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처럼~
봄날씨는
변덕이 죽 끓듯 한다.
올해 봄날씨도~
꽃피는 시기를
시샘하듯 비켜친다
오늘은~
마산의 무학산을 찾았다
원각사 가는길에 벗꽃이 활짝이다.
벗꽃들의 밝은 풍광에 기대감도 높아진다.
산중에는 연분홍 진달래도 활짝이겠지~
나는~
백운사 뒷길을 돌아 능선길을 오른다
연두빛 새싹들도 곱게 곱게 ~ 오른다.
산골짜기마다~
새로운 물감을 준비중이다.
울긋불긋한 산꽃길이다~
걷다가~
창원에서 오신분을 만나
사진한장 부탁하고
다시 유유자적 걷는다
백두산 아랫동네에서는~
천지꽃이라 하는 산꽃길이 제법 운치있다.
올라갈수록 천지꽃 터널이겠지~*
아니었다~!!
시샘하는 봄의 전령은~
산꽃의 꽃망울을 터뜨려주지 않았다.
양지바른 곳에만
진달래꽃 살폿하다.
서마지기 쉼터에서
일행들을 만나고
무학산 정상의 365계단을 오른다.
ㅋ~
태극기~!?
무학산 정상이다.
한무리는 대곡산으로~
다른 일행은 학봉능선을 걷는다.
학봉가는 길목에
중봉을 만났다.
이름없는 봉우리에~
누군가가 이름표를 단듯하다.
학봉가는 트레커도 꽃길이요~
대곡산 가는길의 트레커들도 꽃길을 걷는다.
여기가 거기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냐~♩♪
동동주~♪♪ 술타령이♩ 오동동이냐....ㅡ,♬
오동동타령의 주무대인 마산의 오동동이다.
이곳에서~
요즘은 보기드문 미더덕을
해삼과 멍게를 곁들여 회로 먹고~
아구찜으로
식사를 마무리 했다.
모든 식사는
이곳이 고향인~
회원이 준비했다.
-끝_
--뒷글--
식사를 마치고~
버스주차장으로 오는길에
천주교 마산교구청을 지나간다
우리 앞집 교수님의 절친인 신부님이
독일에서 이곳으로 부임해 오셔서
첫 주보의 앞 페이지를 옮겨본다.
- 이스탄불의 어린사제 - 박노해
폭설이 쏟아져 내리는 이스탄불 밤거리에서
커다란 구두통을 멘 아이를 만났다
야곱은 집도 나라도 말글도 빼앗긴 채
하카리에서 강제이주당한 쿠르드 소년이었다
오늘은 눈 때문에 일도 공치고 밥도 굶었다며
진눈깨비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며
작은 어깨를 으쓱한다
나는 선 채로 젖은 구두를 닦은 뒤
뭐가 젤 먹거 싶냐고 물었다.
야곱은 전구알같이 커진 눈으로
한참을 쳐다보더니 빅맥, 빅맥이요!
눈부신 맥도날드 유리창을 가리킨다
학교도 못 가고 날마다 이 거리를 헤매면서
유리창 밖에서 얼마니 빅맥이 먹고 싶었을까
나는 처음으로 맥도날드 자동문 안으로 들어섰다
야곱은 커다린 햄버거를 굶주린 사자새끼처럼
덥썩 물어 삼키다 말고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담배를 물었다
세입쯤 먹었을까
야곱은 남은 햄버거를 슬쩍 감추더니
다 먹었다며 그만 나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창밖에는 흰 눈을 머리에 쓴
대여섯 살 소녀와 아이들이 유리에 바짝 붙어
뚫어져라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야곱은 앞으로 만날 때마다
아홉 번 공짜로 구두를 닦아주겠다며
까만 새끼손가락을 걸며 환하게 웃더니
아이들을 데리고 길 건너 골목길로 뛰어들어갔다
아, 나는 그만 보고 말았다
어두운 골목길에서 몰래 남긴 햄버거를
손으로 떼어 어린 동생들에게
한입 한입 넣어주는 야곱의 모습을
이스탄불의 풍요와 여행자들의 낭만이 흐르는
눈 내리는 까페 거리의 어둑한 뒷골목에서
나라 뺏긴 쿠르드의 눈물과 가난과
의지와 희망을 영성체처럼
한입 한입 떼어 지성스레 넣어주는
쿠르드의 어린 사제 야곱의 모습
ㅡ 시인 박노해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