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의 시 - 인사동 2

[김태완]

인사동2: 다시 민병산 선생을 애도하며

                                                                                - 신 경 림

세상을 사는 데는

그렇게 많은 지식이 필요 없는 법이라고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 없는 법이라고

그렇게 많은 행동이 필요없는 법이라고

몸은 저승에 보내고도

인사동에서만 맴돈다

출세한 친구도 이사동에서만 보고

미국 가는 친구도 인사도에 앉아 배웅했듯

그의 죽음 서로워하는 인사도

인사동에 앉아서 받는다.

세상을 떠나서도

가진 것이 없을수록 좋더라면서

움직임이 적을수록 좋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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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산이 어떤 분인지,

그를 애도한 신경림 시인은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의 시는 한 수도 몰랐는데

유홍준의 책을 읽다보니 이 시가 나오고

공감이 가기에 옮겨봅니다

[김진황]

그래서 제가 검색을 해 봤습니다.

한번 뵌 적이 있는 신경림 시인의 책을 읽다 우연히 잊어버렸던 ‘민병산’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1980년대에 매달 ‘월간바둑’을 구독한 적이 있는데 거기에 자주 등장한 인물이 민병산(1928~1988)이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민병산이라는 이름을 꺼낸 이유는 두 가지 배울 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으로 통하는 민병산은 방대한 독서량으로 ‘거리의 철학자’, ‘한국의 디오게네스’ 등으로 불렸다. 그가 남긴 ‘철학의 즐거움’이란 저작과 전기물, 수많은 글의 원천은 독서였다. 바둑을 좋아한, 서울 인사동과 관철동의 터줏대감으로 신동문, 신경림, 천상병 등과 교유하며 책을 놓지 않았던 그는 주변인들에게 익살과 지식을 선물로 줬다.
민병산은 또 법정 스님처럼 무소유를 실천한 자유인이었다. 아버지가 1000평의 저택에 살던 부호였지만 귀공자의 삶을 포기하고 평생 직업도 갖지 않고 독신으로 살았다. 회갑 잔치를 열어 주겠다던 지인들의 뜻을 한사코 거부하던 그는 회갑 하루 전날 월세 단칸방에서 숨을 거두었다고 한다. 그의 글을 구해 읽어 보고 욕심을 버린 삶도 되새겨 봐야겠다.

[김태완]

그런 분이었구만. 수고해줘서 고맙네.