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차 역할을 잃고 쇠락해가는 가오슝 제2부두를 예술공간으로 재생시키면서 이 부두의 역사와 함께 가오슝의 형성과정에 대한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예술특구 곳곳에 서 있는 부두노동자 조형물이다.
이 노동자 입상은 책상위에 올려놓을 만큼 작은 것부터 실제 사람 크기 정도되는 입상, 심지어 사람 키의 3~4배에 이르는거대한 입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만들어져 보얼예술특구 곳곳에 시민 또는 관광객과 함께 서 있게 하였다.
남,녀 한 쌍으로 나란히 서 있기도 하고 싱글로 서 있기도 한 이 조형물은 한결같이 허리춤에 공구백을 단단히 조여매고 있었고 헬멧이나 작업모를 쓰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자연스럽게 부두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가오슝 시 당국은 보얼예술특구를 조성하면서 지난 세월동안 가오슝을 일군 주역인 노동자 시민들에 대한 기억과 존중을 표시하고자 이러한 조형물을 만들어 부두 곳곳에 세워 두었던 것이다.
이들 조형물의 또 다른 특징은 다부진 어깨와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허리춤에 팔을 고인 모습이 자신만만하고 믿음직 스러운 사명감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들 조형물을 한참동안 관찰한 끝에 독특한 특징을 하나 더 발견했는데 이 여러개의 입상이 다 다른 디자인이 아니라 남, 녀 조형물이 크기만 다를 뿐 모두 똑같은 디자인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옷의 문의와 색깔이 다르고 서 있는 위치에 따라 크기가 다를 뿐 모두 똑같은 모양, 동일한 디자인으로 만들어져 3D프린터를 이용해 얼마든지 복제해 낼 수 있다.
이러한 동일한 디자인의 노동자는 이 조형물이 모두 뒷모습만 있다는 사실과 함께 중요한 몇가지 함의를 내포하고 있다.
먼저 이들 노동자는 특정한 한 개인이 아니라 '노동자 전체'라는 전체를 상징한다. 누구라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보편적 존재로서의 노동자 전체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