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인연 / 김봉임
작년 1학기에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에 연필화(초급)를 배워 보겠다고 등록을 했다. 수업 첫날 ㅇ선생님은 수업 들어가기 전에, 돌아가면서 배우게 된 동기와 자기 소개를 하라고 하셨다. 어떤 수강생은 유치원 선생님이라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그림을 배우러 왔다고 했다.
내 차례가 돌아왔다. 청계에 사는 ㄱㅂㅇ이라고 했다. 원래 그림 그리기,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배우게 된 동기는 문학관 시 창작 반에서 매주 숙제로 모아진 70편의 시가 있다고 했다. 연필화를 배워서 연필화 시화집을 만들어 보려고 신청 했다고 했다. 선생님은 열심히 배워보라고 하셨다.
선, 원, 기둥, 벽돌, 그림자, 빛의 위치 등의 기초를 배웠다.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단, 4B 연필 하나로 그리는데도 멋진 연필화가 완성되는걸 보면서 신기했다. 준비물도 아트백에 스케치북, 연필, 지우개, 커트 칼이 전부였다.
2학기에는 중급반으로 등록을 했다. 주로 인물화를 그렸다. 배우는데 쉽지가 않았다. 얼굴을 그리는데 이미지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수강생들도 인물화 그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선생님이 이젤에 나란히 얹어놓은 그림을 평가 하면서 견본과 상반된 그림을 고치면서 약간 성형을 했더니 견본하고 비슷하다고 해서 한바탕 웃기도 했다.
올 1학기에 고급반에 등록을 했다. 수업 첫날이다. 수강생은 일곱 명인데 강의실은 너무 크다. 뒤편에는 이젤과 의자가 포개져 쌓여 있다. 의자 일곱 개를 가져다 강의실 칠판 앞쪽에 타원형으로 놓았다. 이젤도 의자 앞에 놓았다. 선생님이 견본 그림을 나누어 주었다. 등대가 있는 바다 그림이다. 스케치 북에 그림을 그리는데 잘 그려지고 있다.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그림그리기와 시 쓰기 중에 어느 것이 쉬워요?”라고 물어보셨다. “시 쓰기보다 그림그리기가 더 어려워요.”라고 대답했다.
시화집은 내 소원대로 만들어졌다. 연필화로 삽화를 했다. 제목은 <무담시 눈물 적시네.>로 했다. 표지 소 그림도 내가 그렸다. 연필화 배운 덕으로 예쁜 시화집이 완성되었다. ㅇ선생님게 제일 먼저 한권 드렸다. 문학관 우리 시창 반에서 축하기념도 해주었다. 시창 교수님이나, 연필화ㅇ선생님은 배움의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서점에서 2학기 교재 정리를 하고 있었다.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25, 2학기 개강 안내가 손전화에 찍혔다. 과정명은 일상의 글쓰기(수필창작)이다. 수업시간은 화, 열아홉시, 온라인 수업 이다. “내가 이 어려운 수업을 들을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특히 온라인 zoom은 용어를 몰라 교육방법 자체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도 초등학생처럼 배우는 입장이라 모르는 건 죄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숙제 주제가 뭔지도 모르면서 산문 한편 써서 일상의 글쓰기 카페에 올렸다. 1, 2주 차 수업까지는 들어보고 글을 올렸어야했다. 3, 4주차도 글 못 쓰는 건 여전했다. 교수님께 죄송했다. 수강생 선생님들께도 민폐가 될까봐 <시선>이란 글을 써 놓고도 망설였다. 마감이 지나서야 올렸다.
5. 6주 차 수업 때도 깨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내가 얼마든지 바르게 쓸 수 있는 글이었다. 교수님은 성의문제라고 더욱 화를 내셨다. 얼굴을 내밀고 수업을 들을 수가 없었다. 자책감에 영상 뒤에서 들었다. 제대로 호랑이 선생님을 만났다. 무서워서 도망치면 글쓰기 배움은 여기서 끝장이다, 호랑이를 이기는 지혜를 모색해야 했다.
호랑이를 이기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했다. 무기는 잘 쓴 글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제목 <빛바랜 흑백 사진> 으로 정했다. 마침 찐 고구마를 먹고 있었다. 글감도 곁에 있어서 글은 수월하게 써졌다. 글을 완성해놓고 다듬으려고 하는데 또 띄어쓰기, 붙혀쓰기, 쉼표가 어렵다. 그래도 교수님이 누누이 지적해 주신대로 다듬었지만 빨간 글씨가 많이 눈에 띄었었다.
13주 차 수업 때 교수님이 글에 쉼표(,)를 누가 손봐준 것 같다고 하셨다. 아니라고 답변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항상 글 쓸 때는 나 혼자 쓴다. 누가 옆에 있으면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없어서다. 그런데 기분은 좋았다. 그 단락이 많이 틀려서 지적한 덕으로 제대로 배웠기 때문이다.
인연인지, 악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배우면서 무서울 때가 있었다. 호랑이 선생님이 무서운 건 아니다. 가르쳐 주시는 교수님이, “이런 식으로 글 쓰면 안 읽습니다.” 이 말씀이 제일 무서웠다.
첫댓글 부디 좋은 인연으로 남길 바랍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좋아질 겁니다. 다들 그런 과정을 거쳤답니다. 힘 내세요.
네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하. 선생님은 괴로우셨을 건데, 저는 호랑이 교수님 얼굴이 떠올라서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하다 보면 연필화처럼 좋아질 날이 올 겁니다. 열정이 누구보다 앞선 선생님께 제가 배울 게 많네요. 멋집니다.
호랑이 선생님, 이라고 해서 죄송합니다. 다음에 제가 공부를 잘하게되면 순한 양으로 뵐겁니다. 반장님 호탕 하십니다. ㅎㅎ
선생님!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쉽게 얻어지는 것이 어디 있을까요?“ 저도 이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며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사전도 찾아보며 한 줄 한 줄 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만 둘 생각도 했습니다. 일요일 자정까지 글감에 맞추어 2쪽 분량의 글을 쓰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교수님이 강의 내용을 올려주셔서 출퇴근 길에도 들어보며 어떻게 쓰고, 고쳐야 하는지를 하나 하나 알아가고 있습니다. 연필로 선생님의 마음을 그리고, 가슴이 느끼는 따뜻함을 글로 표현해 보세요. 분명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힘내시죠. 늘 성원합니다.
이상우 선생님 너무나 고맙습니다. 누가 글 쓰라고 등 떠민것도 아닌데 짐을 떠 않은것 처럼 불안하고, 미안하고, 부끄러운 것은 왜 일까요? 선생님 말씀대로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네요. 언젠가는 열심히 하다보면 고진감래(苦盡甘來) 올날 있으려니 생각해 봅니다.
저번 [고친 글] 읽고 깜짝 놀랐답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글을 너무 깔끔하게 고치셨더라고요. 앞으로 더 좋아질거예요. 응원합니다.
선생님 댓글 고맙습니다. 댓글도 글 쓰기에 도음이 되더군요!
시에 어울리는 그림 그리려고 연필화까지 배우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노력 많이 하고 계시니 곧 빨간색이 줄어들 것이구요. 선생님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네! 선생님 빨간글씨 줄어들 날 아직도 먼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