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雞林歷史紀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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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고도 서라벌 순례 미륵불의 용화삼회와 대현의 우요삼잡 ㅡ 남산 용장사지 삼륜대좌불
계림 추천 0 조회 23 26.10.01 21:02 댓글 39
게시글 본문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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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26.10.02 20:17

    첫댓글 일반적으로 불상은 4각형이나 8각형, 또는 연화 대좌 위에 모시지만, 이 불상은 둥근 원반 형태의 돌을 3층으로 쌓아 올린 독창적인 대좌 구조를 갖추고 있다. 마치 석탑 위에 불상을 올려놓은 듯한 특이한 형태이다.

  • 26.10.02 20:18

    불상은 머리(두부) 부분이 손상되어 유실된 상태이다. 그러나 불상이 앉아 있는 옷주름(상현좌, 裳懸座)이 아래 대좌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표현 기법이 매우 섬세하고 뛰어나다.

  • 26.10.02 20:18

    용장골 능선 바위 위에 세워져 있어, 마치 남산 산봉우리 전체를 커다란 대좌(받침대)로 삼고 그 위에 앉아 계신 듯한 웅장하고 탁 트인 조망을 선사한다.

  • 26.10.02 20:20

    통일신라시대 8세기 후반에 조성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국유사》 기록에 따르면, 유가종의 고승 대현(大賢) 스님이 이 용장사에 머물며 불상 둘레를 돌며 염불을 할 때, 불상 또한 스님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불상이기도 하다.

  • 26.10.02 20:23

    瑜伽祖大德大賢, 住南山茸長寺. 寺有慈氏石丈六, 賢常旋繞, 像亦隨賢轉面.
    ​讚曰:
    繞佛巡瞻面轉廻, 羅空佛日更懸嵲.
    宮井湧泉 雲一縷, 金爐香煙 誰知識.

    <삼국유사(三國遺事「현유가해화엄(賢瑜伽海華嚴)」 조>

  • 26.10.02 20:23

    ​유가종(瑜伽宗)의 조사가 되는 대덕(大德) 대현(大賢) 스님이 남산 용장사(茸長寺)에 머물렀다. 절에는 돌로 만든 자씨(慈氏, 미륵보살) 장육상(丈六像)이 있었는데, 대현 스님이 항상 그 주위를 돌며 염불(선요, 旋繞)을 하면, 불상 또한 대현 스님을 따라 얼굴을 돌렸다.
    ​찬하여 가로되:
    부처님을 돌며 올려다보니 얼굴도 따라 돌아가는데,
    신라의 하늘에 불법의 해가 다시 높이 걸렸도다.
    궁궐 우물에서 샘물이 용솟음친 것은,
    금향로에서 피어오른 한 줄기 향연이었음을 그 누가 알았으리

  • 26.10.02 20:25

    삼구유사 기록의 '자씨석장육(慈氏石丈六)'에서 '자씨'는 미륵보살을 뜻한다.
    ​학계에서는 이 기록 속의 미륵불상을 용장사지에 남아 있는 삼륜대좌불(석조여래좌상) 또는 그 부근의 마애불로 추정하고 있다.

  • 26.10.02 20:26

    '선요(旋繞)'란 불상이나 탑을 오른쪽으로 돌며 예경하는 불교의 정통 수행 방식이다. 대현 스님이 불상을 돌 때 불상도 함께 고개를 돌렸다는 설화는, 대현 스님의 뛰어난 법력과 신라 신앙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26.10.02 20:29

    삼국유사 기록에 나오는 '선요(旋繞)'는 바로 우요삼잡(右繞三匝)을 뜻한다.
    ​불교에서 부처님이나 탑을 하례할 때, 존경의 표시로 오른쪽(시계 방향)으로 세 번 돌며 예경하는 정통 의식이다.
    ​선요(旋繞)는 '돌 선, 두를 요' 자를 써서 불상이나 탑 둘레를 순일하게 도는 행위를 말한다.

  • 26.10.02 20:32

    흔히 '우요삼잡(右繞三匝)'이나 '탑돌이' 하면 절마당에 있는 석탑을 시계 방향으로 도는 의식을 떠올리지만, 본래 불교 대승 전통에서 우요삼잡은 존경하는 대상의 둘레를 오른쪽으로 세 번 돌며 경의를 표하는 모든 예경 행위를 의미한다.

  • 26.10.02 20:33

    인도 및 초기 불교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뵙고 가르침을 들은 뒤 물러날 때, 혹은 경의를 표할 때 부처님의 몸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인사(우요삼잡)를 올렸다.

  • 26.10.02 20:33

    부처님 입멸 후 불상과 탑이 만들어지면서, 부처님 몸을 직접 돌던 예법이 탑(탑돌이)과 불상(불상돌이/선요) 모두에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 26.10.02 20:34

    《삼국유사》의 기록은 신라 시대에 탑뿐만 아니라 실내나 야외에 모셔진 석불상 둘레를 직접 도는 우요삼잡(선요) 실천이 보편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아주 명확하고 귀중한 역사적 증거이다.

  • 26.10.02 20:34

    ​용장사지 삼륜대좌불은 사방이 트인 능선 바위 위에 세워져 있어, 스님이 불상 둘레를 걸어서 돌 수 있는 공간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처럼 독립되어 서 있는 입상이나 대좌 형태의 좌상에서는 불상 둘레를 도는 우요삼잡 예경이 자주 이루어졌다.

  • 26.10.02 20:35

    '탑돌이'는 우요삼잡이라는 큰 범주의 예경 방식이 탑이라는 건축물 형태로 대중화된 대표적 사례일 뿐, 원류는 불상이나 부처님 본신을 향한 예경에서 비롯된 것임을 대현 스님의 설화가 잘 보여준다.

  • 26.10.02 20:37

    석굴암의 구조 역시 본존불을 둘러싸고 도는 '선요(우요삼잡)' 의식을 완벽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표적인 건축 형태이다.

  • 26.10.02 20:38

    인도의 바자(Bhaja)나 카를리(Karli) 석굴, 그리고 스투파(탑)를 모신 굴 구조는 부처님이나 탑을 중심으로 참배자가 시계 방향으로 돌며 예배하는 '프라닥시나(Pradakshina, 右繞)' 순례 통로(순례도)를 갖추고 있었다.

  • 26.10.02 20:38

    중국의 석굴(둔황, 윈강 등)은 대개 불상을 뒷벽에 붙여 조각하는 벽면 밀착형 구조가 많지만, 석굴암은 본존불을 둥근 주실 중앙 약간 뒤쪽에 독립되게 안치했다. 본존불 뒤쪽으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남겨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불상 둘레를 도는 우요삼잡 공간 확보 때문이었다.

  • 26.10.02 20:39

    석굴암 주실 원형 벽면에는 문수·보현보살, 제석천·범천, 그리고 십대제자상이 회랑처럼 입체적으로 둘러서 있다.
    ​참배자가 본존불을 오른쪽으로 돌며 선요(旋繞)를 할 때, 벽면에 조각된 부처님의 위대한 제자들과 보살들을 하나씩 눈으로 맞추며 함께 예경하도록 설계된 고도의 연출이다.

  • 26.10.02 20:40

    본존불 두상 뒤 벽면에 새겨진 연꽃 두광(頭光) 역시, 입구에서 바라볼 때는 머리 뒤에 딱 맞춰 보이지만, 주실 내부를 빙글빙글 돌며 바라볼 때 거리에 따른 시각적·입체적 환희심을 불러일으키도록 미학적으로 정교하게 구성되었다.

  • 26.10.02 20:41

    용장사지 삼륜대좌불은 탁 트인 산능선 바위 위에서 360도 사방으로 오픈된 채 자연적인 선요 공간을 형성했고​석굴암은 인공적으로 둥근 돔(Dome) 형태의 주실을 건축하여 실내에 완벽한 선요 공간(순례 도로)을 만들어 냈다.

  • 26.10.02 20:42

    용장사지 석불에서 대현 스님이 행했던 선요나, 석굴암을 조성하여 본존불 둘레를 돌았던 신라 수행자들의 의식은 모두 부처님을 우주와 진리의 중심에 두고 존경을 표했던 우요삼잡의 동일한 미학 및 신앙적 실천이었던 것이다.

  • 26.10.02 20:45

    용장사지 삼륜대좌불의 '원형 3단 삼륜 대좌'는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불교 미술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매우 독창적인 형태이다. 이 특이한 구조는 단순한 조형적 파격을 넘어 불교 사상적·공간적·신앙적으로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 26.10.02 20:46

    ​불교의 세계관(우주관)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중심에는 수미산(須彌山)이 있고, 그 아래에는 풍륜(風輪)·수륜(水輪)·금륜(金輪)이라는 세 가지 근본 원반(삼륜, 三輪)이 세계를 받치고 있다고 본다.

  • 26.10.02 20:46

    대좌를 둥근 원반 3층 형태로 쌓은 것은, 우주 전체를 받치는 삼륜(풍·수·금륜)을 미학적으로 형상화하여 그 위에 진리의 수미산이자 부처님이 계신 이상향을 표현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 26.10.02 20:47

    부처님이 개별적인 인물이 아니라, 우주 전체를 주재하고 받치는 진리 그 자체임을 삼륜 구조를 통해 고도의 상징성으로 드러낸 것이다.

  • 26.10.02 20:48

    《삼국유사》 기록처럼 용장사의 본존불은 미륵보살(미륵불)로 전해진다. 미륵신앙에서 핵심이 되는 사건은 미륵부처님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용화수 아래에서 세 번 설법하여 모든 중생을 구원한다는 '용화삼회(龍華三會)'이다.

  • 26.10.02 20:49

    3층으로 쌓아 올린 둥근 대좌는 미륵부처님이 펼치실 세 번의 대설법(삼회설법)을 상징하는 공간적 장치로 풀이되기도 한다.
    ​대현 스님이 법상종(유가종)을 이끌며 미륵 유가사상을 깊이 연구했던 고승이었음을 고려할 때, 미륵 구원론의 핵심인 삼회설법을 대좌의 3단 구조로 입체화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 26.10.02 20:50

    보통 불상은 전각 내부의 불단(佛壇)이나 연화대좌 위에 모시지만, 용장사지 삼륜대좌불은 남산 용장골 능선 바위 꼭대기에 모셔져 있다.
    ​3단의 삼륜 대좌 아래에는 자연 바위가 있고, 그 바위는 경주 남산 전체로 이어진다. 즉, "3단 대좌 - 자연 바위 - 남산 산봉우리"가 하나의 거대한 대좌 구조로 연결되는 것이다.

  • 26.10.02 20:52

    참배자가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볼 때, 석불은 단지 몇 미터 크기의 돌조각이 아니라 경주 남산 전체를 방석(대좌)으로 삼고 하늘에 앉아 계신 웅장한 부처님으로 다가오게 된다. 자연 환경을 불상 조성의 완벽한 일부로 흡수한 최고 수준의 공간 연출이며 우주적 부처님의 구현인 것이다.

  • 26.10.02 20:53

    원형(圓形)은 사각형이나 팔각형 대좌와 달리 시작과 끝이 없는 완벽한 순환을 의미한다.
    ​대현 스님이 불상 둘레를 돌며 수행하셨던 우요삼잡(선요) 의식을 행할 때, 참배자가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아도 거슬림 없이 완벽한 대칭성과 사방으로 열린 공간감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다.
    '선요(우요삼잡)'를 위한 최적의 형태인 것이다.

  • 26.10.02 20:54

    용장사지 삼륜대좌불의 대좌는 단순히 불상을 받치는 돌받침이 아니라, 불교 우주관(삼륜) + 미륵신앙(삼회설법) + 자연과의 일체화(남산 대좌화) + 선요 의식이 결합된 통일신라 불교 예술의 위대한 사상적 결정체라 할 수 있다.

  • 26.10.02 21:22

    상현좌(裳懸座)는 불교 조각에서 부처님이나 보살이 앉아 계신 옷자락(가사나 군의)이 대좌(받침대) 아래로 자연스럽게 늘어져 덮여 있는 형태를 뜻하는 미술사 용어이다.
    '치마 상(裳), 걸 현(懸), 자리 좌(座)', 즉 '옷자락이 자리(대좌)를 덮고 걸쳐져 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 26.10.02 21:22

    ​일반적인 불상은 대좌의 연꽃무늬(연화좌)나 각진 받침대가 훤히 드러나도록 옷을 다리 안쪽으로 여며 쌓지만, 상현좌 양식에서는 부처님의 옷자락이 정면 및 측면 대좌 아래로 부드럽게 흘러내려 대좌의 일부 또는 전체를 덮는 모습을 취한다.

  • 26.10.02 21:23

    ​단단하고 딱딱한 돌이나 금동 재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진짜 부드러운 천이 실크처럼 물결치듯 흘러내리는 듯한 입체감과 양감(Volume), 입체적 사실성을 극대화해 준다.

  • 26.10.02 21:24

    ​중국 북위(北魏) 및 서위(西魏) 불상의 영향을 받아 삼국시대(6~7세기) 금동삼존불이나 석조불상 등에서 처음 활발히 등장했다. 이 시기의 상현좌는 주름이 날카롭고 좌우 대칭을 이루는 날개 모양의 주름(지느러미 모양 주름)이 다소 형식화된 특징을 보였다.

  • 26.10.02 21:25

    ​통일신라 시대 (8세기)의 ​용장사지 삼륜대좌불(석조여래좌상)은 한국 불교 조각사에서 상현좌 양식이 가장 완숙하고 아름답게 표현된 대표적인 명작으로 꼽힌다.
    ​둥근 원반 모양의 대좌 위에서 흘러내린 가사 옷주름이 매우 섬세하고 자연스러우며, 부처님의 몸매와 곡선에 밀착되어 뛰어난 사실성을 보여준다.

  • 26.10.02 21:27

    부처님이 단순히 조각된 돌이나 금속이 아니라, 실제로 가사를 입고 대좌 위에 정좌해 계신 듯한 생생한 실재감을 유기적으로 전해준다.
    불상(신체)과 대좌(받침대)를 별개의 구조물로 분리하지 않고, 흘러내리는 옷주름을 통해 불상과 대좌를 하나의 거대한 조형 예술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 26.10.02 21:29

    ​용장사지 삼륜대좌불을 감상할 때 머리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고 깊은 감동을 주는 이유 역시, 바로 이 대좌를 수놓듯 흘러내린 완벽한 상현좌의 옷주름 표현 덕분이다. 이것이 바로 상현좌가 갖는 미학적·신앙적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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