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꼴망태 어깨에 메고 산에 소의 목초 풀을 뜯어 먹이러 간다. 목동 일은 비가 온다고 하루라도 빼지 못하는 중요한 일과다. 나날이 소먹이 산행은 연속적인 행사다. 소를 산에 풀어놓고 망태기에 소먹이 풀을 가득 베어 놓고 나면 그냥 놀아도 된다. 그래서 통신 강의록을 두루마리 속에 넣고 망태에 담아 간다. 초등학교 졸업 직후라 망태기 작업이다. 소는 그냥 두기만 해도 풀을 열심히 뜯어 먹는다. 그래서 종이책 두루마리 통에서 꺼내 공부했다. 자연 풍광 속에 걸으며 책을 읽으면 머리에 쏙 들어오는 기분이다. 이때부터 걸으며 책을 읽는 습관으로 익혀진 생활이다.
나중에 더 커서는 지게를 지고 간다. 풀 한 짐 베어 미리 산 아래 돌아오는 길까지 져다 놓고 책만 가지고 소를 지킨다. 소를 살피면서 책을 읽으며 공부 시간을 확보한다. 밤에 공부가 부족해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지게에는 일찌감치 책 보관 책꽂이를 만들었다. 지게 목발에 책 통을 만들어서 달았다. 처음에는 책을 우송할 때 두루마리에 넣어서 우송해 그걸 이용했다. 우송료 부담을 줄이려고 책을 연통처럼 감아 도착하여 그 포장지를 이용한 방법이다. 둥근 필통처럼 생긴 길쭉하게 생긴 원통형이었다.
지게에는 단단한 책꽂이가 필요해서 궁리 끝에 찾아냈다. 6.25전쟁 때 구호품으로 받은 통조림통이 있어서 안성맞춤이었다. 통조림 빈 통을 못 하나로 고정하여 강의록 책을 말아서 꽂으니 멋지게 맞아떨어졌다. 대나무 굵은 마디가 있으면 좋다고 생각하다 통조림 깡통을 보고 달았다. 풀 먹는 소를 산비탈에 두고 걸으면서 읽는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아 공부 효과가 발휘되었다. 집에 올 때는 소를 몰고 풀 지게를 지고 오면 일거양득으로 도움이 컸다.
다른 아이들은 계곡의 흐르는 물에 못을 만드는 놀이로 바쁘다. 아니면 땅에 금을 그리고 말 쓰기 놀이 게임에 재미로 열중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책 읽는 시간이 무엇보다 아쉬워서 그런 놀이는 하지 않았다. 지게 목발의 책꽂이 없었더라면 매우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으리라는 생각이다. 책꽂이에 담아 휴대하기 좋아서 지게 목발 책꽂이 통이라 이름하여 불렀다. 책을 꼽고 빼는 방법이 편리해서 쉴 때는 지게 그늘에 누워서도 책을 읽는다.
그때 읽은 현대문학 월간지와 시문학 월간지 덕택에 지금 작가로 활동하는 계기였다는 생각이다. 청년 문학가 지망생이 산천의 풍광 속에 꿈을 키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소월 시집을 외우며 엄마야 누나야를 소리 높여 외치기도 했다. 책과 함께 자연의 경치가 운치를 느끼도록 가르쳐 준다. 산새 소리 장단으로 걷기 율동도 함께 어울리는 풍광 속에 해가 저무는 하루하루다. 세월이 흘러도 그 기억은 여든 넘는 나이에도 생생하게 남았다. (글 : 박용 20260702 에세이 15집)
=
첫댓글 '지게 목발 책꽂이 통'에 대한 재미있는 추억의 얘기입니다.
많은 것이 부족했고 모든 것이 소중했던 시절에 열정과 의지는 소가 뜯어먹는 풀처럼 푸릇푸릇했었네요 : )
지게 목발에 깡통을 책꽂이로 사용한 덕택에 문학을 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