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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의 음반 '상사몽'(想思夢)
01. 무엇이 되어
낮에는 회사원으로, 밤에는 음악인으로 ‘이중 생활’을 하고 있는 퓨전 국악 뮤지션 정민아의 데뷔 작. 첫 앨범임에도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음에, 개인적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통 가사가 있는 퓨전 국악이 상당 부분을 양악에 할애하고 있음에 비해 본 작은 조지 시어링의 ‘Lullaby Of Birdland’ 같은 스탠더드 곡만 제외하고는 철저히 국악의 음계와 정서에 기초를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구전 민요를 재해석한 ‘새야 새야’ 같은 곡에서는 그 예전 이상은의 ‘공무도하가’ 같은 곡들이 아련한 정서와 작품성을 재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면에서 차후 이 뮤지션의 행로를 기대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녀 같은 훌륭한 뮤지션들이 생업에 치이지 않고 음악에 좀 더 정진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52street 2007년 02월 배영수
모던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의 음반 '상사몽'(想思夢) 전곡듣기
▲ 사진 : 네이버/드레드풀(jju31)
01. 무엇이 되어
작 사 : 정민아,로맨스 조
바람이 되어 만날까 구름 되어 만날까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그 무엇이 되었어도
돌이 되어 이별할까 나무 되어 이별할까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그 무엇이 되었어도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그 무엇이 되었어도
무엇이 되어 만날까
첫 트랙 '무엇이 되어'는 대표적인 ‘정민아적 감성’을 보여준다. 이는 시적인 감상과 기억을 되새겨주는 힘을 갖고 있다. intro에서 들려주는 (농현 한 번 없는)가야금 소리조차, 누구라도 느낄 만 한 아련함을 갖고 있다. 더해지는 그녀의 목소리와 첼로 선율은 듣는 이에게 과거를 되새김질 시켜, 듣는 이 나름대로의 개인적인 공감을 일으켜낸다.
01. 무엇이 되어 - 정민아
▲ 사진 : 네이버/드레드풀(jju31). 오른쪽이 공경진
02. 바람 부는 창가에서 - Inspiration To 공경진 (Inst.)
작 곡 : 정민아
리드믹한 인트로에서 귓불을 스치는 바람이 느껴진다. 국립국악원 단원인 해금연주자 공경진의 연주를 염두 하여 만들어진 이 곡은, 세련된 선율이지만 한(恨)서린 해금만의 정서를 고스란히 담았다. 일렉 베이스 위에 그려진 브라질 퍼커션 연주자 Valtinho Anastacio의 연주는 듣는 이의 눈앞에 영상을 만들어준다. 소리의 회화화를 느낄 수 있는 곡이다.
02. 바람부는 창가에서 - 정민아
▲ 사진 : 네이버/드레드풀(jju31).
03. 새야 새야
편 곡 : 정민아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마라
전래민요를 새롭게 해석한 이 트랙은, 뒤에 나오는 ‘뱃노래’와 함께 국악을 전공한 정민아만이 만들 수 있는 감각을 담고 있다. 느린 세마치장단으로 구성된 이 곡은, 이도헌의 그루브한 드럼과 정민아의 장구가 ‘국악적이면서 재즈적인 리듬’을 전혀 어색함 없이 들려준다. 후반부 공경진의 코러스와 해금선율은, 고통을 알고 있으나 눈물은 흘리지 않는 절제를 보여준다.
03. 새야새야 - 정민아
▲ 사진 : 네이버/드레드풀(jju31).
04. 상사몽(相思夢)
작 사 : 황진이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바라거니 멀고 아득한 다른날 밤 꿈에는
조선의 명기 ‘황진이’의 시를 가사로 만들어진 곡이며,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서로 그리워하지만 꿈에서조차 엇갈려 만날 수 없는 님을 그린다.’는 그 느낌을, 그대로 정민아 정서의 아련한 선율에 얹었다. 직접 arrange한 현악4중주는 단순하면서도 듣는 이에게 충분히 그리운 마음을 끄집어내주는 역할을 한다. 후반부에서 나오는 주선율과 코러스, 현악4중주의 선율에서 멜로디 자체는 밝지만 분명한 슬픔을 느낄 수 있다.
04. 상사몽 (Radio Edit) - 정민아
10. 상사몽 (Original ver.) - 정민아
▲ 사진 : 네이버/드레드풀(jju31).
05. 노란샤쓰의 사나이
작 사 : 손석우
노란 샤쓰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어쩐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그이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아아 야릇한 마음 처음 느껴본 심정
이 곡은 정민아가 홍대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하던 중 ‘단지 관객에게 재미를 선사하기 위해’ 시도했던 곡이다. 그만큼 듣는 사람에게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것. 단순한 코드진행으로 공연되었던 이 곡은, 기획 프로듀서 박원의 arrange로 보다 세련된 느낌이 더해졌다. 이 곡 역시 chris verga의 보사리듬과 Valtinho의 퍼커션이 귀를 즐겁게 해준다.
05. 노란샤쓰의 사나이 - 정민아
▲ 사진 : 네이버/드레드풀(jju31).
06.미나 탱고( Mina Tango, Inst.)
작 곡 : 정민아
윗트있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탱고 리듬의 베이스 위에 아코디언의 주선율을 얹었다. 경쾌한 리듬이지만 멜로디는 아련하고 슬프게 진행된다. 아코디언 특유의 절절한 음색이 이 느낌을 배가 시킨다. 힘과 절도있는 탱고라기 보다는, 서정적이고 정민아적인 감성으로 연주된 '그녀의 탱고'라고 할 수 있다.
06. 미나탱고 - 정민아
07. 로봇일기
작 사 : 우중독보행
기쁘다. 이젠 동력을 걱정해야 할 필요가 없어져
비를 맞았다.
이젠 움직일 수가 없다.
몸이 없는 난 가벼워져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버린 현대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이 곡은, 현재 정민아가 공연하고 있는 홍대 앞 ‘Salon 바다비’의 대표인 이석호의 시를 듣고 만들게 된 곡이다. 샘플링 된 리듬 위에 얹힌 가야금 소리는 기계로 만들어진 로봇의 녹슨 심장을 그대로 표현해준다. 원래 정민아 색채의 음성이 아닌, 메마른 느낌의 보컬은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살아가고, 의미 없이 살게 되는 현 사회의 정서를 느끼게 해준다.
07. 로봇일기 - 정민아
08. Lullaby Of Birdland
작 사 : B. Y. Foster
Lullaby of birdland that's what I
Have you ever heard two turtle doves
* And there's a weepy old willow
Lullaby of birdland whisper low
극과 극은 통하고 유사한 점이 있다는 착안은 벵카스터와 프로이드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저급한 급사의 문화에서 시작되었던 재즈는 고귀한 혼의 순수함을 담는 그릇으로 탈바꿈하고 급기야 고급문화의 병풍(배경)과도 같이 변하는데 백년의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소시민들의 가난한 일상이 묻어나는 장소인 birdland의 찬가는 그 어떤 버전으로 들어도 흥겹고 달콤한 음악이다. 한국에서 한국인의 남편으로 살아가는 재즈드러머 chris verga는 이번 버전(가야금과 만나게 된)에서 한국적이면서도 재즈적인 리듬을 살렸다. 유학 후 귀국한지 2주 만에 이 앨범에 참여한 재즈베이스계의 신예 이순용의 묵직하면서 위트 넘치는 워킹연주도 들어볼만 하다.
08. Lullabay of Birdland - 정민아
09. 뱃노래
편곡 : 정민아
어기여 디여차 어기여디여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
부딪치는 파도소리 단잠을 깨우니 들려오는 노소리 처량도 하구나
앞서 들은 ‘새야 새야’와 비슷한 분위기로 만들어졌다. 잔잔한 파도 위를 떠가는 조각배에서 달을 바라보는 느낌의 곡이다.
09. 뱃노래 - 정민아
25현 가야금으로 세상을 활보하는 인생 ‘노래하는 가야그머’ 정민아 씨를 만나다
프로메테우스 강서희
상사몽(相思夢)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열이면 아홉은 황진이의 한시 ‘상사몽’을 이야기할 것이다. 상사몽은 그리운 님을 만날 길이 꿈길 밖에 없어 찾아갔더니 님도 나를 꿈길에서 찾아와 엇갈리고 말았다는 내용의 시, 다음에는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기를 바란다는 황진이의 애틋한 마음을 담고 있다. 그런데 백 중의 둘, 셋은 정민아 씨 앨범 ‘상사몽’을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영화 ‘황진이’의 개봉과 함께 정민아 씨의 앨범 ‘상사몽’ 중 ‘상사몽’이라는 곡이 종종 흘러나오기도 하니 말이다.
홍대 앞에서 가야금을 뜯으며 노래하다
정민아 씨는 홍대 클럽에서 공연하는 인디음악가다. 대학에서 국악과를 나왔으면서 홍대 앞에서 인디음악을 하고 있다. 처음 그녀를 알게 된 것은 가야금 연주 때문이었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을 비롯해 많은 가야금연주 앨범이 출시됐고, 가야금으로 연주한 퓨전곡들을 차례로 듣던 차에 정민아 씨의 음악도 듣게 됐다. 그런데 다른 음악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녀의 연주에는 노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가야금 싱어송라이터다.
정민아 씨가 인디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은 국악 관현악단 시험에서 거듭 떨어지면서였다. 시험 때만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평소 인디음악을 좋아하던 그녀는 연습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에 안양에 있는 인디클럽에서 주말 카운터를 보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그러다가 무대에 섰다. 2004년의 일이다.
“안산에 있는 인디클럽에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하다가 무척 떨어서 무대에 설 수 없었어요. 무대공포증 같은 게 있었는데, 두려움이 갑자기 생기면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할 수가 없었어요. 그날 공연은 결국 망쳤고 여기 말고 다른데서 해보자는 다짐을 했죠. 그리고 홍대 앞으로 왔어요.”
2005년 중순, 정민아 씨는 모 겔러리바에서 공연을 시작하면서 홍대 앞에서 활동했다. 무대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황청심환을 먹었다. 클럽에서 공연할 때는 술 마시고 공연하기도 했다. 작은 클럽에서, 갤러리에서, 거리에서 그녀는 가야금을 뜯었다. 하지만 클럽 공연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웠다. 그래서 올해 초까지 전화상담원으로도 일했다. 그러다가 기회가 되어 인디음악가에게 주는 문화콘텐츠진흥기금을 받게 됐고 자신의 앨범을 낼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고 했던 것이 가장 잘 한 일 같아요.”
사람의 근본에 대한 물음
바람이 되어 만날까 구름되어 만날까 강물이 되어 만날까 바다되어 만날까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그 무엇이 되었어도 난 그대 가까이 있는 무엇이 되고 싶네 돌이 되어 이별 할까 나무 되어 이별 할까 물고기로 이별 할까 가재 되어 이별 할까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그 무엇이 되었어도 난 이대로 그대와 나 사이 이별 안에 있네 그대가 무엇이 되었어도 그 무엇이 되었어도 난 이대로 그대와 나 사이에 이별 안에 있네 무엇이 되어 만날까 어찌 이별 할까
- 정민아, <무엇이 되어>
정민아 씨의 음악은 애잔하다. 그것이 가야금 연주여서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노래로 전달하고 싶은 정민아 씨의 곡들 때문일지도 모른다. 친구와 “나중에 우리는 무엇이 될까”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단숨에 써버렸다는 ‘무엇이 되어’는 시간이 지나도 무엇이 되더라도 다시 이별할 수 없는 우리의 인생사를 이야기하고 싶은 듯 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가야금의 선율과 정민아 씨의 목소리에서 헤어나기가 힘들어진다.
정민아 씨의 정식앨범 ‘상사몽’ 이전에도 앨범은 있었다. 200만원 들여서 만든 해적판 같은 음반 ‘애화(愛花)’. 홍대 앞 공연을 하면서 판매했던 앨범이다. 그 앨범에도 사연이 있다. 엄마를 위한 앨범이기 때문이다.
“애화는 엄마 이름이에요. 앨범 나오기 일년 전에 엄마가 뇌출혈로 쓰러졌어요. 주로 엄마가 일을 하셨는데, 식당에서도 일하시고, 생선장사도 하고 그러셨거든요. 어느 날, 성당 갔다 오셨는데 뇌출혈로 쓰러지셨어요. 단어 몇 개만 말할 뿐 말을 갑자기 못하시는 거예요. 사람도 못 알아보고…. 고된 시기를 보내면서 애화라는 곡을 쓰게 되었고, 엄마가 그 앨범으로 사람들에게 자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최근 공연에서 연주하고 부르기 시작한 ‘은미이야기’는 전화상담원을 하면서 친해진 은미의 갑갑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백수인 오빠, 몸이 약한 아버지, 빚을 지고 도망간 엄마. 은미는 고3때 엄마가 자신의 명의로 빌리고 도망가 버린 돈을 갚고, 차비 없다고 손 벌리는 오빠에게 용돈을 준다. 어느 날 새벽, 술 드시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버지가 마을버스에서 내리다가 발을 헛디뎌 돌아가시게 된다. 그런데도 은미는 자기가 돈을 벌지 않으면 누가 하겠냐며 전화상담원 일을 계속 한다.
그녀의 아버지 어제 죽었지 오빠는 그녀에게 얹혀살지 어머니는 빚을 지고 나갔지 오늘도 은미는 전화를 받아요
- 정민아, <은미이야기>
“제 노래는 주로 일상이야기에요. 예전에는 답이 없는 사람의 근본을 이야기하고 싶었고, 그래서 가사가 많이 은유적이었는데, 지금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삶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해요. 표면적인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지는 않지만요.”
△ 지난 5월 인연콘서트에서 정민아씨가 가야금연주를 하고 있다. ⓒ 프로메테우스 자료사진
우연히 만난 가야금이 인생을 바꾸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왜 그 흔하지도 않은 가야금을 선택하게 된 것인지 궁금해졌다. 많고 많은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지 가야금을 배우지는 않는다. 피아노가 아니면 바이올린이나 플루트를 배우지 가야금을 배우지는 않는다. “그런데 가야금은 어떻게 배우게 되었어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동네에 가야금 학원이 생겨서요.”
어릴 적 한국무용을 배웠던 정민아 씨에게는 연습용 가야금이 있었는데, 가야금 학원이 생겼기에 다녔다는 것이란다. 그런데 가야금 선생님이 조금만 더 해서 국악고등학교 가면 학비도 국비이고, 좋은 대학도 잘 갈 수 있다며 학과 공부 열심히 해서 국악고등학교를 진학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했단다.
“입시곡으로 정악을 외워 연주를 해요. 산조는 음악에 이야기가 있는데, 정악은 한번 뜯고 1분 있다가 다시 뜯고 하거든요. 국악고에 입학해서 합주시간이 있었는데, 그 장대함과 감동이 이루 말할 것 없었어요. 그 순간 완전히 마음이 정착해버렸어요. 막연했던 꿈도 확실했고요.”
지금 “인디판으로 들어온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말하는 정민아 씨. 국악클래식을 계속 했으면, 자신처럼 가야금으로 인디음악을 했던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그녀는 자유롭고 편견이 없는 인디에서 공연하는 것이 행복하다. 아무리 해도 붙지 않았던 관현악단 시험이었지만, 인디에서 활동하자마자 편안하게 공연하고, 의도치 않게 음반도 낼 수 있었고, 지금은 공연과 음반만으로도 생활이 유지 될 수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10년 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아주는 것이다. 오늘도 그녀는 가야금 연주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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