보이는 뿌연 연기들이,
심술궂은 안개로서...
또,
내시야를 가리기 위하여,
맹열하게 다가 오네요.
한참동안,
시야를 가리던 안개가 물러가니,
이제는,
수평선 위로 해가 올라왔습니다.
순간 순간 허락된,
짧은 시간 동안,
수없이 셔터만 눌렀습니다.
심술궂은 안개로 인해,
소소한 소원도 빌지 못하고,
사진만 몇장 남겼네요.
아마도,
진솔한 소원은,
다음에 누군가와 같이 와서,
다시 빌어보라는 의미 일지도...
아쉽고,
또 아쉽지만...
일출을 뒤로하고,
산을 내려 가려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석간 신문에,
"설악산 대청봉에서 일출 구경하던 50대 동사했다"라는,
신문기사의 주인공이 될까 봐서,
서둘러 내려왔습니다.
아래 사진은,
이미 해는 떠 올랐는데,
구름이 만들어준,
일출처럼 보이는,
그런 사진입니다. ㅎㅎ
내려오는 길에는,
설악산 금강초롱(분홍색 초롱)이,
한껏 물을 머금고 있네요.
이녀석을,
사진으로 찍어야 하는데,
손이 얼어서,
사진기 초점을 맞추지 못했네요.
여러장을 찍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일 선명한 사진이,
요모양 입니다.
암튼,
손도 얼고,
발도 얼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가며,
엉금엉금 기어서 내려 왔습니다.
절반쯤 내려왔는데,
갑자기 햇살이 비추네요.
나도,
잠시 길을 멈추고,
아침햇살에,
광합성 활동을...
그래야만,
동사를 막을 수 있고,
몸이 좀 풀려야,
걸음걸이가 자유로워서,
넘어짐을 방지 할거 같아서...
바닷가를 등지고,
내설악 방향을 바라보니,
그곳에도 안개가 자욱합니다.
산 비탈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아서,
어둑어둑 하지만,
멀리 보이는 구름 위에는,
아침 햇살이 들어오네요.
아직도 얼어있는,
내 몸을 생각하니,
후다닥 해가 떴으면 해서... ㅎㅎ
중청산장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공룡능선이,
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공룡능선을 보류하고,
9월에,
단풍이 한창이면,
조용한 날에,
저길 걸어 볼까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봉정암을 둘러보고,
백담사에 들러서,
만해 한용운 스님(??)의 발자취를...
중청 대피소에는,
야외 데크가 있고,
넓다란 공간도 있습니다.
3주 전에도,
여기에 들러서,
따사로운 햇살과,
솔솔 부는 바람 맞으며,
점심을 즐긴적이 있는데...
오늘은,
자욱한 안개와,
영하의 체감온도로 인해,
야외는 고사하고,
대피소의 실내 취사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지하에 있는 실내 취사장은,
버너와 온열기구들로 인해서,
제법 포근함에도 불구하고,
한참동안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20분 넘게 몸을 덥히고 나서,
배낭에서꺼낸,
소박한 아침 입니다.
밤과,
김치가 전부이고,
우유와 바나나는 올라오는 동안,
체력이 딸리면 먹으려고 준비 했는데...
일출에 정신이 팔려서,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이제야 꺼냈습니다.
온기도 없는 밥과,
차가운 김치로 식사를 마치고,
우유는 입가심으로...
그리고,
화장실에 들러서,
볼을을 보고서,
봉정암으로 가려고,
대피소응 나왔더니,
중청봉이 이런 모습입니다.
아직도,
안개는 자욱하고,
바람은 거세게 불어오고,
체감 온도는 영하권을 맴돌고 있네요.
그래서,
다시 옷을 챙겨 입고서,
안갯속으로 들어 갑니다.
중청을 지나고,
소청을 가는 길도,
자욱한 안개로 인해 가늠하기 어렵네요.
한참을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욱한 안개와,
거센 바람과,
영하에 가까운 기온으로 인해,
몸이 풀리지 않아서 걱정 입니다.
체감온도가,
영하권만 아니더라도,
잠시 쉬면서,
막걸리 한사발 들이켰으면 하는데...
막걸리는 고사하고,
숨돌릴 겨를도 없이,
하산을 서둘렀습니다.
소청 삼거리를 지나고,
대피소가 가까워 오는데,
산속 안개는 풀릴 기미가 없네요.
안개속을 걷다 보니,
갑자기 궁금한 것이 있네요.
서울에서 출발 하면서,
같은 버스에 탑승한 사람은 35명정도 됐는데,
모두다 어딜 가고,
나혼자 이 길을 걸어야 할까요?
내 성격이 특이해서,
아무도 없는 길을 골라서 걷는 것인지...
아님,
시간이 일러서 사람이 없는 것인지...
그것도 아님,
내가 가는 길은 사람들이 피해주는 것인지...
사진속에 있는,
조금 비툴어진,
구상나무 한그루는 나와 함께 하는지도...
혹시,
누군가 있나 해서,
뒤를 돌아 봤습니다.
역시,
사람은 흔적도 업고,
구름에 가린 태양과,
멀리 보이는 화채능선 만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고...
암튼,
언제 와도 좋고,
언제 봐도 오고 싶은데...
오늘은,
한여름에 겨울 옷이 없어서,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하산을...
이제,
소청 대피소가,
멀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오니,
비로소 구름이 걷히고,
희뿌연 형체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주고 있네요.
체감 온도가,
영하만 아니어도,
식사를 마치고,
소청에 들러서 구경도 하고...
내려오는 길에,
오래된 구상나무 고목과,
누운 잣나무,
그리고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새하얀 구절초 구경이라도 했을 텐데...
드디어,
소청 대피소에 도착 했습니다.
소청에서 바라본,
용아장성과,
공룡능선 입니다.
아침 햇살이 반겨주는,
멋진 기암 괴석들이,
설악산의 위용을 보여 주네요.
이 맛에,
이 기분에,
이래서 다시 오나 봅니다.
그리고,
조만간 단풍이 물들어 가는,
공용을 만나러 올까 합니다.
지금 바라보는 방향이,
봉정암을 들러서,
백담사로 내려 가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못된(??) 나무가 길을 막아서,
경치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네요. ㅋㅋ
아님,
자길 보는 것으로도,
설악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자신하고,
일부러 가로 막았는지도 모르고...
암튼,
이제는,
구름을 벗어나,
환한 세상으로 갑니다.
이 녀석은,
산오이풀이라고 합니다.
오이풀의 이름은,
지유, 산지, 등등 무지 여러 가지 이름이 있는데,
잎을 뜯어서 맛을 보면,
왜 산오이풀이라 하는지,
바로 느낄 수가 있다고 합니다.
봄에,
어린 순을 먹으면,
진정한 산오이풀을 느낀다고 하니,
꼭 한번 느껴 보길...
사진은,
보라색 혹은 분홍색 꽃이 좋아서 찍었으나,
약효도 좋고,
봄나물로서도 훌륭하다고 합니다.
내가,
평소에는,
이런 바위를 제일 싫어합니다.
있어도 가지도 않고,
올라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뭔가에 홀렸는지,
그냥 올라가고 싶은 마음에,
생각 없이 올랐습니다.
다른 사람이 올라간 흔적도 없고,
오르기도 쉽지 않았는데,
왜 올랐는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해서 말이 안나 올 지경입니다.
암튼,
봉정암으로 내려가는 길에,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한번 올라본 바위입니다.
헉,
이런 곳이...
갑자기,
이런 장소가...
말이 필요 없고,
그냥 눈으로 감상만...
정말로,
커다란 바위를 생각 없이 올랐는데,
이런 것이 있으리라 상상을 못했습니다.
새벽에는,
칠흑같은 어둠이,아침에는 안개, 안개, 안개,
또 안개 속에서...
그리고,
평소에는 절대 가지 않는,
높다란 바위에 올라보니,
이런 세상이 있습니다.
후덜거리는 몸을 이끌고,
정말로 어렵게 셀카까지...
사진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내 발 아래는 낭떠러지가 있고,
그 아래에는 봉정암이,
그리고 그 넘어로는 용아장성이...
정말,
여길 어떻게 올랐는지 기억도 없지만,
왜 올랐는지는,
미스터리 입니다.
마치,
귀신에 홀렸다는 표현이,
정확한 듯...
바위 정상에 홀로 앉아서,
한참을 쉬었고,
쉬는 동안에,
햇살이 비추니...
드디어,
자켓을 벗어,
배낭에 쏘옥 넣었습니다.
=========>>
봉정암을 들러서,
백담사까지 이어지는,
백개의 담(소, 물웅덩이)이 이어 집니다.
첫댓글 아끼세요~~ 단풍은 젤 쉬운데로 함 갑시다
어디든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