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보위, 나는 그가 천재가 아니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그의 노래 첫 소절을 듣는 순간 그가 천재임을 대번에 직감했거든요!
몇 년 전 티비에서 그래미 시상식을 해설하며 임진모가 배철수에게 한 말이다.
그래미가 그의 부고를 전하며 그의 음악과 삶의 궤적을 잠시 기리기도 했다. 데이비드는 단순히 팝 아티스트가 아니라 팝의 역사에서도 매우 도저한 자리를 차지하는 하나의 전설이다. 한 마디로 팝 역사에서도 거물급이고 거장이란 얘기다. 그램록의 창시자일 뿐 아니라 희한한 분장을 하고 희한한 행위예술로 세인들의 눈에 퍼뜩 띄었다.
난 그다지 그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유가 어쩌면 내 윗세대들이 즐기고 좋아했던 가수라 그럴 수도 있다. 나보다 어린 배우 제니퍼 코넬리가 어릴 때부터 데이비드의 열렬한 팬일 수 있는 것은 데이비드가 워낙 젊은 시절부터 팝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었기 때문이고 같은 영어권 사람이라 그럴 수 있다고 본다. 86년 [라비린스]란 영화에 함께 출연하며 꿈에도 그리던 스타와 함께 영화 출연을 하게 된 코넬리가 그렇게 고백했다. 역시 내가 이런 사소한 정보를 아는 건 어릴 때 본 스크린이란 잡지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ebs에서 주최하는 eidf영화제에 출품된 데이비드 보위 마지막 5년에 관한 영화를 티비에서 보게 됐다. 그는 제대로 다루는 악기조차 없는데도 음악을 기가 막히게 잘 직조해내는 능력을 가졌다. 뿐 아니라 남들이 하지 않는 희한한 퍼포먼스와 무대를 연출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대단한 아티스트라는 걸 경험하게 만든다. 같은 듯 다른가? 그보다 훨씬 후배이긴 하지만 같은 나라 사람 조지 마이클도 그렇다. 악기도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 하는데도 대단히 음악을 잘 만든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닮았다. 알다시피 조지는 마이클 잭슨과 함께 대단히 아름다운 멜로디와 청아한 목소리로-거기다 평범하지 않은 가사로 80~90년대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다.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모두 현재 세상에 존재하고 있지 않다는 거.
데이비드는 어쩌면 어떤 음악을 잘 만드느냐 아니냐에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 샹송가수 세르주 갱스부르처럼 어떤 퍼포먼스, 어떤 음악을 만들어 선동해야 관객이 화제가 되며 감동하는지를 감각적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세르주 갱스부르는 자기 딸 샤를롯 갱스부르가 어렸을 적에 함께 야릇한 성적인 음악을 만들어 앨범을 내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타고난 음악적인 재능뿐 아니라 이런 식의 뭔가를 선동하고 파격을 내세우는 행위로 팬들에게 어필하는 일에 세르주나 데이비드가 능하다는 뜻이다.
각설하고
참 재미있게도 데이비드의 아들이 영화감독 일을 하고 있는데 내 관점에서 보면 나는 그의 영화를 대단히 좋아한다. 그리고 감독은 한국 영화와 한국 문화를 비롯한 한국적 코드를 너무 좋아한다고 들었다. 실지로 그가 찍어 평단의 창사를 받은 [더 문]이란 영화에 한국 관련한 코드도 나오고 한글도 등장한다. 난 부지불식간에 그런 것들을 발견하고 대단히 기뻤던 기억이 있다. 아무튼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흥행만이 아니라 예술적인 감각이 대단히 뛰어난 감독이라 생각한다. 영화적인 '필' 영화적인 상상력이 충만한 사람으로 인지된다. 나는 그의 영화에서 스탠릭 큐브릭의 [2001년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향수를 느끼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뒤의 영화들은 좀 실망스러운걸?
[더 문] 이후 내놓은 [워크래프트:전쟁의 서막]이나 [소스 코드]등은 영화의 결이 달랐다. 잘은 몰라도 [더 문] 이후의 영화들은 아마 기획단계에서 위탁을 받아 만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판단이다.
아무튼 ebs에서 하는 eidf영화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대단히 재미뿐 아니라 시사까지 더한다. 꼭 권해봅니다. 그런데 정작 난 귀차니즘으로 몇 년 간 찾아보지 못 하고 있다.
첫댓글말씀하신대로 데이빗 보위는 뮤지션이라기보다는 아티스트죠. 80년대 후반, 그의 히어로즈라는 곡으로 베를린장벽이 무너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구요. 비주얼만 보면 드라큐라백작스러운데...왠지 사람아닌 것 같아요 ㅋ (저도 각설하고) 더 문 영화 멋지죠~ RPG게임의 레전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워 크래프트도 좋았어요. 스토리가 게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스크린"!!!!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후발주자로 "키노"가 있었는데, 어느틈엔가 사라진...
첫댓글 말씀하신대로 데이빗 보위는 뮤지션이라기보다는 아티스트죠.
80년대 후반, 그의 히어로즈라는 곡으로 베를린장벽이 무너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구요.
비주얼만 보면 드라큐라백작스러운데...왠지 사람아닌 것 같아요 ㅋ
(저도 각설하고) 더 문 영화 멋지죠~ RPG게임의 레전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워 크래프트도 좋았어요. 스토리가 게임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말이죠.
그나저나 "스크린"!!!!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후발주자로 "키노"가 있었는데, 어느틈엔가 사라진...
앗 고수다 토끼자~~~
멋도 모르고 팝송 들을 때 데이빗 보위의 음악은 낯설었어요...뭔가 잘근잘근 씹는듯 노래한다는 느낌에다가 바짝 붙여 넘겨 빗은 머리, 오드 아이,,좀 무섭기도 했고요. 홍익님 글 읽고 정말로 오랜만에 그의 노래를 들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