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동시발전소》가을호 (23호)
그림자 / 박경용
새 그림자 하나가
난데없이 생겨나서
시도 때도 없이
졸졸 따라다닌다.
떨치려 애를 쓸수록
더 찰싹 달라붙는다.
줄곧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던 짝꿍이
전학을 간 뒤에
생겨난 새 그림자.
짝꿍을 그리워하는
내 생각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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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기다리면 / 방주현
똑바로 심어도
거꾸로 심어도
어떻게 심어도
뿌리는 아래로
줄기는 위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다 알아
길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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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랑 바다랑 / 문현식
하늘인 줄 알고 부르면
바다라고 하고
바다인 줄 알고 부르면
하늘이라고 한다
오늘 아침 쌍둥이 형제
손잡고 학교에 간다
아무나 부르면서 쏙
사이로 들어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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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 장세정
밤길 가 봤니?
달빛도 가로등도 없는 길
드러누운 귀신처럼 희끄무레한 길
혼자 가 봤니?
어둠은 포위망처럼 좁혀오고 발이 닿지 않는 길은 낭떠러지
이야기 속 악당들이 튀어나와 뒷목을 잡아채는 길
가파른 계단에서 휘청 몸이 썰리면 울음이 목구멍까지 차던 길
저만치 흔들리는 불빛을 좇아 날 듯이 마당을 들어서면
벌컥 방문이 열리고 패랭이꽃처럼 웃던 엄마
약봉지를 움켰던 손가락이 그제야 아리던
밤길
난 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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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 전병호
난 지금 고슴도치야
바늘이 서 있지
가까이 오지마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엎드려
우는 내 등에
가만히 얹는 네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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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지치기 / 채현이
전래놀이 시간에
딱지치기했지요
온 힘을 모아, 얍!
민국이 딱지가 벌렁
지윤이 딱지는 훌렁
동민이 딱지도 발라당
민국이 발 동동 구르고
지윤이 한숨 팍팍 쉬고
동민이는 머리 벅벅 긁어요
찡그린 얼굴들이 칠판에 아른거려
눈 질끈 감고
다 돌려줬지요
활짝 웃는 친구 얼굴 보니
아깝던 마음이
홀랑 넘어갔어요
딱지치기/채현이
전래놀이 시간에
딱지치기했지요
온 힘을 모아, 얍!
민국이 딱지가 벌렁
지윤이 딱지는 훌렁
동민이 딱지도 발라당
민국이 발 동동 구르고
지윤이 한숨 팍팍 쉬고
동민이는 머리 벅벅 긁어요
찡그린 얼굴들이 칠판에 아른거려
눈 질끈 감고
다 돌려줬지요
활짝 웃는 친구 얼굴 보니
아깝던 마음이
홀랑 넘어갔어요
하늘이랑 바다랑/문현식
하늘인 줄 알고 부르면
바다라고 하고
바다인 줄 알고 부르면
하늘이라고 한다
오늘 아침 쌍둥이 형제
손잡고 학교에 간다
아무나 부르면서 쏙
사이로 들어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